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의 유혹] 자서전, 전기, 소설 등 이미지로 기억되는 여인 그려

마릴린 먼로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출판계에서 더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움과 천문학적인 부, 화려한 스캔들과 베일에 둘러싸인 죽음.

이 중 한 가지만 있어도 충분히 책을 쓸 이유가 되는데 이 모든 것이 집대성된 드라마틱한 인생이야 더할 나위가 있을까. 사후 37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그녀에 관한 책이 쓰이고 읽히는 이유다.

수없이 리바이벌되는 전기

마릴린 먼로가 직접 쓴 자서전 부터 최근작 <마릴린 먼로>까지 그녀의 인생을 평전처럼 기술한 책은 전 세계를 통틀어 수십 종이 넘는다. 먼로의 자서전 는 1974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이다.

사진작가이자 마릴린 먼로의 사업 파트너였던 밀턴 H. 그린이 갖고 있던 원고를 책으로 묶었다. 그는 1953년 먼로를 만나 프로덕션을 함께 만들고 영화를 제작했다.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이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인 점에 비춰볼 때, 이 책은 1954년경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책에서 그녀는 태어나서 꿈을 이루기 위해 누드 사진을 찍게 된 사연, 첫사랑과 할리우드 이야기, 유명해지기 위한 자신만의 비법 등을 털어놓는다. 2000년 페미니스트인 안드레아 드워킨의 발문과 함께 재출간됐고, 국내에는 2003년 해냄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했다.

최근 국내 출간된 <마릴린 먼로>는 마이클 잭슨, 마돈나, 프랭크 시내트라 등 대중 스타의 전기문을 쓴 작가 J.랜디 타리보렐리가 쓴 먼로의 일대기다. 방대한 가족, 의료 관련 파일, 개인 서신, 첩보기관 및 FBI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삶을 재구성한다. 한 번도 출판되지 않은 마릴린 먼로의 사진도 공개된다.

국내 작가가 쓴 마릴린 먼로의 전기문도 있다. 중견 소설가 권여선 씨가 2005년에 낸 책 <순수한 영혼 마릴린 먼로>가 그것. 이 책은 출판사 이룸이 기획한 '청소년 평전' 17번째 책이다. 청소년 평전이란 장르적 특성 때문인지, 책은 먼로의 불행한 인생보다 꿈에 초점을 맞췄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먼로가 슬픔과 억울함과 우울함을 견디며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소개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장점을 살려 사진과 영화에 참여했던 그녀는 외모로 연기를 무마시킨다는 비난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며, 연기지도를 받는 등 내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고 말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적 재구성이 눈길을 끈다.

소설 속 마릴린 먼로는?

프랑스 문학평론가이자 작가 미셸 슈나이더가 2006년 발표한 소설 <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는 먼로의 죽음과, 정신분석이 그녀에게 미친 영향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이 책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인 앵테랄리에 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2005년, 의 기자 포저 백라이트가 먼로 죽음의 비밀이 숨어 있는 녹음테이프를 손에 넣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던 1930년대부터 할리우드의 전성기인 1950~60년대, 현재까지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먼로와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의 랠프 그린슨이 2년 6개월간 진행했던 정신상담의 내용을 큰 축으로, 세계적인 스타의 비밀스러운 죽음을 파헤치며 '인간의 욕망과 본질'이라는 원초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먼로를 소재로 국내 작가가 쓴 소설도 있다. 이지민 작가의 <나와 마릴린>(2009, 도서출판 그책 펴냄)이다. 1954년 2월 한국을 무대로 먼로와 한국인 통역사 앨리스(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군부대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앨리스는 시장통에서 몸을 팔지 않으면서도 미군에게 돈을 받는 유일한 여자이다. 어느 날 그녀는 주한미군의 위문공연을 위해 한국에 온 마릴린의 통역을 맡게 된다.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와도 같은 도시 서울에서, 먼로와 앨리스는 3박 4일간의 여정을 펼친다.

소개한 5권의 책은 제 각각의 시선으로 마릴린 먼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를 기록한 수 십 권의 책이 아마도 이런 방식일 터다. 먼로는 실체보다 이미지로 기억되는 존재이고 그 이미지란 각 개인이 처한 의사환경(擬似環境, pseudo-environment:매스미디어가 활자나 영상 등의 상징으로서 전달하는 간접적인 환경)에 따라 다를 테니까. 마릴린 먼로는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미지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