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생존전략] 트위터, 스마트폰, 전자책… 30대 5人의 생생 생존기

한 네트즌의 트위터 인맥
디지털 시대,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니지만, 90년대 후반, 청년기를 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맞이한 이들이 지금의 30대들이다.

덕분에 디지털 환경이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러나 노력과 끈기로 끊임없이 '배워가고 업그레이드 해야만' 한다. 그들은 이 험난한 디지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의 생생한 생존방식을 들여다봤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과거의 시대가 질과 양의 시대라고 한다면, 지금은 속도와 양의 시대인 것 같다. 도무지 퀄리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질 않는다. 실시간 뉴스가 전해지는 인터넷이 있다 보니, 이슈를 따라가느라 깊이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말았다. 나의 경우, 온라인에서 기명 칼럼을 쓸 때는 바로 쓸 수 있는 것도 있고 고민해서 써야 하는 테마도 있는데, 고민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슈에 밀려나 쓰던 중에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난 디지털 매체의 변화에 적응을 잘하는 편이다. 트위터도 안 하다가 해보니까 신세계가 펼쳐졌다. 아이폰도 무척이나 유용하다. 요즘은 사람들과 만나면 트위터와 아이폰 얘기만 한다. 특히나 트위터는 중독성이 굉장히 강하다. 아이폰을 하게 되면 중독성은 배가된다. 아이폰은 기존 핸드폰의 약정이 끝나자마자 구입했다.

'지금 헬스클럽 가는 중' 주변인들의 소소한 일상이 휴대전화로 실시간 전송되고 있다
트위터는 블로그에서 긴 호흡으로 담지 못했던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리고 좀 더 사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관계의 비동기성이다. 메신저처럼 답을 해야 하는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익명의 악플도 자유롭다는 것 또한 연예인이나 기업 총수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 같다.

조설화 백암아트홀 공연 기획자

한시라도 컴퓨터나 핸드폰과 떨어져 지낼 수가 없다. 이 증상이 더 심각해질까 봐 아이폰을 사지 않고 버틸 정도다. 출퇴근 시간과 미팅 시간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을 이용한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켜놓는 것은 그렇다 쳐도 집에서도 침대에 누워 넷북으로 서핑을 한다.

트위터는 며칠 하다가 접었다.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더 이상 하다가는 회사 생활에 해악을 끼칠 것 같았다. 트위터와 미투데이를 동시에 하다가 이젠 미투데이만 하고 있다. 미투데이의 경우 아이폰이 아니더라도 글이 올라오는 대로 핸드폰으로 확인 가능하다. 별 내용도 없는데, 3~4시간 공연을 보거나 야외활동을 하거나 미팅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핸드폰으로 전송되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못 견딘다.

야구를 좋아해서 구단이 운영하는 미투데이를 팔로잉했는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정보들을 보다가 정신줄을 놓기도 한다. 자제할 필요를 느껴 미투데이에서 핸드폰으로 실시간 전송되는 기능을 중단했다. 지금만으로도 재미 못지않게 디지털로 인한 스트레스가 충분하다.

림종호 다음커뮤니케이션 미디어본부

증후군 같이 되어버린 것들이 있다. 늘 '접속'을 해야만 한다는 거다. 메일이든, 블로그든, 메신저든, 뉴스를 보는 것이든 늘 접속을 시도한다.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금단증상까지는 없지만, 그런 환경이 갖춰지면 거의 자동으로 행하게 된다. 블로그를 오랫동안 해왔고 트위터도 초반부터 시작했다. 아이폰도 출시되자마자 샀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지만 먼저든, 나중이든 뛰어들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빠져들 땐 우리가 기기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다. 디지털 매체가 없는 환경이나 고장이 나는 상황이 오면 얼마나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디지털 매체의 등장과 자동차의 출시 방식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시대가 요구해서 툴이나 기기가 나온다기보다 어떤 시장이나 새로운 판로를 위한 마케팅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종종 디지털화가 고도화되면서 과연 이게 더 행복한 삶일까 하는 회의도 든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주위 사람들과 아이폰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락하고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좋긴 하다.

이노경 재즈 피아니스트

사실 난 기계와 친하지 않다. 하지만 요즘의 재즈나 인디신의 경우 디지털 매체를 잘 다루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뮤지션들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많은 뮤지션들이 녹음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홈 레코딩을 한다. 나 같은 경우, 피아노가 있는 스튜디오를 대여하면 시간당 30만~40만 원 가량인데다가 엔지니어까지 들이면 비용은 더 비싸진다.

얼마 전에 '인피니트 루프'라는 밴드에 합류해 녹음을 한 적이 있다. 그 밴드의 리더는 디지털 환경에 밝은 사람이었다. 그는 미국에 CD베이비라는 사이트와 계약을 하고 아이튠스에 음반을 발표한다. 최근에 아이튠스에 발표한 음반 판매 수익금 60달러가 들어왔다는 얘기도 들었다. 세상이 좁아지고 있다. 벨라 플렉은 벤조랑 노트북만 들고 아프리카 거리에서 만난 뮤지션들과 즉석 녹음을 해서 앨범을 발표했다. 그 앨범으로 올해 그래미상을 받았다.

음악가들은 더 적극적이 됐다. 기획사를 통해서 하던 일을 직접 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하다면 오히려 자신을 알리는 방식은 다각적이 되었고 더 편리해졌다. 페이스 북에서 마이밴드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자신의 음악을 홍보할 수도 있다. 난 얼마 전에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버클리 음대 동기들을 다시 만났다. 다들 자신의 음악을 알리느라 분주해 보였다. 내겐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라 부지런히 배워가려고 노력 중이다. 재미보다는 의무감이 더 큰, 쉽지 않은 과정이다.

김진성 인터파크 도서팀 차장

블로그, 트위터, 게임, 스마트폰, 전자책까지 직업상 새로운 디지털 매체가 나오면 사용해야만 하는 환경이다. 디지털 매체가 다양해져서 반갑다기보다 오히려 부담스럽고 불편하다고 할까. 기업에서 너무 많은 상품들을 짧은 주기로 내놓다 보니 적응할 만하면 새로운 것이 나온다. 지금처럼 디지털 매체에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 종사하거나 서울에 살지 않았더라면 디지털 문화에 좀 무덤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트북보다 아이폰의 설명서가 더 두껍다는 농담을 주위 사람들과 하곤 한다. 아이폰에서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상징적 표현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아도 내가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면 일반 핸드폰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한동안 하나의 매체에 기능을 집약시키는 컨버전스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후의 화두는 디버전스가 되고 있다. 컨버전스와는 반대로 한가지 기능에 집중한다는 것인데, 스마트폰이 컨버전스라고 한다면 디버전스는 기존의 일반 핸드폰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게 바람직한지는 알 수 없지만 디버전스는 컨버전스에 염증을 느낀 이들의 반동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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