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농부' 이의선 기획실장패션 브랜드 쌈지 아트마케팅 10년… "농사가 예술' 슬로건 걸고 박차

쌈지농부 직원들에게 농사는 업무 중 하나다. 회사 소유 밭에서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고, 작물을 거두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생태 강연과 워크숍에도 참석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천생 도시인이었던 이의선 기획실장도 많이 변했다.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식품을 살 때는 꼭 원산지를 확인한다. 특히 수입 과일은 절대 먹지 않는다. "밭에서 쑥쑥 자라는 상추와 고추가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농부가 벼를 키우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과 예술가가 고뇌하는 것이 뭐가 다른가요?"

8월25일 파주 헤이리에서 만난 이의선 기획실장으로부터 쌈지농부의 사업 내용에 대해 들었다.

"농사가 예술"이라는 슬로건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8년 말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처음 공표했다. 미래의 디자인이 주제였다. 다른 브랜드들이 그야말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반면 우리는 곡식과 과일 자체를 작품으로 전시했다. 반응이 좋아서 힘을 얻었다. 농촌과 농사, 농산물을 잘 디자인해 대중적으로 소통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농사에 주목하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패션 브랜드 쌈지가 10여 년간 아트 마케팅을 진행하며 연을 맺은 예술가들이 도움을 줬다. 자연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난 분들이 많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쌈지는 미술 영역에서도 음악 영역에서도 소외된 것들을 발굴해 알려 왔는데 10여 년이 지나면서 그 저변이 많이 확대되었다고 판단했다. 쌈지가 해야 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자연을 살리는 데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나무와 산, 흙이 다 아름다운데 너무 흔해서 외면되고 있지 않나. 특히 농촌을 상징적 공간으로 주목하게 됐다. 농사의 예술성도 좋은 코드였다.

농촌 디자인 컨설팅 사업에 대해 소개해 준다면.

-경기도 화성의 유기농업 비닐하우스에 '농사가 예술이다'라는 간판을 단 것이 첫 프로젝트였다. 그 이후에는 농가맛집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로고부터 패키지, 간판, 인테리어, 홈페이지와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노래까지(웃음) 만들어준다. 농촌진흥청이나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추천하는 농가를 중심으로 하되 정직하게 농사짓는 분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패키지는 재활용 종이로 만들 것, 인쇄는 2도 이하로, 서체는 쌈지농부의 아트 디렉터인 이진경체를 쓸 것 등이다.

강원도 홍천 와야마을에서 진행 중인 아트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인가.

-지금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마을 지도를 그리는 등의 내용이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농한기인 겨울에 진행하려고 한다. 와야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도 고민하고 있다.

파주 헤이리의 지렁이다와 논밭예술학교에서는 농촌 문화와 농사의 예술성을 유통시키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지렁이다는 상점이지만 생산 현장이기도 하다. 생산자들이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비 습관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소비자들은 쉽게 사고 금세 버리는 요즘 소비 문화가 환경에 얼마나 좋지 않은지 잘 모른다. 여기에서 누군가가 정성껏 오랫동안 물건을 만드는 것을 보면, 그 물건은 아껴서 오래 쓰게 되지 않을까. 논밭예술학교는 전문성 있는 교육 공간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레스토랑에서는 자연 음식을 만들어 먹고 텃밭에서는 직접 작물을 수확해볼 수 있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숙박 공간에서는 하루쯤 TV 없이, 자연 속에서 쉴 수도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