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성형의 빛과 그림자]

'주사만으로 콧대를 세운다', '10~20분 투자로 동안 만들기', '쉽고 간단한 성형', '흉터 없이 자연스럽게 고치기', '회복기간이 필요 없는'….

'쁘띠 성형'을 광고하는 문구들이 넘쳐난다. 칼 대는 수술이 겁나거나 시간이 부족한 사람, 고친 티가 날까봐 걱정돼 성형외과 문턱을 못 넘는 사람도 들으면 한번쯤 혹하게 만든다.

쁘띠(petit, 작다는 의미의 프랑스어) 성형은 보톡스와 필러로 나뉜다. 보톡스 시술은 '보툴리눔'이라는 약제를 주사해 눈가의 주름을 개선하고, 사각턱을 갸름하게 교정하거나 종아리를 날씬하게 만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채우다'란 의미를 가진 필러(filler) 시술은 실리콘, 콜라겐, 히알루론산, 칼슘성분 등 다양한 물질을 주입해 꺼진 이마, 팔자 주름, 다크 써클을 개선하고, 코를 높이거나 눈 밑 애교살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보톡스와 필러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며, 미용시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고, 성형에 대한 인식과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 연예인들조차 성형받은 사실을 솔직히 고백할 정도로 성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다. 또, 젊은 여성들의 전유물이던 미용시술을 남녀노소 전방위 계층으로 확산시키는 데 공헌했다. 보톡스나 필러가 주름개선에 많이 쓰이는 이유로 동안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1-상습적으로 필러제를 맞는 사람 가운데는 피부에 구멍이 뚫리거나 피부색이 죽고, 심하게 형태가 바뀌는 부작용을 겪는 이들이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마이클 잭슨, 멜라니 그리피스, 선풍기아줌마. 2-꺼진 이마 수술 전과 후(쥬비덤). 3-꺼진 눈밑살 수술 전과 후(쥬비덤).
하지만 쁘띠 성형이 불러 온 성형의 보편화 뒤엔 어두운 그림자도 따라다닌다. 성형시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가 여러 문제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보톡스나 필러 주사를 놓는 등 불법 성형시술도 적지 않다. 시술받은 부위가 썩거나 울퉁불퉁해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쉽고 간단해서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미용시술. 얼마나 알고 받는 것일까?

주사 한방의 마법, 비밀은 주사제

쁘띠 성형의 안전성은 크게 사용하는 주사제의 종류와 의사의 기술, 시술받는 사람의 피부상태에 따라 좌우된다. 이 중에서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주사제다. 주사 한방으로 외모를 바꾸는 쁘띠 성형의 비결은 주사제에 있다.

쁘띠 성형의 대부분은 피부의 꺼진 부위에 볼륨을 채워 넣어 주름을 없애거나 얼굴 윤곽을 또렷하게 하는 필러가 차지한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거의 필러 시술이다.

보톡스는 한마디로 근육 마비제로, 주사 후 약제 성분은 곧 사라지나 근육은 4개월 정도 마비상태가 된다. 근육신경을 마비시켜 근육을 이완시켜주기 때문에 종아리나 턱을 홀쭉하게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 근육의 움직임으로 생기는 눈가나 입가의 주름에도 효과가 있다. 희석시킨 소량의 독소를 주사하고, 주사 후엔 약 성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에 반해, 필러는 패인 흉터나 주름 등 노화로 인해 꺼진 부위를 채워 주는 시술이다. 코를 높이거나 매부리코를 교정할 때, 빈약한 턱이나 입술을 도톰하게 만들어줄 때도 쓰인다. 단기간 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톡스와 달리 필러는 인공피부를 만드는 시술이라 할 수 있다. 인공피부를 만드는 데 어떤 물질이 쓰일까.

필러에 사용되는 물질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크게 필러의 성분과 유지기간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필러의 성분은 인공 합성물질인 액상 실리콘과 특수 플라스틱 물질인 PTFE 등과 생체물질인 히알루론산(HA), 콜라겐, 칼슘성분이 있다. 또, 유지기간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 필러로 구분된다.

필러의 수명이 수개월에서 1년 동안 지속되고 사라지는 것은 단기 필러다. 단기 필러 중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성분이 히알루론산이며, 쥬비덤과 레스틸렌 등의 제품으로 나와 있다. 중기 필러는 수명이 1~2년 정도 지속되며, 자이덤, 코스모덤, 에볼런스 등 콜라겐 성분으로 만든 제품들이 있다. 2~3년 이상, 반영구적으로 효과가 유지되는 장기 필러에는 레디어스, 아쿠아미드, 아테콜 등 칼슘성분으로 만든 제품들이 있다.

필러의 유지기간이 짧은 제품은 대부분 피부 속에 들어가 흡수돼 버린다. 반면, 유지기간이 긴 제품일수록 비분해성 물질로 흡수되지 않고 피부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필러 제품을 흡수성과 비흡수성으로 나누기도 한다.

흡수성 필러는 수개월에서 1년 사이 주입된 물질이 피부 속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흡수성 필러 성분인 히알루론산은 녹일 수 있는 주사제도 있어, 시술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흡수성 필러의 경우, 흡수되지 않은 물질이 피부 속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 부작용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더기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더마라이브 제품은 대표적인 비흡수성 필러다.

더마라이브는 히알루론산 성분에 아크릴을 섞은 것으로, 인체와 다른 아크릴 성분이 인체에 흡수되지 않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다수 보고됐고, 유럽에선 사실상 사용이 금지됐다. 비흡수성 필러에 비해 단단하기 때문에 코를 높이거나 입술을 도톰하게 만드는 시술에 많이 쓰인다.

미인피부과 이수근 원장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필러 시술은 거의 대부분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장기 필러나 보따리 상인을 통해 수입되는 불법 필러제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쥬비덤이나 레스틸렌 같은 단기, 흡수성 HA 필러는 인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로 알레르기 가능성이 매우 낮은 안전한 의약품"이라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레스틸렌 등 인체에 흡수되는 HA필러 가운데 장기간에 걸친 부작용 연구를 해온 제품은 사용해도 괜찮지만, 최근에 워낙 많은 필러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어 전문가조차 종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며 신제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흡수성 필러 제품 : 쥬비덤, 레스틸렌, 펄레인
비흡수성 필러 제품 : 더마라이브, 아테콜, 레디어스, 아쿠아미드

효과가 없거나 붓고, 썩고, 구멍 뚫리고…필러 시술 부작용 속출

필러 시술은 칼로 째는 성형수술에 비해 안전하고 쉽다고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얼마 전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이 보도한 쁘띠 성형 피해자들의 사례는 충격적이다. 비흡수성인 더마라이브 필러를 맞았다가 피부가 부패되고, 딱딱한 이물질로 변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입은 것이다. 피해자들은 병원과 필러 수입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더마라이브의 경우에만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 점과 해외에서도 같은 제품 사용자의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점을 들어 수입업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며, 피해자들에게 1억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은 아니더라도, 시술받은 부위가 계속 빨갛게 부어 오르거나 시술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며 소비자보호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A씨는 2007년 5월 코를 높이기 위해 필러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바로 코가 빨갛게 부어올라 염증약을 먹고, 염증치료를 받았으나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다. B씨 역시 2007년 한 피부과에서 코에 필러 시술을 받았다. 주사 한번으로 고통 없이 코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말에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코는 거의 높아지지 않았고, 성형 시엔 약 2년 반에서 3년 동안 효과가 유지된다고 했으나 4달 정도 지난 후 시술효과가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은 2003년 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전세계적으

로 보고된 930건의 필러 의약품의 부작용 사례를 발표했다. 발진과 근육 마비, 생명을 위협하는 심한 염증과 알레르기 증상, 얼굴 형태의 망가짐 등 다양한 사례가 보고됐다. 그런데 이 중에는 쥬비덤이나 레스틸렌 등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필러 제품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제품에 상관 없이 필러 시술 전반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양대의대 성형외과 김정태 교수는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필러 시술을 시작한 건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이 같은 시술은 대개 부작용이 10년 이상 지나 발현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쁘띠 성형, 결코 쉬운 성형 아니다…숙련된 전문의에게 받아야

쁘띠 성형의 성공에서 필러에 사용되는 제품뿐 아니라 시술자의 기술도 경시할 수 없다.

미인피부과 이수근 원장은 "주사로 하기 때문에 쉬운 시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필러는 매우 숙련된 전문의만이 할 수 있는 정교함이 요구되는 고난도의 시술"이라고 말했다. 보톡스의 경우, 시술경험이 전혀 없는 의사라도 교과서를 보고, 정해진 용량과 주입 깊이에 따라 주사하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필러는 절대로 책만 보고서 할 수 있는 시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피부 색깔과 두께에 따라서도 필러 시술의 테크닉이 달라진다.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도 "쁘띠 성형 부작용의 경우, 필러 제품의 문제도 있지만 시술자의 기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특히, 혈관분포가 적어 필러 시술 후 괴사가 잘 일어나는 코끝 등의 시술을 받을 때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쁘띠 성형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자세가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시술받는 이의 피부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FDA는 ▲과민성 피부 알레르기가 있거나 콜라겐이나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피부 염증을 앓고 있는 경우, ▲상처가 잘 나거나 큰 상처가 있는 경우, ▲여드름 등의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출혈장애가 있는 경우엔 필러 시술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술에 대한 경각심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를 들어, 코 속에 실리콘을 삽입해 코 끝을 높이는 융비술의 경우, 수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실리콘을 뺄 수 있다. 그러나 칼슘제를 주사해 코 망울을 높이는 필러의 경우, 한번 넣으면 피부와 섞여 재수술이 어렵다.

쁘띠 성형에 대한 지나친 환상도 금물이다. 한번의 주사만으로 수술과 똑같은 성형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또, 보톡스나 필러의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일부 환자들의 영구적인 쁘띠 성형 효과 기대가 인체에 흡수되지 않는 장기 필러 제품의 사용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