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도시, 대구] 안정적 하드웨어 기반 양질의 소프트웨어 지속 공급에 달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기획한 '썸머스크린페스티벌'이나 코오롱야외음악당 주변에서 열리는 '한여름밤의 납량퍼레이드', 수성못 근처의 '폭염축제', 신천둔치의 '돗자리축제' 등 대구의 무더위는 오히려 각종 공연 축제의 좋은 아이템이 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2004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호러공연예술제는 '폭염의 도시=대구'라는 이미지를 역으로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다. 특히 대구에서 여름은 공연예술의 비수기였지만, 공포를 통해 더위를 물리친다는 발상으로 성공적인 여름 공연예술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길고 길었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뒤를 잇는다. 겨울에는 넌버벌페스티벌과 대구 창작극 페스티벌이 기다리고 있다. 봄이 오면 대구연극제와 함께 대구국제뮤지컬연극제가 준비를 시작한다.
특히 올해는 많은 공연들을 기획, 대관하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예년보다 더욱 풍성한 공연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만하면 대구는 명실공히 공연예술축제로만 한 해를 보내는 도시인 셈이다.
문제는 대구의 공연 환경이 외적 성장에 편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한국의 공연 시장 여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서울을 제외하고 공연 관객의 충성도와 수요가 가장 놓은 만큼 대구의 대형 공연작품의 수급은 단기간에 급상승했다.
그 결과 대구는 뮤지컬, 오페라 등 특화공연장과 질과 양적으로 우수한 공연시설(공연장 42개, 객석수 2만 7440석)을 보유하게 됐다. 하드웨어의 안정된 구축은 일단 순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연장 인프라는 현재 가장 큰 행사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지역축제에서 본격적인 국제행사로 키워가고 있고, 외부 관람객들을 꾸준히 불러모으는 관광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공연계 관계자들은 좋은 소프트웨어의 지속적이고 고른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외적 성장의 거품은 금세 사라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의 공연장 인프라를 기반으로 양질의 공연 소프트웨어를 생산, 보급하는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 또 이와 관련한 공연계 전문가들의 논의와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말 대구시가 개최한 '대구공연문화도시 조성 종합계획 최종보고회'는 이런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 관심의 시작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수도권(Hub)과 지역(Spoke) 간 연계 협력 발전모델 구축을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공연 인프라의 불균형을 지적당한 대구는 이 같은 지자체 차원의 연구와 다양한 논의들을 통해 서울과 상생하는 공연예술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