[공공미술관 빅뱅시대] 경기도미술관 김홍희 관장 코스모폴리탄 관객 위해 권위적 미술관과 함께 진취적 미술관도 필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은 국공립미술관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2006년 10월에 개관했다. 그런데 3년 만에 미술계에서나 언론에서 가장 많이 왈가왈부하는 미술관이 되었다. 그만큼 늘 이야깃거리가 벌어지고 있다. 젊다는 것은 진취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1990년대 이후 정치미술을 모은 <악동들 지금/여기>, 윤리적 패션을 모색한 <착하게 입자>, 작가들의 작업 공정을 담은 <창작해부학>... 경기도미술관의 주요 전시목록이다. 기획 감각이 경쾌하고 적확함을 알 수 있다. 마치 실력 있는 편집자 같다. '국공립 스타일' 전시들도 맛있게 요리해냈다.

소장품전에는 <전시의 재구성>, <공공의 걸작>, 페미니즘 미술전에는 <언니가 돌아왔다>는 타이틀을 붙였다. 이 와중에 분단을 상징하는 지역으로서의 경기도의 사회적 이슈를 조명한 <경기, 1번국도전>, 도자 문화의 중심지인 경기도의 정체성을 드러낸 현대조형도자전 등 '경기미술연례전'으로 '지역성'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안산 선감도에 문을 연 경기창작센터는 '경기도미술관 제2기'의 표지판이자 방향타다. 옛 경기도립 직업전문학교를 리모델링해 레지던시로 꾸몄다. 내년 2차 리모델링을 거쳐 창작 스튜디오, 전시실, 작품창고, 공방 등을 갖춘 7개동 규모로 완성된다. 창작 지원은 물론 교육과 지역협력·국제교류 프로그램이 꾸려지고 매년 여름 선감도 일대에서 열릴 미술축제인 '국제 섬머페스티벌'의 발상지가 된다.

대중과 작가, 지역과 세계를 동시에 유혹하는 이런 행보는 오늘날 애정 결핍 상태에 처한 미술관들이 꾸는 공통의 꿈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미술관의 가능성과 한계, 성과와 시행착오는 '구겐하임'보다 더 가깝고 실질적인, 한국 공공미술관의 미래인지 모른다.

지난 3일 이 모든 역동을 진두지휘한 김홍희 관장을 만났다. 그의 꿈은 '포스트뮤지엄 post-museum'이다. 알다시피 '포스트'에는 '후(後)'와 '탈(脫)'의 뜻이 함께 있다.

경기창작센터는 3개월 동안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내작가 16명, 해외작가 8명이 입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으로 성장한 작가들이다. 파일럿이기 때문에 경기창작센터의 지향을 보여줄 수 있는 이들을 선정했다. 이들은 올해 말 선감도를 중심으로 지역을 테마 삼은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된다. 이중 가능한 것을 골라 내년에 실현한다. 해외작가가 본 지역 등 흥미로운 시선이 많을 것 같다. 이는 지역 작가가 아닌 지역적 이슈를 중심으로 지역성을 탐색하는 경기도미술관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경기창작센터를 중심으로 선감도에서 열릴 '국제 섬머페스티벌'은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를 결합한 형태라고 들었다. 미술행사와 지역축제 사이에서 어려움은 없을까.

이를테면 '음악캠프' 같은 미술축제를 구상하고 있다. 유능하고 시의적절한 디렉터가 이끄는 비엔날레, 좋은 작품이 있는 아트페어가 선감도의 관광 인프라와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수목원과 레저단지가 들어서 관광단지가 형성될 예정이다. 경기창작센터도 하나의 요지가 되는 것이다.

요즘 공공미술관의 화두 중 하나는 지역성을 관통하면서 세계화하는 것이다. 경기창작센터는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경기창작센터에 마련된 '작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두 가지 의미인데, 하나는 세계적인 큐레이터, 평론가가 멘토로 초청되어 입주 작가를 교육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입주 작가들이 지역 주민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의 미의식과 문화를 높일 수 있다. 교육의 내용은 반드시 '미술'에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선감도가 포도 농사로 유명한데, 세계적 기술을 들여와 가르칠 수도 있다. 창작센터의 공방에서는 주민들이 생업과 관련지을 수 있는 디자인, 기술 등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작가에게도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공공미술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그 핵심인 공공성을 적절히 정의해야 할 것 같다. 경기도미술관의 공공성은 무엇인가.

'포스트뮤지엄'을 실현하는 것이다. 오늘날 미술관은 결과물을 전시하는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포스트'에는 '해체'라는 의미도 있지 않나. 한계를 극복하면서 '글로컬(Glocal=global+local)'한 지향을 갖는 것이다.

지난 5월 경기도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였던 작가 배영환의 '도서관 프로젝트' 같은 것이 공공성을 구현한 예라고 생각한다.('도서관 프로젝트'는 문화 소외 지역에 이동 가능한 컨테이너 도서관을 보급하는 프로젝트다. 관객들도 이 '아이디어'이자 '작품'인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또 책을 기증함으로써 참여할 수 있다.)

경기창작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그런 취지다. 지역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미술관 안팎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대안 활동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누구를 위한 공공성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함축한다면.

관객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단지 경기도민, 안산시민만이 아니라 코스모폴리탄 관객을 위한 것이다. 세계에 무엇을 보여주느냐, 어떤 공감할 수 있는 담론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미술관이 그런 역할을 할 때 저절로 지역의 지지를 얻고 미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경기도민만을 목표로 하면 세계를 끌어들일 수 없지만 반대는 가능하다.

'포스트뮤지엄'을 실현하는 데 참고로 하는 미술관이 있나.

뉴욕 뉴뮤지엄, 파리 퐁피두센터와 팔레 드 도쿄, 덴마크 코펜하겐의 루이지애나 미술관 등 탈관행적인 미술관들이다. 권위적인 미술관과 함께 이런 진취적인 미술관도 필요하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