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가리봉동 진달래반점>

가리봉동 연변타운
애초에 밥상이 문제였다. 양꼬치 향은 미묘했고, 식당마다 내어 놓는 썩장과 궈바로우는 어리둥절했다. 시장에서 버젓이 식용잿물을 팔고 있는 데 놀란 이수영, 리금홍 작가는 가리봉동의 수수께끼 같은 기호들에 도전하기로 했다. 먹고 탐구하는 데 1년을 바쳤다.

진달래반점과 연길식당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때로 중국 가요가 완비된 송화강 노래방, 천지 노래방까지 기웃거리며 조선족 이주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변에서 숙주나물 볶고 만두 빚은 이야기를 녹음했고 음식은 사진 찍었다. 제 안에 경계를 품고 있는 특유한 억양과 표현은 영상으로 기록했다. 가리봉동이 재개발되면 사라질 것들이다.

양꼬치를 쫓아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고향을 찾아 중국 연길, 신강 투루판, 우루무치, 카슈가르를 떠돌았다. 그곳에도 조선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길림성, 흑룡강성으로부터 출발해 러시아, 일본, 한국, 중국 등을 거친 이주의 흔적들도 면면했다.

도시계획가의 눈으로 내려다 보면 재정비가 시급한 혼란상에 불과한 가리봉동의 유래는 이렇게 멀고도 흥미롭다. 이를 함께 기억하자고 작가들은 쪽방을 마련해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시장 뒷편 골목 깊숙한 데 갓 한 평짜리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조선족 이주자들이 처음 몸을 누이는 곳들이다. 구로공단이 있던 시절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의 거처이기도 했으니, 그 이주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낯선밥상
가리봉동의 썩장은 청국장, 궈바로우는 탕수육이지만 한국식도 중국식도 아니다. 시장에서 팔리는 식재료들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과 조금씩 다르다. 수십 년 아니 수백, 수천 년 동안 만들어 온 조선족 이주자 나름의 삶의 방식이다. 그것을 한번 찬찬히 들여다 보지도 않고는 평가할 자격도 없는 것이다.

이수영, 리금홍 작가가 지난 1년 간의 기록을 재료로 <가리봉동 진달래반점> 전을 차렸다. 함께 기억하자는 두 번째 초대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공간해밀톤에서 18일까지 열린다. 010-9466-9897.


서쪽으로 다시 오백리를 가면
가화만사흥
지상의 숟가락 한 개
가리봉 냄새 이동 연구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