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이만익 개인전
굵은 윤곽과 선명한 색감은 쉽다. 그림의 목적과 대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붓을 갓 쥔 어린아이라도 베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쉬워서 대중적 용도로도 많이 쓰였다. 뮤지컬 <명성황후>와 <댄싱섀도우>, 제 10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가 이만익 화백의 붓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오묘하다. 투박한 선으로도 희로애락을 다 담아낸다. 한 끗 차이로 얼굴들이 웃기도 울기도, 흐뭇해 하거나 의기양양해하기도 한다. 색 역시, 기본 색상표에서 콕 집기 어렵다. 섬세한 미감이 필요한 산물이다.
그리고 애틋하다. 따뜻하면서도 그리운 정서가 풍겨나는데, 누구라도 마음 묵직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는 기술이기 이전에 연륜이고, 동시에 철학이다. 올해 일흔 둘로 평생 그림을 그려온 이 노화가의 지향은 휴머니즘이다.
이만익 화백에게 휴머니즘은 "인생의 어려움을 감싸주는 외투 같은 것"이다. 화가 이중섭이 가족과 오손도손 고향에 가는 광경을 그린 그림('고향으로 가는 가족(화가 이중섭)')은 상징적이다. 그 안에서만큼은 비운의 화가 이중섭도 행복해 보인다. 가족과 떨어진 채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병으로 숨진 그의 영혼을 위로하려는 마음 씀씀이일까.
그것은 아마 "사람을 강조하다보니 원근법, 명암법이 무시되고 상대적으로 색이 강렬해지고 평면적이 되었다"는 이만익 화백의 화법이 곧 메시지이기 때문이리라.
이만익 개인전 <휴머니즘 예찬>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20일까지 열린다. 02-519-080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