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그 통제와 자유] 방송 심의를 보는 전문가 3人의 시선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일단 뮤직비디오나 드라마에 흡연, 음주 규제는 동의한다. 그런 장면들은 나오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나 이효리의 뮤직비디오는 설정인데, (뮤직비디오)안에서 인간도 아니고 외계인으로 나온다.

도로 점거는 영화에서도 흔한 설정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에 의해 시대가 자꾸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고 논하지는 않겠다. 사회적으로 이런 일들이 많이 있었고, 이런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도로든 어디든 사람이 모여드는 것도 표현의 자유와 직결된 문제인데 애초부터 막아서 '도로에 모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구나'라는 것을 심어주는 것 같다. 이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자유 선택까지 막고 있다.

이렇게 보면 대중문화는 그 시장에 자체적으로 맡겨놓은 적인 한 번도 없다. 항상 먼저 걸러내고 시장에 맡긴다는 발언뿐이다. 모순이다. 규제를 하겠다는 건 돈을 주고 사는 사람들에게 선택권마저 박탈하는 행위다. 무조건 규제하는 것보다 가이드를 잡아주는 게 필요하다. 방송사가 자체심의로 부적격 판정을 내는 게 아니라 방송위원회든지 제3의 기관에서 음반과 영상물을 재심하는 방안은 어떨까.

디테일하게 고민해서 원칙이나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다. 또한 소비자와 가요 관계자들을 배려하는 태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해놓고 따라하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런 부분을 유연하게 고쳐나간다면 대중가요의 발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주)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

사전에 창작물을 만들 때 방송 심의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뮤직비디오의 경우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요계에서 하루에도 수 십 개의 뮤직비디오가 제작되고 촬영된다.

그 속에서 소비자의 눈에 들어가려면 내용과 시각적인 면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다 만들어 놓은 작품을 방송 심의에서 반려되면 그 작업들을 또 반복하게 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돈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제작자들도 앨범의 타이틀곡이 아닌 이상 다른 수록곡들이 제재를 받으면 수정하지 않기도 한다.

활동도 하지 않는다. 가요계에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음반에서 선정적이고 직설적인 가사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심의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아이돌 그룹의 음반을 대부분이 청소년들이 듣는 것을 고려하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에서의 규제가 너무 까다롭다. 각 방송사의 드라마들도 심하다 할 정도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많다. 드라마나 영화는 용인되면서 유독 뮤직비디오에 제재를 가하는 것에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규제가 완화되어 창작하는 사람들이 표현에 있어서 자유로웠으면 한다. 또한 규제를 하더라도 객관적인 잣대를 대야 할 필요가 있다.

작곡가 주영훈

음반의 작사도 하게 되면서 방송 심의를 의식한 적이 있다. 비속어 등을 신경쓰면서 가사를 만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면 글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주저하게 되고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표준어로 가사를 쓰는 게 버릇이 됐을 정도다.

또한 후배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되도록이면 표준어와 외래어에 있어서 주의해서 쓰도록 요구한다. 최근에는 영어로 된 가사나 랩을 쓰는 후배들이 많은데,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어법에 맞게 쓰도록 권하고 있다. 방송심의가 욕설이나 비속어, 선정적인 가사들을 걸러내는 창구로 활용되는 건 찬성한다. 그러나 뮤직비디오에 있어서의 심의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청소년들에게 유해되는 가사 즉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분은 검열을 통해 규제하는 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비현실적인 잣대로 무조건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에 있어서도 영화나 드라마는 통하는 장면들이 굳이 뮤직비디오이기 때문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건 어떤 논리에서인지 모르겠다.

이효리와 비의 뮤직비디오가 '도로교통법'에 의해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이해가 가질 않는다. 마치 하늘에서 촬영하면서 하늘을 날지 못하게 저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만약 심의에서 규제를 받은 곡들과 뮤직비디오가 재편집되고 수정되면서 또 한번 창작의 고통이 따라야 하고, 그에 수반하는 경제적인 측면도 손해가 막대하다.

이런 논리라면 그 어느 누가 음반 제작을 하겠는가. 향후 방송사도 심의에 있어서 객관화 되어야 할 것이다. 제작자협회나 저작권협회 등에 방송심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문을 배포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일로 방송사들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제 객관적인 눈을 가진 심의위원들을 섭외해야 하지 않을까.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