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최기창 개인전<The Marvelous in the Everyday>
유한함을 깨닫는 순간 생은 경이로워진다. 세상에, 어떻게 당신이 내 손을 잡게 되었지, 이 아까운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지내 왔을까. 모든 웃음과 말, 움직임이 지극해진다. 일상에서 충분히 놀랄 수 있다면 애정 결핍이나 욕구 불만 같은 현대인의 고질적인 정신병도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나 욕망'들'의 스펙트럼을 일괄 재배열함으로써 작동하는 자본주의 문명 하에서는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놀라며 살기도 쉽지 않다. 놀라움의 대상은 제공된다. 손에 착 달라붙는 핸드폰, 입주자까지 프리미엄급으로 격상시켜주는 프리미엄 아파트, 이번 시즌 트렌드에 따라 어깨가 쫑긋 선 재킷….
놀라움의 수준도 조절된다. 자본의 무한한 증식을 위해서는 하나의 상품이 궁극의 놀라움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소비자의 일상은 놀랍다고 외치는 광고 속에, 한때 놀라웠으나 곧 시들해진 상품들과 어느 정도까지 문명이 통제하고 강요한 것인지 모를 지경인 욕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놀라움 자체가 진부한 원리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개인이 놀라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감수성과 놀라고자 하는 의지, 놀라워할 수 있는 능력을 지켜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무디어질수록 삶도 시시해진다.
최기창 개인전 < The Marvelous in the Everyday >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선컨템포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린다. 02-720-5789.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