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친환경 서바이벌] 박종영 감독서울 환경영화제 예고편 에너지 사용 줄인 친환경적 방식으로 제작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종영 감독이 일회용 컵 크기의 도자기 컵과 태양열로 움직이는 장난감을 들고 있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키스를 하더라도, 혹은 연인과 헤어지더라도 물과 전기는 아껴야 하지 않겠나.'

5월 말에 열렸던 제7회 서울환경영화제의 트레일러(예고편)를 제작한 박종영 감독은 이 메시지를 코믹, 로맨틱, 정통 멜로 등 세 가지 단편으로 엮어냈다. 이미 알고는 있지만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일을,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는 인상 깊게 전달하고 있었다.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개인의 실천을 드러내는 트레일러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기존에는 아마존의 벌목이라던가,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 등의 이미지를 몽타주로 엮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개인적 실천이 주목받고 있는 '지구 살리기'의 한 흐름이 트레일러만으로도 감지되는 듯했다.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1인으로서, 박종영 감독은 지구를 위해 어떤 실천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예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있었나.

트레일러를 찍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우연히 달력을 넘겼는데, 예전엔 빨간 날만 눈에 들어오더니 순간 6월 5일이 환경의 날이라는 것이 눈에 띄더라. 그리고 조금씩 양심에 찔리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웃음) 처음엔 관심이고 그다음에 지식 습득과 인식의 전환 그리고 마지막이 실천인 것 같다. 이번 트레일러도 아침 8시에 촬영에 들어가 밤 11시 30분에 마치면서, 에너지 사용을 가능한 줄인 나름의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제작했다. (웃음)

트레일러 촬영하고 뭐가 달라졌나.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안 쓰는 전자제품 코드는 뽑고, TV 볼륨도 줄여서 본다. 채널 변경 횟수도 줄이려고 리모컨에서 볼 채널만 빼고 나머지 채널은 아예 삭제했다. 개인적인 실천 부분에선 우리 세대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대를 움직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부모님 세대는 워낙 부족하게 살아오셔서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밴 분들이 아닌가.

미국에서 영화산업은 주요 공해 산업 중 하나라고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할리우드에서도 노력하는 듯하다. 한국은 어떤가.

영화를 짧은 시간 안에 찍으려면 인력과 제작비의 투입을 늘리기 마련이다. 자연히 일회용품의 사용도 많아진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법으로 강제성을 띠고 있어 이루어지긴 한다. 하지만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령,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세트장을 이용할 때, 그곳에 쓰레기 봉투를 끼울 수 있는 틀이 있으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한 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금연과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실내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웠지만 금연 건물이 생겨나고 간접흡연의 폐해가 지속적으로 인지되면서 나만 해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거의 없다. 의식의 공유가 필수적인 것 같다. 이젠 오락프로그램도 아프리카에 '우물 파주기'에 참여하는 것처럼 의식의 전환이 이런 식으로 꾸준히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올해 환경영화제에서 어떤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대상을 받은 중국인 감독들(진 후아칭, 수 지아밍)의 <중금속 인생>이다. 세계 모든 폐가전이 중국의 한 도시에 모인다고 한다. 산처럼 쌓인 폐가전을 사람이 일일이 분리하는데, 중금속에 오염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장편을 준비 중이다. 난 SF 판타지에 관심이 많다. 환경의 문제를 교훈적으로 제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최대한 환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거다. 일회용 컵 사용도 줄여가고 있다. (웃음)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