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 경쟁 3라운드]에어아시아 취항기념 서울-쿠알라룸푸르 편도 6만 원 이벤트… 11월 부터 운항

모하메드 아미룰 리잘 말레이시아 관광청 한국사무소장과 아즈란 오스만 라니 에어아시아 엑스 CEO, 압둘라 자와위 말레이시아 부대사(왼쪽 세번째 부터 우측방향) 등이 인천-쿠알라룸푸르행 항공권 가격 표시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을 사업상 자주 왕래하는 식품회사 ㈜예미의 정세호 이사.

그는 해외에서 국가간 이동을 해야 할 때면 특정 항공사만을 이용한다. 항상 인터넷으로 예약해야만 하는 데도 오로지 그가 고집하는 저가 항공사는 에어 아시아. 항공권 가격이 기대만큼 싸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요즘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뉴스가 화제로 떠오른다. '저가항공사들의 티켓 가격이 생각 보다 별로 싸지 않아요.' 한국이나 이웃 일본에서 보다 동남아에서는 저가 항공사들의 역할이 활성화돼 있는 편이다.

때문에 그가 그 동안 기다려온 뉴스는 에어 아시아의 인천 취항. 지난 해부터 국내에서도 에어 아시아가 한국에 들어 온다는 얘기가 많이 돌았지만 그 동안 별무소식이었다.

'진짜 저가항공사'가 뜬다. 말 그대로 저가항공사(Low cost carrier)란 이름에 걸맞게 값싼 국제선항공권 가격을 내세운 항공사가 마침내 한국에 오는 것. 오는 11월 에어아시아 엑스의 인천 공항 취항이다. 11월 1일부터 인천국제공항과 쿠알라룸푸르 구간을 매일 오가는 직항 노선 운항을 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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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아시아가 취항 기념 이벤트로 내건 가격이긴 하지만 서울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의 첫 편도 항공료는 최저 6만원에 불과하다. 보통 항공권에는 공항세와 세금이 따로 붙는 것이 상례. 하지만 6만원 안에는 이들 요금이 포함돼 있다. 기본료 3만105원과 공항세 및 세금 2만9895원. 통틀어서도 주말 서울-제주간 요금 보다도 싼 가격이다.

에어아시아의 이번 한-말레이시아간 운항 개시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해외 저가 항공사의 본격 인천 상륙이란 점이다. 그 동안 필리핀 세부퍼시픽 등 다른 저가항공사가 전세기 형태로 인천 노선에 취항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저가'를 무기로 한 에어아시아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인천에 취항하는 말레이시아의 중장거리 저가항공사인 에어 아시아엑스 엑스(AirAsia X)는 에어 아시아그룹의 계열사다. 3개의 단중거리 저가항공사 등 모두 4개의 항공사를 거느린 에어 아시아는 아시아 최대의 저가항공사이자 세계 3대 저가항공사로 꼽힐 만큼 명성을 자랑한다.

특히 에어아시아'는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을 잇는 약 132개의 광범위한 노선을 가진 아시아 최고의 저가항공사로 아시아 저가항공시장을 이끌고 있다. 운항 8년만에 9600만명의 승객을 실어 날랐으며, 단 두 개였던 보유 항공기 수도 97개로 늘어났을 만큼 비약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 그룹이 보유한 항공기 수는 웬만한 일반 항공사가 가진 비행기 숫자 보다도 훨씬 많다.

아세안 항공을 표방하는 에어아시아의 노선들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에 근원을 두고,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호주 등의 아세안 나라들을 이어주는 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저가 장거리 라인의 에어아시아 엑스는 현재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대만, 인도, 영국 노선을 운항 중이다. 가장 많은 취항지와 가장 높은 운항빈도를 가진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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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아시아의 취항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간 방문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에어아시아는 에어아시아 엑스의 서울노선을 이용하는 약 60퍼센트 이상의 승객들이 말레이시아나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일 것으로 예측한다. 저렴한 운임을 바탕으로 특히 젊은 직장인과 가족을 비롯한 새로운 고객층의 말레이시아 여행수요를 높여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에어 아시아는 그간 취항한 국가와 도시들에게 기존 항공사의 고객을 뺏어 오기 보다는 신규 방문객이나 관광객을 늘리는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통계에서 입증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취항을 계기로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새로운 시장영역을 개척하는데 기여할 것으로도 기대한다.

에어아시아 엑스의 인천 운항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기존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과 국내 저가항공사들이다. 표면상 '정중동'의 입장을 취하는 이들 항공사의 공식 답변은 '일단 지켜보겠다'이다.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경우는 당장 노선이 겹치지 않는다는데 안도감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태국 방콕과 괌 노선을 운행중인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나 현재 인천~방콕(주 7회)을 비롯, 인천~오사카(주 7회), 인천~기타큐슈(주 3회), 김포~오사카(주 7회), 김포~나고야(주 7회) 등 2개국 5개 국제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입장은 마찬가지.

취항 5년째를 맞은 제주항공은 올 하반기 홍콩과 필리핀 마닐라, 세부 등으로 국제노선을 확대, 동남아 노선을 4개국 8개 구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부산을 기점으로 일본행 항공편에 주력하고 있는 에어부산도 필리핀과 홍콩으로 노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직 국내 노선만 운항하며 해외 취항에 나서지 않는 이스타항공은 별무 반응. 모두 쿠알라룸푸르행 노선과는 직접 겹칠 일이 없다.

그럼에도 에어아시아의 인천 취항은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쿠알라룸푸르를 허브로 이어지는 저가노선 이용이 활발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아시아는 이미 쿠알라룸푸르에서 태국 방콕이나 인도네시아 발리 등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지역 노선들을 확보해 놓고 있다. 여행객들은 비행기를 갈아 타면서 얼마든지 수시로 인근 국가나 도시로 자유로이 다닐 수 있다.

승객들이 비록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번 더 비행기를 갈아 탄다 해도 요금이 크게 오르지도 않는다. 시기와 예약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말레이시아를 거쳐 태국으로 갈 경우에도 합산 요금이 일반 항공사의 요금 보다도 싼 경우가 많다. 에어아시아는 한국인 승객의 절대 다수가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인근 동남아 국가를 함께 여행할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에어아시아 엑스는 승객들이 더욱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목적지를 더 멀리, 그리고 더 많이 넓혀나가고 있다. 이미 취항하고 있는 장거리 132개 노선의 허브 역할을 하는 쿠알라룸푸르를 통해 호주(골드코스트, 퍼스, 멜버른), 중국(항저우, 톈진, 청두), 타이완과 런던 등 장거리 노선도 이미 운항 서비스가 제공 중이다.

때문에 에어아시아의 인천 취항은 국내 저가항공 시장에서 3라운드가 펼쳐진다 보아도 무방하다. 제주항공의 첫 운항이 1라운드라면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해외 노선 운항이 두번째 라운드, 그리고 해외 저가항공사의 본격 상륙으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게 되서다.

반면 외국계 저가 항공사의 국내 시장 진입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찮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에어아시아X 등 외국계 저가 항공사의 한국 취항이 중·단기적으로 국내 항공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저가 항공사의 환승 불편. 이번에 취항한 에어아시아X 항공편은 항공협정에 따라 말레이시아~한국~말레이시아 노선만 운항할 수 있다. 때문에 동남아 다른 지역에 가려는 승객은 비행기를 갈아 타고 대기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저가항공사들은 공항 이용이나 비행 시간 등에서 일반 항공사들 보다 불리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항공 운항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시내에서 동떨어진 공항에 내리거나 심야, 새벽 시간 출발, 도착하는 경우, 환승하기 위해 대기 시간이 긴 경우 등이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또 기존에 운항중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말레이시아 노선 매출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부정적 고려 요인이다. 국내 출국자 중 말레이시아 방문객 비중은 2~3% 수준으로 작은 데다 국내 항공사의 말레이시아 노선 매출 비중도 1% 이내에 불과하다. 에어아시아의 운항이 항공사들간에 당장 직접적인 경쟁을 촉발시키진 않는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에어아시아를 위시해 한국 노선을 둘러싼 항공사들간의 격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취항을 기다리는 저가항공사 등 외국 항공사들의 취항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타이의 저가항공사인 오리엔트타이항공은 몇 년 전 중단했던 인천~방콕 노선 운항 재개허가를 최근 받았고 아시아 지역 또다른 대표 저가항공사인 싱가포르 타이거항공도 인천 취항을 노리고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해마다 외국으로 여행하는 한국인은 3~4명에 한 명 꼴이지만 독일의 경우는 전 인구가 한 번씩은 해외에 나가고 있다"며 "한국도 결국 독일처럼 될 것이란 점에서 한국, 특히 인천공항의 여행 잠재수요가 크다"고 해석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