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친환경 서바이벌] 기자의 일주일간 사소한 친환경 체험기물·전기 아끼기 등 성공 여부 떠나 소비 패턴에 대한 시각 변화 불러

서울환경영화제가 제공한 천으로 된 프레스 카드, 천으로 만든 반영구적인 냅킨
처음부터 많은 욕심은 내지 않았다. 수십 년간의 습관을 어떻게 일주일 동안에 고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험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눈앞에서, 마음 속에서 하나둘 채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거창한 실천 대신 아주 사소한 실천 목록을 작성해 보기로 했다. 쇼핑 안 하기와 같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처음부터 깔끔하게 배제했다.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플라스틱병 음료 사지 않기, 육류 먹지 않기, 그리고 물, 전기 사용량 줄이기 등 안 쓰고 줄이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작은 밥줄이자 두통의 원인인 컴퓨터부터였다. 기사 작성 때문에 거의 온종일 켜놓는 컴퓨터를 끄고, 대신 취재 내용을 종이에 정리했다. 보도자료는 이면지로 재활용했다. 책상에 노트북 대신 종이와 볼펜이 올려지니 공간이 훨씬 넓어졌다.

일회용 물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종이컵을 대신할 것이 없었다. 뒤늦게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찾아봤지만 그동안 목은 더 말라왔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을 또 다시 집어들며 당장 텀블러 구매 사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집에 오니 마침 생수도 떨어졌다. 생수 한 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3배의 물이 사용된다는 내용을 접하고 이 기회에 물을 끓여서 마시기로 했다. 끓인 물을 담기 위해 유리물병도 사왔다. 하지만 물을 가스 위에 올려놓고 잠깐 다른 일을 하다 30분 넘게 가스를 낭비하고 물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말았다. 두 번째로 물을 끓일 땐 타이머를 맞춰 놓고 10분 동안만 물을 끓였다.

물 낭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양치질할 때 위생 문제 때문에 컵을 안 썼는데 그러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물이 많이 흘러버렸다. 더 이상의 물 낭비를 줄이기 위해 최근에 다 먹은 포도잼 병을 재활용해 물컵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역시나 폼은 안 났다.

환경 오염의 원인인 세제도 당장 사용을 중단하지는 못했다. 대신 샤워젤의 사용을 줄여보기로 했다. 샤워볼을 사용하면 적은 양으로도 거품을 낼 수 있어 샤워젤은 아주 조금만 써도 된다. 물 사용을 줄이려고 샤워시간은 5분에 맞췄다.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일회용품은 티슈였다. 특히 식사할 때 쓰는 곽 티슈는 무의식적으로 낭비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반영구적인 냅킨을 마련하기로 했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매번 세탁해서 사용할 수 있는 천 냅킨을 만들었다. 물론 집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하도록 컵받침 정도의 크기로 자투리 천을 두 겹 꿰매 만들었다.

아주 사소한 부분들임에도 불구하고 더 안 쓰고 줄여 쓰는 실천들은 버거운 일들이었다. 하지만 성공 여부를 떠나 이번 체험을 계기로 소비 패턴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건 분명하다. 특히 반성 없는 소비에는 확실한 제동이 걸렸다.

시작은 '친환경 실천'이었지만, 결말은 소비의 최면에 걸려버린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위에서 열거한 실천들은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계속하고 있다. 범위도 조금씩 늘리고 있다. 곧 세탁 세제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해볼 예정이다. 물론 육식 중지와 친환경 화장품의 선택 사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자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안에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