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데비한 개인전 <The Eye of Perception>
재미교포 1.5 세대인 그가 한국에 왔을 때 비너스상이 홍대 앞 미술학원을 점령한 것을 본 충격이 출발점이었다. 그것은 서구의 미적 의식과 감각이 한국사회에 얼마나 강력히 침투했는지를 상징하는 풍경이었다.
펑퍼짐한 몸매를 지닌 비너스, 코가 낮은 비너스, 일상적인 동작을 해 보이는 비너스 등 데비한이 변주한 비너스상들은 아름다움의 상식을 뒤집어 왔다. 관념과 현실이 뒤섞여 빚어내는 아이러니는 곧 한국사회, 집단적 생각이 만들어지고 전이된 역사와 구조, 이를 토양 삼은 우리의 신념에 대한 통찰이기도 했다.
신작
하지만 이런 혼란이야말로 우리가 아름다움이라고 상상하는 것의 실체가 아닐까. 우리는 사회적 경험으로부터 판단 기준을 길러낸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관객은 다양한 프리즘을 통과한 결과물이다. 스스로는 낮은 코와 작은 눈을 가졌으면서도 서구적 아름다움에 더 익숙할 수 있고, 아프리카인과 가까이 지내본 적이 없으면서도 검은 피부에 무의식적으로 반감을 느끼기도 한다.
데비한 개인전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