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셰프 울프 브라우너트게스트 추천, 최소 3~4번 방문 평가 등 깐깐한 뒷얘기 공개

셰프에게 있어서 최고의 상은 '미슐랭 스타'.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 미슐랭 스타를 직접 획득한 레스토랑은 아직 없다.

울프 브라우너트(Ulf Braunert).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5성급 부티크 호텔인 팔래스 루체른(Palace Lucerne)의 총주방장이자 원 스타(★) 미슐랭 셰프인 그가 최근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레스토랑 코너스톤에서 '미슐렝 푸드'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덕분에 코너스톤도 한동안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의 맘대로 요리하고 주문한 것도 잠시. '임시로 마련된' 미슐랭 레스토랑을 떠나기 전 그가 현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뒷 얘기들을 전해줬다.

"2008년 미슐랭 스타 하나를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원래는 2009년이나 올해 쯤에는 되지 않을까 맘 속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조금 빨라졌죠. 저도 받고 나서 놀랐습니다."

셰프에게는 최고의 영예랄 수 있는 미슐랭 스타 '작위'를 그는 어떻게 받았을까? 13세 때 주방에서 처음 일을 시작, 26년 간 요리 일을 해 온 그는 4년 전부터 팔래스 루체른 호텔의 재스퍼 레스토랑 셰프를 맡아오고 있다. 요리 세계의 '별'을 따는 데 무려 26년이 걸린 셈. 그래도 아직 겨우 별 하나다.

로스티드 슈림프 & 파인애플
미슐랭 스타 셰프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레스토랑 게스트들의 추천이 많아야 된다. 그래야만 심사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다음에야 미슐랭의 음식 평가 담당자들이 직접 레스토랑 평가에 나선다.

"저희 레스토랑에 미슐랭 담당자들이 여러 번 다녀간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단 한 번 일반 손님처럼 와서 식사를 마친 이들이 미슐랭 평가단이라며 여러가지 질문들을 쏟아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제가 미슐랭 스타 후보군에 들었다는 것을 알았죠."

실제 미슐랭의 평가 담당자들은 스타 작위를 부여하기 위해 최소 3~4번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또 매번 올 때마다 평가 담당자들이 바뀐다. 브라우너트 셰프 또한 이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를 못 챘다고 실토한다.

일단 미슐랭 평가단임을 밝힌 후에도 까다로운 '조사'에 들어간다. 셰프에게 직접 많은 질문들을 던지며 대화하는 것은 물론, 주방 구석에서 식재료의 품질 하나하나까지 상세하게 체크한다. "스타 하나를 받기 위해 소요되는 준비 기간만 2~3년은 걸린다고 봐야 합니다. 음식의 맛은 기본, 서비스와 인테리어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올라서야 하고 또 그 레벨을 항상 유지해야만 하니까요."

많은 노력이 투입되는 대신 미슐랭 레스토랑은 비싸다. 최고의 음식과 메뉴들을 자랑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지갑을 많이 열어야 한다는 부담은 필수. 보통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데 한 명이 300달러(약 36만원) 이상 지불하는 것이 평균이다. 물론 와인이나 음료, 물 등을 뺀 음식 값만. 비싼 와인을 시키거나 저녁때 긴 코스는 이보다 훨씬 비싸진다.

주꾸미 올리브 오일 파스타
그리고 2스타급 레스토랑은 보통 200~250달러(약 24만~30만원), 1스타 레스토랑도 150달러(약18만원)는 된다. 와인 한 병의 주문가도 평균 100달러 내외. 샐러리맨 한끼 식사 5000원 기준으로는 결코 이해하기 힘든,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2스타, 3스타까지 올라 서려면 더 고급 재료를 사용하고 질과 서비스, 가격이 모두 높아져야 된다.

"한국인들이 굳이 스위스까지 오지 않고서도 미슐랭 레스토랑을 한국에서 맛볼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메뉴 구성과 음식 조리까지 모두 제가 스위스에서 하는 그대로였죠." 다행히도 음식 값은 스위스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보다는 낮게 받았다. 보통 한국 호텔 수준처럼.

"2010년도 미슐랭 스타 심사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자신합니다." 미슐랭 스타의 유효 기간은 1년. 1년마다 심사해 통과해야만 타이틀이 계속 주어진다. 지난 해 기준 스위스에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 9곳, 2스타는 14곳, 1스타는 47곳이 있다.

혹시 미슐랭 스타 셰프가 되고 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음식 값을 더 올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별 하나를 받기 전이든, 받은 후이든 메뉴나 가격이 달라지진 않았다"는 그는 "항상 하던 그대로이고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외식 산업의 위축도 예외가 아니다. 최고급에 속하는 미슐랭 레스토랑들도 사실 마찬가지 입장. "미슐랭 레스토랑들도 경제 위기 전보다는 게스트가 10%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조금 어려워진 셈이죠.. 여행자 수가 감소한데다 신종 플루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죠."

이탈리아에 근접해 있는 스위스의 남부 지역에서 10년 넘게 산 그는 현지에서도 지중해식 요리를 내놓는다. 풍부한 해산물과 허브, 올리브 오일 등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이 메인 콘셉트. 화려하고 복잡하기보다는 심플하면서도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데 주력한다.

조리한 음식들에서도 그의 요리 색채는 그대로 드러난다. 아침에 바로 뽑아낸 생 파스타에 잘게 썬 주꾸미를 올리브오일을 입혀 낸다거나 구운 새우 밑에 역시 구운 파인애플을 깔아 남국의 향을 더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신선하고 담백한 지중해 요리로 높은 평가를 받는 그는 와인을 이용한 요리 등 항상 새로운 조리법을 선보인다.

유럽 사람인데도 그는 맵거나 강한 향을 '적잖이' 사용한다. 새우 위에 듬뿍 뿌려 놓은 검은 소스는 블랙페퍼 소스. 생강과 마늘까지 갈아 넣어 한 입 먹어 보면 무척 맵고도 강한 후추 향이 오래 남는다. 파스타용 올리브 소스에도 마늘과 칠리를 함께 갈아 넣은 것도 자극적인 한국 사람 입맛에 맞다.

"한국 사람들이 맵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맞추기도 했지만 저 또한 강하고 스파이시한 맛과 향을 선호하거든요." 그래서인지 그는 한국에서 처음 먹어 본 김치도 맛있다고 좋아한다. 유럽에서 김치에 대해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서울에서야 비로소 먹어볼 기회를 가진 것이 그에게는 큰 소득이자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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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