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이만익 개인전

'가독도-고향집', 2009
한국적 해학, 토속의 대표격으로 이야기되어 온 이만익 화백의 개인전이 열린다.

굵은 윤곽과 선명한 색감은 쉽다. 그림의 목적과 대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붓을 갓 쥔 어린아이라도 베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쉬워서 대중적 용도로도 많이 쓰였다. 뮤지컬 <명성황후>와 <댄싱섀도우>, 제 10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가 이만익 화백의 붓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오묘하다. 투박한 선으로도 희로애락을 다 담아낸다. 한 끗 차이로 얼굴들이 웃기도 울기도, 흐뭇해 하거나 의기양양해하기도 한다. 색 역시, 기본 색상표에서 콕 집기 어렵다. 섬세한 미감이 필요한 산물이다.

그리고 애틋하다. 따뜻하면서도 그리운 정서가 풍겨나는데, 누구라도 마음 묵직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는 기술이기 이전에 연륜이고, 동시에 철학이다. 올해 일흔 둘로 평생 그림을 그려온 이 노화가의 지향은 휴머니즘이다.

이만익 화백에게 휴머니즘은 "인생의 어려움을 감싸주는 외투 같은 것"이다. 화가 이중섭이 가족과 오손도손 고향에 가는 광경을 그린 그림('고향으로 가는 가족(화가 이중섭)')은 상징적이다. 그 안에서만큼은 비운의 화가 이중섭도 행복해 보인다. 가족과 떨어진 채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병으로 숨진 그의 영혼을 위로하려는 마음 씀씀이일까.

'먼 산 청운사', 2009
아예 개인전 제목을 '휴머니즘 예찬'이라 달았다. "세계 미술의 조류가 사람을 위하는 인본주의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근심이 짙다. 한민족뿐 아니라 예수와 햄릿, 톨스토이 소설 속 이반과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까지 화폭에 담았다. 키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교회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인상이다. 소탈하면서도 성스럽다.

그것은 아마 "사람을 강조하다보니 원근법, 명암법이 무시되고 상대적으로 색이 강렬해지고 평면적이 되었다"는 이만익 화백의 화법이 곧 메시지이기 때문이리라.

이만익 개인전 <휴머니즘 예찬>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20일까지 열린다. 02-519-0800.


'나의 시(서정주의 시)', 2008
'이반과 작은 악마(톨스토이_바보이반)', 2008
'나그네 예수', 2008
'고향으로 가는 가족(화가 이중섭)', 1994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