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김진 개인전 <N_either>

'N_either1009', 2010
누군가의 집은 알몸보다 더 노골적이고 정확하게 그 사람을 드러낸다.

가구의 배치는 생활의 중심이 어디인지 가리키며, 전체적인 색과 모양의 구성은 취향과 닿아 있다. 처음 모습에서 변형된 부분들은 삶의 요동, 그 와중에 그가 타협할 수 있었던 것과 포기하지 못한 것들의 흔적이다.

집은 오래될수록 나름의 질서를 갖추게 되어,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을 반영할 뿐 아니라 사람에게 반영된다. 사람이 집을 만들었건만, 집과 사람이 닮아가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 가끔 어떤 이의 집을 보면 '그의 집답구나' 보다 '이런 집에서 잠들고 깨어나기에 그의 인상이 그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심 가는 사람의 방이 궁금하고, 외관이 번듯한 집 속이 궁금하고, 골목길을 지날 때 빠끔하게 열린 창문 틈으로 나도 모르게 눈이 가는 게 그런 까닭일 것이다.

김진 작가의 개인전 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가 한눈에 보인다. 이 작품들은 호기심 어린 채 고풍스런 서양식 집 안을 들여다본다. 긴 시간과 그만큼의 삶이 배어 있다. 세부들이 경계 없이 뭉개져 있어서 마치 하나의 유기체 같다. 때로는 집 주인도 혼연일체되어 있다.

'N_either1008', 2010
흥미로운 것은 몽환성이다. 인상주의 회화 같은 거친 붓터치와 비약적인 색의 사용은 이 풍경을 현실에서 비스듬히 기울이면서 관객을 슬쩍 밀어낸다. 그야말로 구경꾼으로 만든다. 작품을 보는 일이 좀 쓸쓸하다.

그 까닭은 작가의 이력에서 짐작해볼 만하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김진 작가가 영국에 유학하며 내재화한 경계인 의식"을 읽어낸다. 영국 생활 때 영국의 평범한 집들을 엿본 경험이 이 작품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영국 중산층 계급의 거실에는 으레 동양풍 골동품이 있었는데, 이는 영국의 식민역사와 그로 인한 대중의 이국적 취미, 나아가 오리엔탈리즘을 나타내기도 한다. 여기에 작가 자신을 투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을 알면 작품의 겹들과 층들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작품과 현실, 역사와 공간과 개인 간의 관계들 속에서 관객 자신이 선 자리도 의식된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갤러리선컨템포러리에서 7월3일까지 열린다. 02-720-5789

'N_either1013', 2010

'N_either1010', 2010
'N_either1011', 2010
'N_either1014', 201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