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의 새바람] 연예인들의 기부 릴레이 팬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 선순환 효과

#1월 22일 미국의 유명 스타 100여 명은 '아이티에 희망을(Hope for Haiti Now)'이라는 자선 행사를 펼쳤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톰 행크스, 리오나도 디캐프리오, 멜 깁슨, 로버트 드니로 등과 팝스타 비욘세, 마돈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나, 샤키라 등 100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아이티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행사는 CNN, MTV, ABC 등 20개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전화, 인터넷,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모금을 진행했다. 그 결과 7,300만 달러(약 840억 원)가 걷혔다. 행사 진행 두 시간 만에 얻은 수확이었다.

#1월 26일 에서 '아이티 지진 피해 성금 돕기' 코너를 통해 아이돌 그룹 2PM의 전 멤버 박재범 이름이 전파를 탔다. '2PM 박재범 팬클럽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팬들이 500만원을 기탁한 것. 2PM의 팬클럽은 지난 22일에도 '2PM 팬카페 환상'이 박재범의 이름으로 인터넷 모금 창구인 '해피빈'으로 '콩'(1개 100원) 8만 7,000개(870만 원)를 기부했다.

#1월 21일 배우 이민호의 팬클럽이 아이티 긴급구호를 위해 써달라며 유니세프를 통해 1,004만원을 기부했다. 이들은 지난해 이민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6월 22일 유니세프에 622만원을 전하기도 했다.

유명인들의 기부 동기부여

얼마 전 배우 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한국컴패션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이들은 컴패션 밴드로 활동하며 꾸준히 선행을 펼치는 연예인이다. 이들이 쾌척한 1억 원의 의미는 남달랐다. 한국컴패션측은 "이들 부부의 1억 원 기부로 회원들의 기부 및 개인 기부자들의 모금이 더 활발해졌다. 연예인들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대중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지와 리오나도 디캐프리오는 각각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 원)를 아이티 성금으로 내놓고, 자선행사에까지 참여했다. 원로배우 신영균도 아이티를 위해 써달라며 유니세프에 10만 달러(약 1억5,000만 원)을 기부했고, 배우 장동건도 1억 원을 전했다.

스타들의 계속되는 기부 릴레이는 일반인들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선행에 앞장선다면 주저 없이 서포트를 하고 싶은 건 일종의 '팬심'이다. 연예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팬들에게도 스며들어 긍정적인 효과를 준 셈이다.

스타들의 선행은 또 다른 파급효과를 낳기도 한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며 선행을 실천하는 팬덤 문화가 그것이다. 언젠가부터 '의식 있는' 팬덤 문화는 선행 문화로 발전했다. 팬클럽이 자발적으로 선행을 실천하며,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해당 스타의 이미지를 위한 것이라는 단편적인 측면보다는, 보다 성숙한 팬덤 문화의 정착이라고 봐야 한다.

굿네이버스의 양진옥 본부장은 "유명인들이 선행을 펼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고 홍보 효과도 보는 건 사실이다. 배우 최수종은 1998년부터 우리와 인연을 맺고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성 홍보에 의존한 프로그램이 되어버리면 진실성이 묻혀버려 그 소중한 가치를 전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요즘에는 많은 연예인들이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에 먼저 참여하고자 한다. 이들의 의식 변화가 대중과 팬들에게 전달되는 건 당연하다. 선행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효과가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부를 돕는 미디어의 힘

기부에 있어서 미디어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KBS <사랑의 리퀘스트>는 아이티 지진 피해를 위한 특집 방송을 해 2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았다. ARS로만 1억 2,000만원이 걷혔고, 후원전화로 1,148건이 접수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8,700여만원이다. 성금기탁으로는 770만원이 넘었다. <사랑의 리퀘스트>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낸 결과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단비'도 방송 내내 '글로벌 나눔 캠페인'으로 성금을 모금 중이다. '단비'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열매, 옥션과 함께 지난해 12월부터 현재(29일 오전 5시) 1억 4,7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이 기금은 국내외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

KBS <명가>와 3월 방송 예정인 <거상, 김만덕>도 선행이라는 실천을 앞세우며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두 드라마는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한 역사적 인물들을 그린다. 이 인물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선행의 참된 본질을 전달한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이다.

▶▶▶ '기부 문화의 새바람' 관련기사 ◀◀◀
▶ 특권층만의 문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중화 !
▶ 연예계 스타들의 솔선수범은 대중의 선행 촉매제
▶ 소액도 모이면 큰 힘… "기부 문화가 확 달라졌어요"
▶ 소리꾼 장사익 "노래하면서 기쁨주는 게 좋은 일"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