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모니카 인치사> 전

콜로세움, 2007
작가 모니카 인치사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우리 대부분이 사진을 찍는 이유와 반대다.

우리가 어떤 장면, 어떤 건물,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어떤 순간을 카메라에 고이 담는 동안, 작가는 다시는 없을지 모를 그 순간을 갈기갈기 오리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려 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오려 담으려는 것이다. 사진 조각을 모아 붙인 그의 콜라주 작품들에는 여러 장면, 여러 건물, 여러 순간이 어울리고 뒤섞여 있다.

사실, 기억이란 이런 것이다. 카메라 프레임에 가두어지듯, 끝내 순전하게 남는 기억은 없다. 어떤 부분은 잘려지고, 어떤 부분은 다른 부분과 헛갈리며, 어떤 부분은 아예 뒤집힌다. 기억의 조각들을 잇는 것은 시간, 그리고 우리의 의도와 무의식이다. 그러므로 모니카 인치사의 콜라주 작품들이야말로 인간의 기억 메커니즘을 반영한 정확한 사진인지 모른다.

이는 우리의 눈이 '진짜'로 보는 방식에 대한 은유일 수도 있다. 누구도 하나의 광경을 한번에 보지 않는다. 눈을 끄는 부분을 먼저 보고, 다른 부분으로 옮겨 간다. 그렇게 모은 부분들을 합해 뇌 속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한다. 따라서 실제로 본 광경 안에는 시선의 움직임과 절차가 있을 텐데, 사진이 그것까지 재현하지는 못한다. 모니카 인치사의 작품들에서 인상적인 것은 색과 모양뿐만이 아니라 그것들을 나누고 흘러가게 하는, 이어 붙인 결들이다.

마를리아 II, 2006
하나의 작품 안에 필연적으로 다양한 시간을 '축적'하는 작업 방식은, 카메라를 비롯한 최신의 디지털 기록 매체들이 인간의 기억력을 대체하는 데 대한 저항 같기도 하다. 쉽고 정확하다는 기록 기술들은 그러나, 그만큼 기억의 의의를 지우고 있다.

인간은 설령 뇌를 혹사할지언정, 기억을 되새기고 통제함으로써(잊는 것 역시 조절의 한 방법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고 하나의 서사로 만든다. 삶의 의미도 이를 통해 '발견'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기록이 너무 편리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은 채 이해되기도 전에 블로그에 '정리'된다.

모니카 인치사의 작품들이 사진이기보다 사진 조각들로 그린 그림처럼 보이는 것은, 그의 작업의 출발점이 삽화였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삽화를 그려온 그는 사진 작가와 결혼한 후, 콜라주 영역으로 작업 영역을 넓혔다. 이달 27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니카 인치사> 전에는 그의 전력을 보여주는 사진과 콜라주, 삽화와 드로잉 90여 점이 전시된다. 02-418-1315.


두꺼비, 2005
수뢰, 2007-2008
중앙역 I, 2007-2008
교구청, 2007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