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의 부활]식품으로 공인받으며 풍부한 미네랄 함유·알카리성 등 우수성 재조명

바다에서 태어난 순백색의 '입자', 평범한 가루처럼도 보이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될 생활 속 필수식품. 소금, 아니 천일염이다.

천일염이 날개를 다시금 달기 시작했다. 최근 웰빙과 슬로 푸드, 자연식 등이 중시되는 시대적 추세와 맞물려 천일염이 푸드 및 관광의 새로운 테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천일염이 자연이 가져다 주는 '진정한 소금'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또 우리 천일염과 염전이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 없는 훌륭한 자산이라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어서다.

천일염의 부활은 공교롭게도 천일염이 '식품'이라는 공인 인증을 최근에야 받게 되면서 비로소 재조명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다시 말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일염은 '음식' 대접을 받지 못해 온 것이다.

법적으로는 '광물'로만 취급돼 왔다. 사람들이 수시로 먹고, 또 먹어야만 하는 소금이 식품이 아닌 광물로 오랜 기간 규정돼 있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놀랍기만 하다.

우리 오랜 역사의 유산이기도 한 천일염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것은 1963년, 염관리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소금에 대한 정의를 '제재염, 가공염, 정제염'으로만 명시하고 천일염은 소금으로 정의되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천연에서 채취하는 광물로 전락해 버렸다. 천일염의 관리업무를 산업자원부에서 담당해 온 것도 이 무렵에서다.

하지만 2006년 천일염의 식품화를 위한 염관리법 개정안이 정부 주도로 발의되고 2007년에는 염관리법이 비로소 개정된다. 소금의 정의에 천일염이 포함되고 소금에 대한 관리업무 또한 산업자원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됐다.

법 규정이야 어쨌든 그간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천일염을 사고 팔거나 또 먹어 왔음에도 천일염이 광물로 정의돼 온 것은 산업, 경제적으로 커다란 차이를 야기한다. 일반 가정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김치나 스낵 등의 가공공장, 식품 업체 등에서는 천일염을 전혀 사용해 올 수 없었기 때문.

이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공전에 '식용소금으로는 제재염, 가공염, 정제염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염관리법의 수정과 함께 지금은 식품공전의 식용소금 규정도 개정돼 천일염이 포함됐다. 천일염이 정식 식품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사용될 수 있는 법적인 길이 비로소 열린 것이다.

일반인들이 천일염에 다시금 주목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다른 종류의 소금들에 비해 영양학적 측면에서의 우수성 때문이다.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소금의 화학적 기호는 NaCl. 소금은 나트륨(Na)과 염소(Cl)가 결합한 염화나트륨 결정체란 표시다. '소금=염화나트륨=NaCl'이란 공식에 큰 이의는 사실상 없다. 하지만 '천일염=NaCl'이란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일반 공장에서 화학 공정을 거쳐 생산된 소금의 염화나트륨 비율은 거의 99% 내외. 짠 맛을 내 주는 대표적 성분들인 나트륨과 염소 이외에는 다른 구성분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전남 신안군을 비롯한 국내산 천일염의 NaCl 함량 비율은 85~86%에 불과하다. 공장 소금과 천일염이 무려 10% 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둘은 다만 염화나트륨이 주성분이라는 점에서만 일치한다.

그럼 나머지 13~14%의 차이는 무엇인가? 김학렬 목포대 식품공학과 교수가 발표한 ''천일염 현황 및 우수성' 논문에 수록된 여러 소금의 성분분석 비교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해안 천일염의 수분 함량 비율은 8~14%에 달한다. 이에 반해 공장에서 만들어진 정제염의 수분 함량은 0.16% 내외. 또 세계 최고의 소금이라 일컬어지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의 염화나트륨 비율 90% 내외에 비해서도 우리 천일염은 더 우수한 수치를 나타낸다.

"천일염에는 염화나트름 말고도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과 무기질 등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인체의 생리 활동에 필요한 성분들인데 대략 80여 가지나 됩니다. 결국 바닷물 속의 미네랄이 천일염에 그대로 녹아드는 것이죠." 때문에 천일염 옹호론자들은 자연의 미네랄 밸런스가 균형 있게 녹아 있는 소금이 곧 천일염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칼슘, 마그네슘, 철분, 칼륨 등 각종 미네랄 성분 함량 비율에서도 우리 천일염이 우수한 것으로 드러난다. 마그네슘의 경우 우리 남해안 산지 천일염의 경우 1만ppm 내외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제염은 182ppm에 그치고 있다. 게랑드 소금이 4500ppm 정도여서 우리 소금이 두 배 더 함량이 많고 멕시코 천일염의 484ppm에 비해서는 거의 열 배 차이가 난다.

음이온 분석에서 또한 남해안 천일염은 7000~7400ppm대여서 게랑드 소금 8100~8800ppm대, 멕시코 소금 8883ppm, 정제염 8888ppm에 비해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천일염은 갯벌에서 생산된 염으로 중국, 호주 등의 천일염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NaCl 함량도 약 80%로 중국산 천일염 약 85-95%, 호주, 멕시코 등의 천일염 95% 전후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이 큰 경쟁력입니다." 김학렬 교수는 "우리나라 천일염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수입염 대부분이 산성인데 비해 국산천일염은 알칼리성을 나타낸다는 것이 큰 차이"라고 설명한다.

소금의 종류

천일염: 염전에서 해수를 자연적으로 증발시켜 얻은 소금.

정제염: 바닷물에서 이온투과막 방식 등을 거쳐 염화나트륨 성분을 추출해 만든 소금.

제재염: 기존의 소금을 녹여 다시 열을 가해 재결정시킨 소금. 보통 암염이나 중국산 소금으로 만드는데 가장 큰 목적은 불순물 제거.

가공염: 천일염을 굽는 방법 등으로 재가공한 소금. 죽염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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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신안=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