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광고의 뉴미디어?] 아우디'R4', 기아 'K7' PPL광고 통해 론칭 새 바람

TV 드라마는 그냥 보고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한가? 아니면 정보를 주는 미디어의 기능도 하는가?

요즘 드라마는 엔터테인먼트를 뛰어 넘어 또 하나의 미디어로 다가서고 있는 느낌이다.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뉴스처럼 '의도된' 주요 정보를 은근슬쩍 전달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문 방송 인터넷상의 정보보다 더욱 강하게, 더 큰 위력으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새로운 뉴스 미디어'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지난 10월 22일(목) 6회째 방영분에서 뉴 아우디의 신차인 'S4'가 주인공인 황태경(장근석 분)의 애마로 처음 국내에 선보였다.

현재 KBS에서 방영 중인 첩보액션 드라마 '아이리스'.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등 주연배우들의 호연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액션으로 시청률 20%대를 상회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드라마에도 눈에 띄는 자동차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기아자동차의 야심작인 준대형 신차 'K7',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현준 (이병헌 분)이 타는 차로 11월 중순 방영분부터 등장할 예정이다.

많고 많은 차량들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영화나 드라마의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뜻하는 간접광고 형태인 PPL광고(products in placement) 이다. .

그럼에도 '미남이시네요'에 등장한 아우디 S4나 '아이리스'의 K7을 특히 돋보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를 통한 신차론칭이라는 점 때문이다. 즉 '드라마 공개=신차 론칭'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내서다.

보통 자동차 회사들이 신차를 공개하는 것은 론칭이라는 자리를 통해서다. 호텔 연회장이나 널찍한 공간에 광고판을 세워놓고 차량을 보여주며 연예인이나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는 형식. 방송 영화 등에서 차량들이 PPL로 등장하는 것들도 론칭 이후에나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이 두 드라마에 나온 신차들은 일반적인 론칭 과정을 통하지 않고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 첫 사례란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결과적으로 드라마가 일반 뉴스와 같은 미디어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제는 드라마가 (결과적으로 뉴스보다 더 빠른) 미디어다'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차가 드라마를 또 다른 미디어로 활용하는 새로운 노력은 '아이리스'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드라마들은 물론,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신차 K7의 사전 공개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는 대작드라마 '아이리스'와 함께 스포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 시즌 2', 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등에서도 11월 방송 분부터 K7을 등장시키고 있다. 신차를 정식 출시 전에 다수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 보기 힘든 일이다.

기아차는 나아가 드라마 '아이리스'에 신차 K7은 물론 포르테, 포르테 쿱, 로체 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기아차량들을 대거 전편에 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신차를 처음으로 일반에 소개하는 데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를 메인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과거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의 뉴스를 통해 신차를 집중적으로 데뷔시켜온 관례와는 다르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아차와 아우디 사례를 통해 일반인들은 새롭게 시장에 소개되는 신차들을 모두 '드라마에서 처음 만난다'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아우디는 '드라마 출연=론칭'이라는 형식을 지닌다는 것. 아우디는 별도로 기존 미디어들을 통해 S4를 소개하는 기회를 따로 갖지 않는다.

기아차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기존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신차 K7을 소개하는 종전 형식의 론칭쇼 자리를 별도로 마련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소개되는 것보다 더 늦다는 점에서 일반 미디어 입장에서는 다소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다.

이들 기업이 드라마를 첫번째 메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 이유는 당연히 홍보 광고 효과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마케팅에서도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과거와는 다른 소개 방식이 필요했었고 전통 론칭과는 다른 드라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아우디코리아의 한동률 차장은 "드라마 속 신차 론칭은 우선 새롭다는 측면에서 어필한다"고 분석한다.

또 차량이 그냥 단독으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닌, 극중 주인공을 통해 소개되는 후광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멋있는 사람이 타는 차량으로 인식되고 차량에 스토리텔링이 입혀진다는 점에서 각인 효과가 크다. 드라마 시청자층이 워낙 넓어 인지도를 넓힐 수 있다는 점 또한 일반 뉴스 미디어보다 우위를 점하는 요소다.

일반 뉴스보다 인기 드라마를 통한 홍보가 이처럼 더 각광받는 이유는 홍보 매체로서 기업들의 공중파방송 선호 취향과도 밀접하다. 신차가 출시돼도 공중파 뉴스로 방송을 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동차 회사의 한 홍보맨은 "인터넷이나 신문 잡지 뉴스도 중요하지만 비주얼로 방송 드라마에서 차량이 비쳐지는 효과가 더욱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기아차 측은 "K7이 회사에서 사활을 걸고 있을 만큼 중요한 차종이라 '드라마 론칭'이라는 초고강도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번 두 건의 드라마 신차 론칭을 계기로 홍보 광고업계는 물론 방송계에서도 앞으로 드라마를 통한 신제품이나 기업의 광고 홍보 노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언론계 일각에서 '기자나 블로거보다 극중 연예인이 더 빠르고 낫다'는 자조적인 푸념이 나온다.

드라마 홍보 VS 뉴스 홍보의 경제성 비교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 올 초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MBC는 "선덕여왕의 인기에 힘입어 불황을 벗어났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드라마가 뜨고 시청률이 폭등하면서 광고 사정도 부쩍 호전됐다는 얘기.

이 드라마 방영 시간대에 밀려드는 광고 물량이 넘쳐 다른 프로그램의 광고 확보도 원활해졌다고 한다. MBC 9시 뉴스데스크의 광고 또한 '선덕여왕' 방영 이후 나아졌다고도 한다.

'선덕여왕'의 경우에서처럼 방송에서 킬러 콘텐츠로서 드라마가 갖는 영향력은 날로 커지는 추세이다. 최근 메이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드라마를 신차의 가장 첫번째 홍보 미디어로 활용하는 것도 결코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는 않다.

그럼 홍보 미디어로서 드라마와 뉴스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적일까? 홍보 효과만 놓고 보아서는 드라마가 일반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뉴스보다 전혀 뒤지지 않는다.

투입되는 비용 면에서는 주장들이 엇갈린다. "드라마에 차량을 협찬만 하고 별도의 비용은 전혀 들이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 'S4'를 출연시킨 아우디코리아는 이번 드라마 론칭에 차량 말고 들어간 경비는 없다고 공개한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차량 값 이외는 돈이 드는 일이 없다는 것. 일반 론칭의 경우 호텔 연회장을 빌리고 무대와 조명 등을 설치하고, 모델이나 배우, 공연단 등을 초빙해야 하니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글쎄, 돈을 한 푼도 안낸다고요? 100%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만 주면 절대 인기 드라마에서 주인공 못 태웁니다." 국내 광고업계의 한 인사는 아우디의 주장을 일축한다. 분명이 '차+알파'가 있다는 것이다. PPL 업무를 담당하는 광고계 누구에게 물어 봐도 PPL 비용은 비공개이지만 불문율로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아측도 '차량 지원은 물론, 일정 부분 아이리스의 제작비를 댔다"고 토로한다.

이에 대해 아우디코리아는 "돈으로만 따지면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측면에서 연예 방송계 지인들과의 인맥, 친분 등도 무형으로 작용하는 덕분"이라고 반박한다.

드라마나 영화, 뮤직 비디오 등에서 공공연하게 일반화한 PPL 간접광고는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나 체계는 아직 확립돼 있지 않다. 통일된 기준이나 원칙 없이 그저 관례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 방송가에서는 IPTV 등 뉴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미디어 관련 법들이 개정되거나 제정되면서 PPL 운용 규정도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와 아우디의 '드라마 악연'

TV 인기 드라마를 통한 신차 론칭의 국내 효시는? 기아차 'K7' 혹은 아우디 'S4'?

국내 최초의 '드라마 론칭 신차' 자리를 놓고 현대기아차와 아우디간의 악연(?)이 재발했다. 6년전 SBS 드라마 '올인'을 놓고 벌였던 신경전이 또 다시 최근 발생한 것.

"아우디 S4는 이미 해외에서 공개된 차를 국내 시장에 내놓는다는 의미이고, K7은 세계 최초로 신차를 론칭 공개하는 것이란 점에서 차원이 다릅니다."(현대기아차)

공교롭게도 '미남이십니다'에 등장하는 S4와 '아이리스'에 출연하는 K7의 드라마 론칭 시점은 비슷하다. 10월말에서 11월로 이어지는 시기. 그런데다 각각 보도자료를 내는 시점도 가까웠다. 지난 10월 말 하루 차이로 자료를 낸 것이다. 여기서는 아우디가 한 발, 즉 하루 빨랐다.

드라마 PPL을 둘러싼 현대기아차와 아우디간의 악연은 2003년 '올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기아차가 신차 '오피러스'를 지원하고 공식 론칭 발표날 드라마에도 소개되길 기대했는데 기대와 달리 어긋난 것. 촉박한 제작일정과 뒤늦은 편집, 제작진간 커뮤니케이션 착오 등의 이유로 축제 붐을 일으키려던 현대기아측을 실망시켰다.

그런데 '올인' 드라마를 통해 크게 덕을 본 측은 아우디. 주인공 이병헌이 타고 나오는 차량으로 차량을 집중 노출시키면서 큰 효과를 거뒀다. 현대기아측은 지금도 "뒤늦게 아우디가 끼어들었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번 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세다. "K7은 전에 모터쇼에 컨셉트카로 선보였을 때도 관람객들이 앉아 타보지도 못하게 했을 정도로 보안을 유지했던 신차"라며 국내 드라마 론칭 공개의 진정한 최초 케이스임을 극구 강조한다. 해외에서 팔고 있는 차를 국내용 신차로 소개하는 것은 판매 개시이지 출시 론칭이 아니라는 논리다.

아우디 또한 또 다른 마찰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시 아우디코리아가 발족하기 전 수입 에이전시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라 직접 관련이 없다"며 충돌을 피하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