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느림보·인디플러그 고영재 대표독립영화 배급 총괄하는 신디케이터 이어 3월엔 독자 사이트 오픈도

독립영화 제작사 스튜디오느림보의 고영재 대표가 직접 독립영화 신디케이터 인디플러그를 궁리하게 된 것은 기존의 온라인 콘텐츠 유통 구조를 '정상화'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작년 그는 <워낭소리> 불법 다운로드와 전면전을 벌였다. 콘텐츠 판매 수익이 생산자에게 돌아와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은 현실이 아니었다. 이미 형성된 시장을 바꾸는 것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편이 나았다.

단지 오프라인에서 소문난 영화들의 부가 판권 창구가 아닌, 오프라인의 기회를 갖지 못한 영화들의 대안적 개봉 루트로 구상해 보았을 때도 그 편이 맞았다.

고영재 대표가 인디플러그와, 3월 오픈할 독자 사이트를 통해 이루려고 하는 것은 결국 독립영화의 확장이다. 정당한 수익과 더 많은 기회를 얻으려는 것이며 그로써 지속 가능한 독립영화 시스템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한 편 만들면, 그 결과로 또 다시 한 편 만들 수 있는 정도죠." 돈벌이보다는 문화에 방점을 찍는 '독립'영화이기에 이 정도 '시장'을 만드는 데에도 전방위적 전략이 필요하다.

'워낭소리'
- 웹하드를 비롯한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의 '합법화'를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때 웹하드가 운영되는 방식을 살펴 합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안되겠더라. 시간대별로 다른 요금을 부과한다든지 다운로드 이용권을 배포한다든지 하는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 구조 속에서는 콘텐츠 유통이 생산의 기반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 다른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 3월에 오픈하는 독자 사이트가 단순히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만을 위한 곳은 아니라고 들었다.

온라인 상의 독립영화 정보 집결지이자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독립영화 관객에게 양질의 메타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독립영화계 소식, 독립영화 개봉 정보와 리뷰 등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게 하고 거기에 다운로드 서비스를 합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명 정도의 전문 필진을 확보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관객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참여의 장을 넓게 갖출 생각이다.

- 이미 디지털 배급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이 좀 나나.

'낮술'
한 IPTV에 독립영화관 코너를 개설했다. 아직 초기라 액수는 밝히기 어렵다.(웃음) 관객이 보는 만큼 저작권료가 분배되는 셰어 방식으로 계약했다. 미니멈 개런티 방식으로 할 경우 무심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셰어 방식으로 하면 수익이 매달 정산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데이터를 일정 기간 쌓아 시장 분석에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

- 이 사업을 언제부터 구상했나.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5~6월 정도지만 이전부터 고민은 계속해 왔다. 재작년에는 참세상, 민중의 소리 등 뜻을 같이 하는 사이트에서 정기적으로 독립영화 온라인 상영도 했었다. 하지만 지속적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력갱생할 수 있는 수익 구조로 이어지지 못했다.

- 구체화하게 된 데에 직접 제작한 <워낭소리> 흥행이 영향을 미쳤나.

무시할 수는 없다. <워낭소리>의 부가판권 시장 일부를 다루어본 경험이 인디플러그 운영의 밑거름이 된다. 사업 계획을 짜고 자본을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똥파리'
- <워낭소리>의 흥행 때문에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는 상업영화사는 없나.

제2의 <워낭소리>를 요구하는 투자자가 간혹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독립영화라는 문화를 안정적으로 형성하려는 올곧은 마인드의 영화사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독립영화는 영화계 전체에 상업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도전적 동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원천일 수 있는데, 그런 점이 평가받고 있지는 않다.

- <워낭소리> 때문에 독립영화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 오히려 독립영화계에 독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사례가 특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든 예기치 않은 흥행을 하면, 일시적으로 자본의 관심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일종의 통과의례랄까. 그 정도로 이해해야 하는데 <워낭소리>를 일반화하면 곤란하다. 모든 독립영화가 흥행할 수는 없고, <워낭소리> 자체도 시장을 겨냥하고 출발한 영화는 아니었다. 거품은 금방 꺼지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어떻게 제 2의 <워낭소리>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제 2의 <워낭소리>를 포함한 다양한 영화가 꾸준히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다.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의 환경 말이다.

- 안정적인 독립영화 시스템의 인프라로서의 오프라인 상영관의 현황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되물어보자. 특색 있는 상영관이 있나? 예술영화상영관을 지향하는 상영관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 간 구별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고 그것이 수용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반성하기도 한다. 우리가 관객을 그렇게 길들여 놓은 것은 아닌지.

- 그런 입장이라면 현재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예술영화상영관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겠다.

이들 상영관이 종내는 지원 없이 스스로 운영되고 안정될 수 있도록 하려는 장기 비전이 없다. 상영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지원을 중단하고 걸러내는 것이 맞지만, 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독립영화전용관을 공모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그 타당성에 대한 공론화가 없었고, 얼마 전 발표된 심사 결과도 미심쩍다. 심사위원들 중 상영관 혹은 미디어센터를 운영해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상징적이지 않나. 지원의 핵심은 영화계가 활기를 띨 수 있도록 적절한 지점에 적절한 수준의 자극을 주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 위한 연구·조사 과정이 없다.

- 지상파 MMS 도입 때 독립영화채널을 운영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신디케이터가 필요하다. 당장 현실화되었을 때 운영할 수 있는 주체와 역량이 있어야 하지 않나. 가장 규모가 큰 독립영화배급사라도 모든 독립영화 콘텐츠 사업을 대표할 수는 없다. 인디플러그가 그 필요를 일정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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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