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위생의식·친환경 욕구 높이고, 건강·음식·패션 등 전방위 영향

올 봄 '먼지 폭탄'의 기승이 유난하다. 얼마 전 한반도를 강타한 황사는 2002년 황사특보가 도입된 이래 최악으로 기록됐고, 농도 짙은 황사가 서너 차례 더 들이닥칠 전망이다.

황사는 건강은 물론 여러 측면에서 우리 살아가는 모습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먹는 것이나 입는 것, 가정용품 시장 등에도 황사의 여파가 커지고 있다.

위생의식 향상

황사 때문에 건강을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 황사가 심한 날은 방진마스크를 쓰라는 의료기관의 지침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황사로 인한 건강피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만성병조사과 서승희 연구원은 "황사 기간 중 호흡기 질환자 등의 사망률이나 입원율이 높아졌다는 통계가 있다"며 "하지만 황사현상은 일시적이라 생각만큼 건강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공기 중의 황사가 기도로 들어가면 목이 아프며 호흡이 곤란해지며 기침, 가래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비인과를 찾은 환자가 코 검사를 받고 있다.
단국대의대 예방의학과 권호장 교수도 황사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심증은 있고 사망관계 보고도 있지만, 아직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규명되지 않아 일반화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황사는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는 위험하다. 황사가 왔을 때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나 아토피 피부염 같은 안과나 피부과 질환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권 교수는 "대기 중 먼지는 일상적으로 늘 있고, 건강피해는 황사보다 사실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대도시 분진에 의한 것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황사는 실제보다 체감피해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황사가 위생의식을 향상시켜 건강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권 교수는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안과환자 수가 줄었는데 손 씻기 등 위생에 신경 쓴 결과였다"며 황사도 건강예방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사 때문에 목욕을 더 자주 하고, 실내 환기와 청소에도 더 신경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웰빙 욕구 증가… 친환경 시장 쑥쑥

황사는 건강뿐 아니라 웰빙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키우고 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이러한 경향은 환경관련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다변화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필립스 이온다리미
이전까지 환경관련 상품은 생수, 유기농 농산물 등 주로 먹는 것에 국한돼 있었지만 황사 때문에 공기관련 제품 등 환경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종합 쇼핑몰 디앤샵에 따르면 봄철황사가 시작된 3월 13~22일까지 열흘간 공기청정가전은 전월 동기간보다 매출이 15%나 증가했다. 최근 가전업계는 집 먼지 진드기를 없애고,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황사 가전제품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봄철 먼지와 바이러스를 걸러낼 수 있다는 하우젠 에어컨 ZERO와 옷에 묻은 황사먼지를 세탁해 주는 하우젠 버블세탁기, 바이러스 닥터, 로봇청소기 탱고를 '황사 4총사'로 부르며 판촉하고 있다. LG전자는 황사철에 맞춰 알레르기 케어와 살균 기능이 있다는 헤파(HEPA)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 제품을 새로 내놨다.

중외제약은 나무가 뿜어내는 천연 향균 물질인 피톤치드 성분을 미세입자로 실내에 발산해주는 공기청정기형 피톤케어 휘산기를 판매하고 있다. 피톤치드는 아토피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아토피 질환이 더 심해질 수 있는 황사철이면 이 제품을 찾는 발길이 늘어난다.

집안으로 들어온 황사는 반드시 물걸레나 스팀청소기로 처리해야 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이 점을 감안해 먼지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40% 높였다는 스팀청소기를 출시했다. 또, 아기피부를 자극하는 집안 유해세균을 제거해주는 아기사랑 아토스팀도 내놓았다.

옷에 서식하기 쉬운 각종 세균을 살균해 준다는 파세코의 의류건조기, 과일이나 채소, 식기류 등을 30~60초간 담가 주면 박테리아와 식중독균 등을 박멸해 준다는 에코시아의 에코마스타도 황사 가전제품에 꼽힌다.

삼성·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황사철을 맞아 관련 신제품 출시 및 혜택을 제공하는 '황사마케팅'에 나섰다.
황사를 겨냥한 소형 가전제품도 눈에 띈다. 황사가 날리게 되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5배 이상 높아지고, 먼지 속 유해중금속 양도 10배 이상 높아진다. 이 때문에 황사는 탈모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필립스는 황사를 겨냥해 샹롱샤인 이온 헤어드라이어를 개발했다.

모발에 이로운 음이온을 발생시켜 황사가 머리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고, 황사로 인한 잦은 샴푸로 모발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바람의 온도를 57도로 유지해 모발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옷에 붙은 미세한 먼지와 유해중금속을 살균 소독해 주는 이온 다리미도 필립스가 내놓은 황사 특수 가전제품이다.

마스크, 손 소독제, 항균비누 같은 위생용품의 매출증가도 두드러진다. G마켓에서는 손 세정제와 소독제의 판매가 최근 일주일간(3월16일~22일) 전월 동기 대비 39% 가량 증가했다. 디앤샵에서도 이 기간 동안 마스크 등 위생안전용품의 판매가 전월 동기대비 약 37% 늘었다. 옥션에서는 3월13일~22일까지 마스크 매출이 전달 동기 대비 50% 가량 늘었다. 옥션 리빙 담당 윤문숙 팀장은 "황사가 개인위생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높여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이지 않는 각종 유해세균을 제거해 주는 옥시 데톨 항균 핸드워시포, 3중 필터구조로 돼 있어 미세먼지와 황사 알갱이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준다는 3M 황사마스크, 특수정전필터 사용으로 황사와 꽃가루를 차단해 준다는 코엔보 마스크 등 기존 위생용품보다 기능이 한 단계 높아진 제품들이 눈에 띈다.

또, 유모차의 발판까지 감싸주는 발싸개가 있어 황사의 유입을 최소화해 주는 마니또 유모차커버나 고급 방수원단을 사용해 비, 바람, 먼지 등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와우 이노베이션 황사 보낭커버 등 황사대비 위생용품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휘센 공기청정기
황사 관련 화장품도 진화하고 있다. 특히, 먼지 흡착력이 뛰어난 세안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누에에서 뽑은 천연실크가루가 모공 속 잔여물까지 제거해 준다는 파우더 세안제 마유 클렌징, 거품오일로 먼지를 제거해 주는 뭉게구름 마일드 버블 오일 등이 있다. 또, 화이트 머드 성분인 카올린이 모공 깊숙이 침투해 각종 중금속 등 독소를 흡착 분해해주는 마린 화이트 퍼펙션 마스크 등도 황사를 겨냥해 내놓은 화장품이다.

미니정원 가꾸기·친환경여행 등 증가

황사 때문에 커지고 있는 공기에 대한 불신감은 미니정원 가꾸기 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공기정화와 습도조절 기능이 있는 식물로 정원을 꾸미는 사무실이나 가정이 늘고 있다.

자연환경을 지키고, 지구환경 문제와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여행상품도 증가 추세다. 하나투어는 2006년부터 중국 나무심기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한중 우정의 숲 가꾸기' 북경 4일 여행상품은 여행 일정 중 하루를 북경 북동쪽에 위치한 미원에서 소나무 심기에 동참하는 상품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은 매년 서울 면적의 6배 가량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연간 7조원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황사발생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나무를 심어 황사발원지의 사막화를 저지하는 것이라는 염원을 담은 여행상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챙 넓은 모자, 선글라스, 패션 스카프 등으로 황사철 외출에 필요한 소품들이다.
디톡스 식품·스카프 등 인기

황사는 음식과 패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돼지고기, 미역, 다시마, 미나리 등 해독작용을 한다는 '디톡스 식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황사철만 되면 삼겹살 집들이 잘 되고,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돼지고기 판매량이 늘어난다. G마켓 관계자에 따르면, 콩나물, 도라지 등 해독기능이 있는 식품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생수와 이온음료의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파크에서는 3월 들어 생수 판매량이 전달 대비 45% 증가했으며, 특히 생수의 경우 대량구매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건강기능식품 판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인터파크에서 호박즙, 배즙, 양파즙 등 건강보조식품 판매는 전달 동기대비 15% 증가했고, 어린이에게 먹이기 좋은 정관장 홍이장군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정관장 전통 홍삼음료 같은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도 증가했다. 황사로 인해 칼칼해진 목에 청량감을 주는 목캔디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옷차림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온라인 패션몰 아이스타일24 한희정 MD는 스카프와 모자, 선글라스 같은 패션소품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스카프의 경우, 목에 짧게 두르는 것보다 얼굴과 목, 머리까지 감쌀 수 있을 정도의 길이와 폭을 지닌 것이 인기다. 또,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레이어드 패션과 트렌치코트도 황사철 패션으로 꼽힌다.

아모래퍼시픽 트리트먼트 클렌징
황사는 옷감의 소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먼지가 달라붙는 것을 차단해주는 코팅 처리된 합성소재를 사용한 옷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LG패션 남성복 브랜드 TNGT는 최근 황사를 막는 항균 코팅 수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마스크'
황사 패션
매년 황사가 찾아오자 중국으로 나무심기 여행을 떠나는 등 친환경에 대한 욕구와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 냉장오겹
금산과일즙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