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권오인 개인전 <알레고릴Allegorille-뭘 봐?>

TV를 '구경'한다. 어느 순간부터 개개인으로 구분해내길 포기한 아이돌 그룹들이 채널마다 우르르 몰려다닌다. 영롱한 얼굴과 매끈한 몸들이 상냥하고 씩씩한 성질을 뽐내고 있다. 세간의 관심이 곧 자신의 기쁨이자 꿈, 그리고 수입임을 어려서 깨친 덕이다. 당신의 시선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 광경이 인종 전시장 같단 생각이, 가끔 든다.

저 안에 새 시대 새 인간의 지표가 다 있다. TV 인종의 진화 속도는 놀랍다. 나날이 아름답고 늘씬하고 정교해지는데다 종종 '인간적'이기까지 해서 시청자를 감동시킨다. 지금 한국사회는 보는 낙으로 산다.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물론 저들끼리 노는 것도 본다. 가짜로 연애 상대를 붙여주고, 학교 다니게 하고, 일을 시켜놓고 구경한다.

그런 눈으로 우리를 보면 어떨까. 작가 권오인의 판단은 충격적이다. 고릴라다. 전시장 곳곳 사람 옷 입은 고릴라는, 2009년 5월 귀국한 작가가 한국사회에서 받은 인상을 표현했다는 전시 의도에 비추어 보면 분명 우리의 모습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장자연, 최진실, 마이클 잭슨 그리고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흑백 초상만이 '인간적'으로 보존되어 있다. 영정 사진을 확대한 듯한 대형 패널이 전시장을 둘러 쌌다, 2009년 한 해 우리가 감당해야 했던, 그러나 새 시대로 진화하라는 시대의 부추김 속에 어느새 허술히 잊어버린 부고들이다.

그 속에서 땅딸막하고 알록달록한 고릴라들은 제각각 무엇을 보고 있다. 어떤 눈은 멍하고, 어떤 눈은 시름에 잠겼으며, 어떤 눈은 두려워하고, 어떤 눈은 영악하다. 그들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눈들은 철창 안에 갇혔으며, 전시장 곳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자신을 보고, 그들을 보는 눈은 또 우리를 구경한다. 스스로, 그리고 서로 성찰하는 겹겹의 시선이 필요한 시대임을 뜻하는 장치 같다. 전시 제목인 "뭘 봐?"도 어조에 따라 다른 뜻이 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 권오인이 고릴라 형상을 통해 인간 사회를 풍자해온 '알레고릴Allegorille' 프로젝트의 연장 작업이다. '알레고릴'은 '은유'를 뜻하는 '알레고리allegoria'와 '고릴라Gorilla'의 합성어.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영은미술관에서 1월31일까지 열린다. 031-761-0137.


Allegorille_시선, 2009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