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리를 말한다] 이강훈·장석준 작가 가로수길·성북동서 영감 얻어 아트 워크

새벽 5:27, 가로수길에는 괴물이 산다
예술가들은 거리에 색을 칠하고 문화를 불어 넣지만 거리 역시 작가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거리 자체가 놀라운 영감의 원천이 될 때다. 작가들의 눈에 비친 거리의 또 다른 모습에 주목하라.

작가: 이강훈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

작품 설명: 홍대에서 가로수길로 이전한 지 어느덧 2년째다. 발을 들인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인 4~5년 전쯤. 당시만 해도 가로수길은 적막한 공간이었지만 3년 전부터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밤샘 작업을 하고 새벽녘에 길을 나설 때면 낮에 북적거렸던 사람들은 볼 수 없었던 가로수길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새벽 5시 27분, 해 뜰 무렵의 텅 빈 거리는 조용하면서도 한적해 왠지 사람들 외에 다른 생명체가 이 거리를 채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로수길에서 24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면 목격할 수 없을 이런 생경하고 몽환적인 풍경을 사진을 토대로 한 일러스트 작업으로 표현했다. 오후 2:27은 이 작품의 낮 버전. 거리 한 가운데 버티고 선 사슴과 눈이 피곤할 정도로 강렬한 색채는 해가 떠 있을 때 이 거리를 압도하고 있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100개의 돌담, 평평을 위한 돌

작가: 장석준 작가 (설치 미술 겸 영상 아티스트)

작품 설명: 이번 작업은 테이크아웃드로잉 카페에서 그 본거지인 성북동을 주목하며 시작됐다. 나는 어떤 지역이 시각화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평면의 시각으로 성북동이라는 공간을 표현하기로 마음 먹었다. 평면화 작업을 위해서는 사진으로 공간의 모습을 채집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나의 전작에서 몇 번인가 사용했던 방식이다. 한 번은 셔터만을, 또 한번은 모더니즘 건축물만을 촬영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구조물에도 우리만의 문화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성북동에서는 돌담만을 찍었다. 성북동 지역 자체가 언덕이 많고 큰 집이 많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돌담의 형성이 필수적이라 성북동에서는 유난히 많은 돌담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부잣집의 벽을 유지하기 위해서 돌담이 사용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언덕 위 판잣집을 짓기 위해 돌담이 쓰이는 것을 보면서 이 돌담이라는 구조물이 성북동을 가르는 빈부의 구분과 상관 없이 공평하게 사용되고 있음에 주목했다. 평평한 터전에서의 삶을 위해 성북을 받치고 있는 100곳의 돌담을 촬영해 이어 붙인 후 평평을 위한 돌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