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몸에 대한 담론> 전

권민경, '소유의 여신', 2009
여성의 몸은 개인의 것이되,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미추와 쓸모를 가르는 사회적 기준이 적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보여지는 대상으로서 여성의 몸에는 성적 욕망과 조형미에 대한 욕망이 가로지르며, 그에 대한 여성 자신의 인식도 작동한다.

즉 몸 각각은 '비너스'와 '소녀시대'가 되라는 외부의 요구와, 이에 대한 개인의 타협 혹은 저항이 동시에 진행되는 곳인 셈이다.

<몸에 대한 담론> 전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권민경 작가의 작업이 지적 유희라면 장미라 작가의 작업은 감각적 재현이다.

권민경 작가는 자신의 몸을 충실하게 찍되 그 모습을 하나의 기호로써 가지고 논다. 디지털 사진 기술의 조작성과 이물감을 최대한 이용한 그의 작업에서 여성의 몸은 때로 코믹할 정도로 기이하게 보인다.

권민경, '연애만이 살 길이다'
'연애만이 살 길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린 (아마도) 모텔 주차장 가림막 저편에 여성의 다리가 쩍 벌려져 있는가 하면(<연애만이 살 길이다>), 팔이 여럿 달린 여성이 남성들의 머리통을 쥐고도 무엇인가 더 내놓으라는 듯 포효하고 있다.(<소유의 여신>) 성욕과 물욕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몸은 이 작업들에서 오늘날의 공공연한 탐욕을 비틀고, 선명하게 드러내는 매개가 된다.

장미라 작가의 작업은 여성의 몸과 세계 간 공명의 풍경이다. 몸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정황이 느껴진다. 여성을 암시하는 꽃과 방 등의 대상들은 카메라 렌즈에 특정한 색감과 질감으로 반응하고 있고, 작품에 흐르는 적적하면서 어쩐지 고집스러운 분위기는 남성 중심의 에로티시즘에 대한 여성 작가의 자의식처럼 보인다.

한 작품에 써 넣은 문구 '나는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지만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I can love anybody but not anybody' 가 대변하듯, 고요하지만 긴장감이 팽팽한 아이러니한 사진들이다.

여성 작가들이 카메라라는 통로를 온몸으로 통과해온 기록들 <몸에 대한 담론> 전은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갤러리아트사간에서 6월4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02-720-4414.


장미라, 'odd song from enigma 08', 2005
장미라, 'odd song from enigma 23', 2005
권민경, '중심잡기', 2010
장미라, 'cinema 01', 2006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