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연재 vs 단행본 '다른 그림 찾기'] '사과는 잘해요' 에피소드·결말 바꿔 600매로 절반 줄어

이기호의 <사과는 잘해요>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연재된 작품이다. <최순덕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등을 냈던 이기호 소설가의 첫 장편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 <사과는 잘해요>에서 대신 사과를 해주는 '사과 대행'을 소재로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죄와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지난해 카프카의 <심판>과 <성>을 읽으면서 죄가 있어 벌이 생긴 것이 아니고 벌이 있어 죄가 생긴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 이 소설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인터넷 연재 소설이 단행본으로 묶이며 '세부 보완'정도의 퇴고 작업을 거치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인물과 주요 골격을 빼고 대대적으로 수정을 거쳤다.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을 한 셈. 덕분에 연재가 끝난 후 책으로 묶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 연재 이후 전면 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썼다고 들었는데.

"연재 당시 소설은 1200매였다. 다시 쓰면서 600매 정도로 내용이 대폭 줄었다.

- 박범신 작가의 조언을 듣고 작품을 다시 썼다고 들었다.

"선생님께서 '네가 잘하는 걸 하려고 하지 말고, 두려워하는 것을 해보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정곡을 찌른 것 같았다. 연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전에 썼던 단편소설 속 인물 캐릭터와 비슷하고, 정작 희봉과 진만보다 작가 이기호의 목소리를 통해 작품이 설명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게 연재를 하고나서 나도 좀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다 뜯어 고치려면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용기를 주셨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나?

"주인공 진만과 시봉이 겪는 에피소드가 다 뒤바뀌었고, 결말도 바꾸었다. 그동안 내 소설이 사건보다는 말이 더 많을 정도로 수다스러웠다면 이번 소설을 고쳐 쓰면서는 작가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 작품이 바뀐 데 대해서 독자들 반응은 어떤가?

"가끔, 대폭 수정한 것에 대해서 불만 메일이 온다. 내가 작품을 고치게 된 계기는 일일연재를 하면서 대중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행본을 낼 때는 작가가 쓰고 싶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었다."

- 인터넷 연재와 단행본, 작품을 쓸 때 차이가 뭔가?

"인터넷이라는 매체보다 일일연재로 인한 차이가 큰 것 같다. 하루에 전개되는 이야기 안에서 (작품의) 완결성을 무의식 중에 생각하게 된다. 때문에 일일연재는 스토리 위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매일 마감이 있어 글 쓰는 데 원동력이 된다."

- 어떤 비평가들은 작가들이 인터넷에 연재하면서 문장이 점점 짧아진다고 말한다. 이런 분석에 동의하나?

"나의 경우 오히려 인터넷 연재 때 문장이 더 길었고, 개작을 하면서 문장이 더 짧아졌다. 인터넷 소설의 쌍방향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댓글은 주로 감상평이 많다. 작가가 댓글에 영향을 받기보다 격려를 받는다. 그리고 대부분 연재소설은 어느 정도 구상을 마친 상태에서 시작한다."

- 앞으로도 쓸 작품은?

"현재 <세계의 문학>에 장편 '수배의 힘'을 연재를 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죄와 벌, 종교의 문제 등을 다룬 작품인데, 연재 후 내년 여름까지는 출간할 계획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