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잉카문명전] 5천년 페루 문명 진수 1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서 선보여

페루, 고대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 전경
'최초' '최고' '최다'

2년의 준비와 기획 끝에 12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 특별전시관에서 문을 여는 '태양의 아들, 잉카'(The Great Myth and Mystery of Peruvian Civilization) 전시회에 따라 붙는 수식어다.

5,000년 페루 문명의 진수를 모은 국보급 문화재가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두고 전시 관계자들은 "'페루가 온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페루 최남단부터 북부 지역에 산재한 10개 국립 및 사설박물관과 연구소에서 351점에 달하는 유물이 출품된 이번 전시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이번 전시는 페루에서 꽃피운 문명 중 존속기간이 불과 100년에 불과했던 잉카 위주의 전시에서 벗어나 안데스 문명의 전 역사로 영역을 확장했다. 잉카 이전의 10여 개에 달하는 고대 및 중세 문명의 다양한 궤적을 황금 유물 및 직물, 토기와 석조물과 목조품, 보석 장신구에 이르는 다채로운 유물을 통해 조명한다.

한편, 세계사의 신비로 남아 있는 잉카 문명의 베일을 벗겨줄 초대형 문화 프로젝트인 '태양의 아들-잉카'전은 1963년 한국-페루 수교 이후 최초ㆍ최대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다. 지난 11월 11일 방한한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전시 기간 중 이 대통령의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이번 전시가 아직까지 미지의 나라로 알려진 페루를 알리기 위한 최상의 기회라는 판단에서였다.

펠리노 장식 가슴꾸미개(B.C. 1200-200)
페루 대통령의 전시 초청에서 살펴 볼 수 있듯 이번 전시는 페루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성사됐다. 사설 박물관에서의 소량 유물 대여나 복제품 위주의 졸속 전시 등으로 관람객에게 부정적 이미지만을 구축한 기존의 잉카 전시와 이번 전시가 근본적인 차별을 꾀할 수 있었던 이유다. 국가 차원의 협력을 통해 이번 전시는 같은 기간 이탈리아와 일본, 프랑스에서 열리는 관련 전시보다 월등한 전시 유물을 확보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페루 문화청이 6개월 간의 협상 끝에 출품을 확정한 6구에 달하는 미라도 이 같은 지원 속에 최초로 한국 관람객을 찾는다. 기원 전 100년 전부터 기원 후 400년까지 번성한 나스카 문명의 유적지에서 출품된, 장례용 곤포에 쌓인 미라를 포함해 치리바야 문명(A.D 900-1440)의 성인 미라 2구 및 어린이 미라 1구와 동물 미라 2점이 바로 그것.

누운 형태의 이집트 미라와 달리 좌상 형태인 미라는 고대 페루인들의 조상 숭배 의식과 죽음에 대한 사고 체계를 생생히 보여준다. 또 미라를 감싸는 망토로 쓰였던 2미터에 달하는 파라카스 문명의 망토와 페루 북쪽 달의 신전에서 발굴된 치무 시대의 장례 행렬 모형도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987년 알바 월터 박사가 이끄는 고고학 조사 연구단의 발견으로 전 세계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던 '시판 왕' 무덤에서 출품된 41점에 달하는 황금 유물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 이집트 투탕카멘 왕 피라미드에 비견되며 남미 고고학계의 최고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판왕 무덤 발굴에서 왕과 왕비, 제사장과 장군 등의 무덤에서 발굴된 모체 문명(A.D 100-700)의 황금 장신구들은 페루 고대 문명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 페루에서 흔히 사람들이 떠올리는 '마추픽추'에서 출토된 유물도 최초로 한국을 찾는다.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럼 빙엄이 1911년 발견한 잉카 최후의 도시인 '마추픽추'에서 발견된 토기와 금속 유물들은 인류 역사의 미스터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공중 도시에 대한 실재성을 부여한다.

마추픽추 유물과 더불어 전시에 긴장감을 부여하게 될 유물은 평원에 그려진 거대한 지상 회화로 알려진 나스카 유적에서 발견된 10점에 달하는 토기와 황금 유물을 통해 관람객들은 '누가?' '어떻게' '왜' 나스카 평원에 100미터가 넘는 초대형 그림을 그렸던 가에 대한 질문과 대면하게 된다.

전시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에스파냐(오늘날의 스페인) 제국의 무자비한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대형 초상화와 무기류. 1531년 인구 1,000만 명과 오늘날의 볼리비아와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해당하는 4,000km에 달하는 거대한 영토를 자랑했던 대제국 잉카는 150명에 불과한 병력을 이끌었던 피사로에 의해 정복당한다.

계략을 통해 사로잡은 잉카의 황제 아타왈파를 화형에 처한 뒤 잉카 제국의 황금을 약탈하며 식민 제국을 건설한 침략자들의 궤적을 통해 관람객들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무너져버린 대한제국의 황혼기와 조우하게 된다.

잉카 이전의 문명은

페루의 역사는 크게 잉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고조선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왕국이 명멸했던 한국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안데스 산맥을 주변으로 5,000년간 지속된 페루 역사에서도 수 많은 문명이 역사를 빛냈다.

페루 역사에서 잉카 이전 문명에서 첫 번째 자리에 위치한 차빈문화(Chavin : B.C. 1000 ~ 400)는 기원전 1,200년경 북부 고원지대인 차빈에서 발원한 문화로 신들의 도안이 그려진 석조물로 꾸며진 차빈 신전 유적으로 유명하다.

파라카스 문화(Paracas: 기원전 1천년~기원후 2백년 경)는 화려한 문양이 있는 미라 망토로 유명하며 건조한 남부의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된 문명답게 지하수를 사용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세련된 문명을 이루었다.

평원에 그려진 거대한 지상회화로 유명한 나스카 문화(Nasca : B.C.100-A.D.600)는 각종 신비한 도안으로 장식된 도기와 파라카스 문화를 계승한 직물을 남겼다.

잉카 이전 역사에 있어서 가장 화려한 유물을 남긴 모체 문화 (Moche :A.D.100-700)는 토기와 금 세공 기술에 있어서 뛰어난 발전상을 보여주며 페루 북부 투르히요에 있는 태양과 달의 피라미드 신전과 시판왕 피라미드 등의 유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와리 제국(The Wari Empire : A.D.600-900)은 700년경에 페루의 중부 산악 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하다가 1100년 무렵 쇠퇴했다. 인근에 번성하고 있던 나스카 문화권을 흡수하면서 중부 해안 지방을 제외한 기타 나머지 지역 전체를 통일한 최초의 대제국으로 볼 수 있다.

치무 (Chimú :A.D.1300-1470) 문화는 페루 북부의 해안지대에서 과거 모체 문명을 계승하여 탄생했다. 12세기부터 융성하기 시작한 치무 문명은 당시 북쪽에 있던 시칸(Sicán)문명을 정복하고 치수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1461년 북부해안지방까지 세력을 확장했던 잉카제국에게 정복당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잉카전 큐레이터 최흥선

▶ 태양의 제국 잉카 한국에 오다
▶ "5천년 페루 문명의 진수 선보여"
▶ 잉카인터넷 웹사이트 해커에 뚫려
▶ [알립니다] 잉카문명의 진수 만나보세요
▶ ['태양의 아들, 잉카' 전] 시판왕 무덤·마추픽추 유물… 5000년신비 한눈에
▶ ['태양의 아들, 잉카' 전] 옷·장신구 걸친 앉은 모습의 미라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