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서평주 개인전 <황색신문>

나도 좀 살자
"경찰 특공대와 기동대원들이 20일 아침 철거민들이 농성 중이던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재개발 지역 건물 옥상에서 망루에 붙었던 불이 꺼진 뒤 저항하던 한 철거민을 붙잡고 있다."

한 일간지에 실린 용산 참사 현장 사진이다. 설명은 구구절절한데, 서평주 작가 눈에는 영 요령부득이었나 보다. 헤드라인을 쓱쓱 지우고 적어 넣었다.

"."

저널리즘의 기본은 공평무사라고, 저 선정적 제목에 난감해 하는 데스크 앞에서도 작가는 흥, 코웃음만 칠 것 같다. 그러면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냐고 되물으면서.

<황색신문 Yellow Paper>의 서평주 작가는 좀처럼 체제 순응이나 권력과의 타협을 모르기에 기사가 무슨 이유에서든 '야마' 없이 얼버무리거나, 시시한 소리를 중언부언하거나, 정작 절실한 일을 어물쩍 묻고 넘어가는 꼴은 질색이다. 그 속에서 눈곱만큼이나마 진실을 발견하면 앞뒤 볼 것 없이 터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천생 편집자다. 그의 눈에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신문들의 편집 수준도 성에 안 차기에, 종종 직접 손을 쓰는 사고를 치곤 한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네
작년 여름, G8확대정상회의에서 나란히 앉은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과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사진이 보도되었을 때도 작가는 의심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아프리카엔 맞춤형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자 카다피가 내 손을 꼭 잡고 흔들며 뭐라고 말을 많이 하더라"며 순방 뒷얘기를 전했다"는 설명은 아무래도 알쏭달쏭하지 않은가. 사진을 약간 보정하고, 설명에서 사족을 지우니 답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아프리카엔 맞춤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자 카다피가 내 손을 꼭 잡고 흔들며 많이 하더라"는 것. 그의 얼굴엔 카다피 대통령의 입술 자국이 잔뜩이다.(<>)

대통령 말씀이라는 것 외엔 별 뜻 없는 말로 독자를 무한 고뇌에 빠뜨리느니, 농담으로 기쁨 주고 사랑 받는 것이 차라리 올바른 저널리즘이라는 투다. 사실은 파편적이고 진실은 사실들을 꿰어 내는 혜안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그런 혜안을 갖춘 언론과 공적인 말이 얼마나 될까. 이해 관계는 사실에 접근하는 태도를 굴절하고, 정치는 선동적이다. 믿을 것 없는 한국사회에 남은 희망은 풍자와 해학, 개개인의 성찰과 비극적 현실에 대한 공감뿐이다.

그런 심지로 해온 작업들을 모았다. 신문을 재료로 삼은 '몽타주' 작업도, 현실의 기호들을 자잘히 담은 회화도 재치 넘친다. 유머 감각은 언제나 약자들의 최고 무기였다.

서평주 개인전 <황색신문>은 다음달 7일까지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에 위치한 대안공간반디에서 열린다. 051-756-3313.


노란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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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