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도시를 말하다] <서울 뚝배기>서 <자이언트>까지 다양한 인간사 보여주며 공감

SBS <자이언트>
'도시적'이라는 말은 도시와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관용적으로 이 말을 쓴다.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이미지나 그런 현상을 가리킨다. 빠르게 변모해가는 우리의 현상과 삶을 담고 있는 말처럼 들린다.

도시 속에서 도시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그 많은 부분을 TV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다. 드라마가 묘사하는 도시인은 세련되기도 하고, 거칠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그런 도시인들의 삶을 보여주며 인간사의 온갖 그림들을 펼쳐 보인다.

1990년대는 '서민 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도시를 중심으로 한 우리 주변인들의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1990년 KBS <서울 뚝배기>는 서울의 한 설렁탕집을 배경으로 소박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그득한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했걸랑요", "실례합니다~" 등 특유의 대사들로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골의 부모님을 위해 성공해야 하는 이, 집안의 대를 이어 식당을 꾸려나가야 하는 이 등 사연 많은 서울의 한 귀퉁이를 드라마에 담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MBC <서울의 달>도 시골 출신 젊은 남녀의 서울살이를 소박하게 담았다. 죽마고우에게 사기를 치는 홍식(한석규 분)과 그런 친구를 오히려 동정하는 춘섭(최민식 분). 이들의 우정은 서울이라는 황량한 도시에서 더 굳건하게 성공을 다짐하게 된다. <서울의 달>은 당시 4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표적 서민 드라마로 드라마 역사에 기록됐다.

<서울의 달>이 시골 출신의 젊은이들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적응해가는 일면을 담았다면, SBS <도시남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을 터치했다. <도시남녀>는 서울의 생활방식을 리드하는 젊은 남녀 주인공들이 엇갈린 사랑으로 고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더불어 세련된 색채감을 강조하며 보다 도회적인 감각을 표현해내며 '신세대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KBS <서울 뚝배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도시는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상징으로 도약한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 KBS <달자의 봄>, SBS <시티홀> 등은 김삼순, 오달자, 신미래라는 30대 노처녀 주인공들을 내세웠다. 이들은 파티쉐, 홈쇼핑 MD, 시장 등 전문직 여성으로 등장해 도시 속에서 꿈을 키우고 실현해 가는 모습을 재현했다.

이 여성들에게 있어 도시는 삶의 새로운 도전장이다. 이 드라마들는 젊은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었다. 젊은 여성들이 일과 사랑에 대한 문제를 치열한 도시 속에서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도시의 쓸쓸함을 표출하면서도 끝내는 사랑을 찾아가는 로맨스를 보여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도시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게 한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도시를 배경으로 굴곡 있는 인간사를 조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SBS <자이언트>는 강남이라는 도시개발을 통해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고된 인간사를 다루고 있다. 강남의 경제개발을 두고 벌어지는 패권다툼, 그 속에서 지혜와 용기로 성공해가는 한 인물을 따라가며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그린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화목한 집을 짓겠다!"는 주인공 이강모(이범수 분)의 말처럼, 도시인들은 도시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모습과 현상 속에서 삶의 목표를 찾고 살아가는 이유를 만든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런 드라마들 속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본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