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직장인연극단체협의회 고건영 회장직장관 극단 이중생활 어려움… 연극인 꿈 위해 돌아온 사람들 많아

고건영 회장
직장인 극단 생활을 하는 사람 중엔 연극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멀리 돌아온 이들도 적지 않다.

연극을 위해 생계를 유지해야 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직장인 극단은 더 이상 취미나 일탈 같은 차원이 아니다. 프로로 가는 하나의 관문에 다름없다.

3년째 직연협을 맡고 있는 (45)도 원래는 직장을 가진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직장인 극단을 통해 전업을 해 지금은 배우(극단 일상탈출)로만 살아가고 있다. 넥타이를 맨 장삼이사에서 직연협을 이끄는 연극인으로 변신한 그가 말하는 직장인 극단의 매력은 뭘까.

개인적으로는 직장을 그만 두고 연극인의 삶을 가기로 한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당시 그런 결정을 하게 했던 이유는 뭔가요.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학교 다닐 때 연극을 좀 했었어요. 하지만 생계를 꾸리려 직장을 다니다 직장인 극단에서 다시 연극을 만나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극단 생활을 병행하지만, 저는 어느 순간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직장인 극단에서 가장 먼저 예상되는 것은 직업과의 병행 문제 같습니다.

극단마다 다르지만 보통 2~3년 하다 그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배들 입장에서도 곤란하죠. 연극 자체가 공동작업이라 톱니바퀴 하나가 빠지면 금방 티가 나거든요. 그래서 선배들이 신입 단원들의 스케줄을 짜줄 때 개인의 상황을 감안해 배려하고 있습니다.

배려해준다고 해도 이중생활을 하기란 역시 쉽지 않은 일이겠죠?

그렇죠. 적게는 월 4~5회, 많게는 8~11회 정도 연습을 해야 되니까 이게 반복되면 아무래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죠. 그래서 여기서는 "5년 정도 있으면 친구가 없어진다"는 우스개도 있어요. 그래서 입단한 지 얼마 안 되는 후배들은 한 공연에 참여하면 다음 공연에서는 빼주는 방식으로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극단인 만큼 수익도 좀 걱정이 되는데요. 극단은 어떻게 돌아가나요.

기본적으로는 단원들의 월 회비가 있고, 봄날연극축제 같은 공연에서 나오는 티켓 판매 수익이 있습니다. 대관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서 주말 2~3일만 공연해도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가 나오는데요. 이 역시 기본적으로는 회비나 연극제의 상금 등으로 충당합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활을 이어가는 매력이 어디 있다고 보시는지요.

그게 바로 연극의 매력이 아닐까요. 직장생활이란 게, 사회라는 게 규정된 게 많잖아요. 연극을 통해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해보고 느낄 수 있는 점이 가장 크겠죠. 단기적으로는 자아의 발견이겠지만, 멀리 보면 인간성의 회복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 느낌을 한 번 맛보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