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강형구 전 <시대를 그리다>

'윤두서', 2010
강형구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설명할 때 전투 용어를 자주 쓴다. 그만큼 치열한 과정이라는 뜻일 것이다. 대표작은 '정예 부대'고 몸은 '무기'다. 한참 오른쪽 어깨가 아팠던 작년 그는 왼쪽 어깨도 '신형 무기'로 '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치열함이 강형구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누구를 어떤 기법으로 표현해도 마찬가지다. 200호 이하는 그린 적이 없다. 일단 시작하면 몇 날 며칠이고 일상은 뒷전이다.

고흐를 많이 그린 건 그를 닮고 싶어서다. 그림이 잘 그려질 때는 일단 멈춘다. 평소에 안 보던 TV 드라마 앞에서 쉰다. 그러다 보면 "그리고 싶어 미치게 된다. 화폭 앞에 돌아가면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아진다."

영은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강형구 작가의 전시를 마련했다. 강형구 작가가 영은아티스트매니지먼트프로그램의 장기 입주 작가인 인연이다. 고흐는 물론 에이브라함 링컨, 오드리 헵번, 피카소 등 역사 속 유명 인사의 초상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이 <시대를 그리다>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조선시대 자화상인 윤두서의 초상화를 강형구 작가의 스타일로 재현한 것.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마주 걸어 '한판 승부'의 인상을 준다.

'자화상', 2007
강형구 작가는 "닮고 싶고 대결해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내 자화상을 마주 걸어 존경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화상 두 점의 눈빛이 팽팽히 부딪혀서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곧 작가의 내면 풍경이다. 스스로 "화가라기보다 일쟁이"라고 생각하는 강형구 작가는 요즘 영화 <록키>에 나오는 음악 'Eye of the Tiger'를 들으며 호랑이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내 나이에 화풍이 고정되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하는 이 지칠 줄 모르는 작가의 나이는 올해 '겨우' 57세다.

전시는 12월12일까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영은미술관에서 열린다. 031-761-0137


'고흐', 2007
'빨간모자 쓴 햅번'
'책 안의 케네디', 2009
'피카소', 2007
'소피아', 2009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