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故 오영철 3주기 추모전
후자라는 것은 사진의 꼼꼼한 짜임새에서 알 수 있다. 겨울 바람에 고개를 기울인 여자의 뒤에서 서울의 마천루도 따라서 기우뚱한다.('청계천 지연') 보는 마음까지 위태로워진다.
많은 사진이 시소 같은 인상이다. 가로로 넓은 공간의 양 편이 가운데를 축으로 대칭을 이룬다. 각 편에 한 사람씩 있다.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동떨어져 있다. 사진작가는 왜 저 외톨이들을, 만나지도 못하게 할 거면서, 한 프레임에 가두어 놓았을까. 외로움이 짙다. 그래도 삭막하지 않은 것은 그들 곁에 한강이 있기 때문이고, 광각 렌즈로 미세하게 둥글어진 공간감이 그들을 한 품에 안아주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슬프고 아름다우며 절망적이면서 따뜻한 사진을 찍었을까.
오영철이라는 작가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생면부지의 기자도, 사진 몇 장만 보고도 그 젊은 죽음이 아깝고 아까운데 지인들이야 오죽할까. 고인의 작업을 추려 3주기 추모전을 마련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