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음식예찬]음식에 대한 단상서 추천메뉴 제안, 작품의 영감 얻기도

'음식은 섹스만큼이나 작가들에게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하는 소재다. 음식에 관한 글은 그 소재가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상당히 개인적이다. 다시 말해서, 음식에 관한 글을 읽으면 인류가 걸어온 길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독특한 취향까지 알 수 있다.'

마크 쿨란스키가 쓴 <맛의 유혹>의 일부분이다. 그는 플라톤부터 마르셀 프루스트까지 예술가들이 남긴 음식 에세이를 엮어 책으로 낸 바 있다. 세기의 작가들이 남긴 음식에 관한 단상, 음식이 작품에 끼친 영향을 소개한다.

뒤마- 식품평론가라 불러주세요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알려진 알렉상드르 뒤마는 자신을 식품평론가라 자처했다. 실제로 그는 소설보다 <요리 대사전>이 후대에 자신의 명성을 약속할 책이라고 확신했다고. 그는 이 책에서 게 요리, 비프스테이크, 커피 등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다.

'비프스테이크가 은근슬쩍 프랑스 식탁으로 올라온 것을 보는 일만도 모서리 쳐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문화에 대해 편견이 없고 그것을 우리 문화와 절충할 줄도 안다. 따라서 비프스테이크는 아일랜드에서 왔지만 그것에 독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는 손을 내밀어 우리의 요리로 인정했다.'

'계층을 불문하고 모두 커피를 마시자 의사들도 놀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마구 마셔도 되는지 우려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를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분한 논쟁을 거쳤지만 카페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작가가 특히 애정을 보인 것은 게 요리다. 이 애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성장 배경을 알아야 하는데, 할아버지는 프랑스 귀족 출신이고 할머니는 노예였다. 즉, 뒤마의 아버지는 흑백 혼혈인이라는 것. 뒤마의 가정은 한때 아이티 남서부 제레미 마을에서 살았는데 뒤마가 노년에도 카리브 해의 풍부한 참게를 기억했음을 알 수 있다.

'게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의 대게와 영국 해안에서 잡히는 크라플레가 요리로 식탁을 차지할 만하다. 하지만 게는 소화가 잘 안 된다. 맛있는 게 알은 흑인들이 즐겨 먹는다. 게는 왕새우나 참새우처럼 소금물에 요리한다. 거기에 무염버터, 파슬리, 부추 한 단을 넣는다. 끓인 후 그대로 식게 놔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흰 살을 떼어낸다.'(<요리 대사전> 1873년)

에밀졸라의 <파리의 배>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의 연작 '루공 마카르 총서'는 19세기 후반 한 가족의 사회적 역사를 탐구한 걸작이다. 이중 세 번째 작품인 <파리의 배>는 1873년 에밀 졸라의 나이 33세에 완성한 초기작이다. 당시 사회 풍속과 환경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한 졸라의 작품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이 소설이 전체적으로 음식을 비유한 상징 기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 끝없는 식품 행렬에 레알의 행상들을 배경으로 뚱뚱한 자와 마른 자, 권위에 반대하는 자와 권위를 개의치 않는 자, 먹는 자와 배고픈 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례로 소설은 리사라는 '아름다운' 인물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녀는 너무나 크며 너무나 통통하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를 기분 좋게 한다. 남자들은 그녀 앞에 서면 만족스러워한다. 마치 멋진 음식을 먹고 마신 것처럼.'

체호프가 제안하는 코스 메뉴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안톤 체호프는 <갈매기>, <세 자매>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가 젊은 시절 써놓은 글에 언론인을 위한 8코스 메뉴가 제안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코스 메뉴가 봄날 잃은 입맛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한번 시도하면 주당이 될 것 같은 '주류입문 정석'임은 확실해 보인다. 1880년경 쓴 <자명종의 달력 Alarm-clock's Calender>이란 글이다.

(1) 보드카 한 잔
(2) 양배추 수프와 카샤(메밀 가루로 쑨 죽의 일종)
(3) 보드카 두 잔
(4) 양고추냉이를 곁들인 어린 돼지고기 요리
(5) 보드카 세 잔
(6) 양고추냉이, 고춧가루, 간장
(7) 보드카 네 잔
(8) 맥주 일곱 병

프루스트의 마들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 '세기의 고전'으로 이미 한국인 대부분은 중고등학생 시기 이 작품이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비유적으로 그린 심리소설'이란 것을 외우고 있을 터. 그러나 정작 이 작품이 어느 날 마들렌 과자를 먹다 떠올리게 된 유년의 기억에 출발한다는 사실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을 게다.

프루스트에게 마들렌은 잊혀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촉매제다. '어머니는 둥그스름하고 앙증맞은 작은 케이크, 즉 세로로 홈이 파인 조개껍데기 모양의 '예쁜 마들렌'을 주셨다. 암울한 내일을 앞두고 지긋지긋한 오늘 하루를 보내 늘 기력이 빠진 나는 마지못해 입을 열고 마들렌을 적신 차를 조금 맛보았다.

케이크 부스러기가 섞인 따뜻한 차가 입천장에 닿자마자 나는 몸서리를 쳤다.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무언가에 정신이 쏠리며 순간 행동을 멈췄다. 특히나 쾌감이 감각을 자극했다. 그것은 주위와 동떨어지고 초연한, 그 원천을 알 수 없는 무엇이었다. 옛날에도 고단한 삶의 부침이나 나를 무시한 적이 있었다.

그 불행은 악의가 없었고 길지 않았던 괴로움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 생각은 내 고귀한 존재의 본질을 채워주는, 어떤 사랑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력이었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917년)
(출처: <맛의 유혹> 마크 쿨란스키 엮음/ 이은영 옮김/ 산해 펴냄)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 작품 속 음식 레시피

의 소설은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그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고 술집으로 달려가 맥주를 사고, <태엽 감는 새>를 읽고 스파게티가 먹고 싶어지지 않았는가. 일본의 요리연구가 오카모토 노부카츠 씨는 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먹을거리를 레시피로 만드는 모임 '부엌에서 를 읽는 모임'을 결성했다. 그가 알려주는 '하루키 식 레시피'를 소개한다.

1) <댄스 댄스 댄스> 속 스파게티

하루키 작품 속 거의 모든 주인공들은 스파게티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스파게티는 혼자 먹기 위해 혼자 만드는 음식이다. <댄스 댄스 댄스>의 '나'도 마찬가지. 나는 도쿄로 올라오자 중학 시절 친구인 고탄다에게 연락을 한다. 삿포로에서 고탄다가 주연한 영화를 보았는데 그 영화에 키키가 출연했기 때문. 고탄다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유키가 드라이브를 하러 가자고 하지만 나는 거절한다. 그리고 저녁을 무얼 먹을까 고민한다. 마늘과 빨간 고추를 약한 불에 볶아 꺼내고 햄을 볶는다. 그런 스파게티를 만들어 보자.

● 재료: 스파게티 200g, 마늘 2쪽, 빨간 고추 두 개, 로스 햄 4~5장, 소금, 후추, 파슬리 2~3큰술

● 만들기:
1. 재료를 다듬는다. 마늘은 굵직하게 자르고 햄은 채썬다.
2. 면을 삶는다. 물론 살짝 덜 익힌 알단테로.
3.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약한 불에 천천히 볶는다. 빨간 고추를 통째로 집어넣고 볶다가 마늘이 노릇노릇해지면 쓴맛이 나기 전에 한꺼번에 꺼낸다. 그 기름에 햄을 넣고 바짝 볶는다.
4. 삶은 스파게티를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버무린다. 잘게 썬 파슬리를 뿌리면 완성.

(2) <먼 북소리>에서의 연어 초밥

하루키는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유럽에서 지냈다. 그 3년의 경험을 모아 유럽 체재기 <먼 북소리>를 썼다. 책에서 작가는 유럽 본고장의 음식을 즐기는 한편, 모국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로마에서 맞은 크리스마스. 가게는 모두 문을 닫는다. 하루키는 버스를 타고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가 제일 먼저 연어를 사고 이 연어로 회를 쓰고 탕을 만든다. 하루키가 로마에서 먹었을 듯한 연어 초밥을 만들어 보자.

● 재료: 쌀 2홉, 다시마 5cm 길이 1장, 생물 연어 적당량. 생물 연어 뱃살 적당량. 식초 3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

● 만들기:
1. 밥을 짓기 30분 전 쌀을 씻어 체에 걸러둔다. 평소보다 물을 약간 적게 붓고 다시마를 올려 밥을 짓는다.
2. 맛 식초를 만든다. 식초, 설탕, 소금을 재료분량에 맞춰 잘 녹여둔다.
3. 밥을 큰 그릇에 옮겨 맛 식초를 뿌리면서 대여섯 번 뒤섞여 맛 식초의 맛이 베게 한다. 물에 헹궈 꼭 짠 천을 덮고 7~8분 기다린다. 밥을 휘저으면서 부채로 부쳐 물기가 날아가도록 한다.
4. 초밥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꼭꼭 주물러 모양을 만든 다음 연어 살을 올려 놓는다.

(출처: <내 부엌으로 하루키가 걸어들어왔다>, 부엌에서 를 읽는 모임 지음, 김난주 역, 작가정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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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