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ㆍ타고르문학상 제정, 세계적 '명소 마케팅'으로 국경 초월

최지성 사장
삼성전자의 문화마케팅은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인도의 타고르 문학상, 러시아의 톨스토이 문학상이 대표적인 사례. 해당 지역의 문화, 역사적 정체성을 기업 이미지와 결부시키는 전략은 21세기 기업 문화마케팅의 전형으로 꼽힌다.

4대 문학상으로 자리잡은 톨스토이 문학상

삼성이 제정한 톨스토이문학상은 영국이 후원하는 맨 부커상, 솔제니친문학상, 국가문학상과 함께 러시아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러시아에서는 해마다 크고 작은 톨스토이 관련 행사가 열리지만, 톨스토이문학상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2003년 레프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러시아법인이 제정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러시아 문학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한국인들도 다 잘 아는 작가이다. 소품집 <톨스토이단편선>이 국내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는 사실은 그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2003년부터 '삼성 톨스토이 문학상'을 제정해 러시아 국민들에게 문화 브랜드 삼성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었다.

톨스토이는 모스크바 남쪽 야스나야 폴랴냐의 귀족 출신으로 드넓은 영지를 소유한 대지주였다. 그러나 그의 관심사는 일반 시민, 농부, 민중이었고 그의 문학 화두 역시 농부와 민중이었다. 일생에 걸쳐 도덕을 설파했고 선(善)만이 서구문명에 오염된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도 타고르 문학상 제정 MOU 체결
때문에 삼성톨스토이 문학상은 휴머니즘과 관용주의를 표방한 장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대상과 신인상을 수여한다. 러시아 작가와 평론가, 사회활동가 등으로 심사위원이 구성된다. 다양한 심사위원과 심사 과정의 투명성 등으로 짧은 기간에 최고 권위를 인정받았다.

올해는 10월에 제 8회 삼성톨스토이 문학상을 개최했는데, 러시아 문단 안팎에서 "한국이 무덤 속 톨스토이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 수상자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미하일 쿠라예프가 선정됐다.

쿠라예프는 1921년 볼셰비키 정권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킨 크론슈타트 지역 수병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선장 딕슈테인'을 비롯해 '야간 경비', '돼지 사냥' 등의 작품을 쓴 중견 작가다. 최근 들어 작품 활동이 두드러지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21세기상(신인상)'은 시베리아 출신 작가 미하일 타르코프스키(52)에게 돌아갔다.

톨스토이 서거 10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대상 상금을 기존 50만 루블에서 90만 루블로, 신인상 상금은 25만 루블에서 75만 루블로 높이는 등 후원금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렸다. 또 수상 후보자에 올랐다 상을 타지 못한 5명의 작가에 대해서도 각각 15만 루블씩의 장려금을 수여했다.

문학상의 영향력은 시상식 참가자의 면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올해 삼성톨스토이문학상 시상식에는 안드레이 부시긴 러시아 문화부장관, 이윤호 주러 한국 대사와 레프 톨스토이의 증손자이자 톨스토이 문학상 심사위원장인 블라디미르 톨스토이를 비롯한 문학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대영박물관의 삼성 정보표시 대형 모니터
삼성전자는 톨스토이문학상을 제정해 2003년부터 매년 7만 달러씩을 후원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통해 러시아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한-인도 문화 교류 장으로

삼성전자가 두 번째 해외문학상을 제정한 나라는 인도다. 지난해 인도 문화부와 공동으로 인도 대문호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를 기리는 '타고르 문학상 (Tagore Literature Award)'을 제정, 후원을 발표한 바 있다.

타고르는 인도 서방갈로주 출신으로 1913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인도 국가인 'Jana Gana Mana'를 작사, 작곡해 간디와 함께 국부(國父)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1929년 그의 시 'Lamp of East'에서 한국을 동방의 등불로 묘사,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문학가이며 음악가다.

'삼성 타고르 문학상'은 인도 내 8개 언어로 쓰인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인도 문학협회가 심사해 매년 5월 7일 타고르 탄생일에 시상식을 갖는다. 이 또한 '톨스토이 문학상'처럼 인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육성해 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수상자들의 한국 방문을 지원하여 한국과 인도 양국 문단, 문화 교류 활동 확대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르미티슈 박물관 삼성 LED TV
1회 시상은 올해 1월 델리에서 8명에게 시상되었으며, 수상자 중 6명은 지난 6월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수원 소재 디지털 시티(수원사업장)와 한국번역문학협회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타고르 문학상을 시작으로 인도에서 문화, 교육, 스포츠, 사회 복지 등에 관한 종합적인 사회 공헌 활동 프로그램인 '삼성 희망 프로젝트 (Samsung Hope Project)'를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명소에서 볼 수 있게

문학상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해외 문화마케팅으로 꼽히는 것이 이른바 '명소 마케팅'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한 궁전과 박물관, 오페라 하우스 등에 삼성전자 제품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알리고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극장인 라 스칼라(La Scala), 러시아 에르미타쥬 박물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친환경 미술관인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대영박물관 등이 있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La Scala) 극장에서 관객의 이동이 가장 많은 로비, 갤러리 입구, 관람 박스 입구, 무대 입구, 프레스 룸 등에는 삼성 LED TV가 설치되어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삼성 LED TV를 직접 체험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삼성 La Scale
러시아의 문화ㆍ예술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에르미타쥬 박물관과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에 LED TV를 기증해 브랜드 위상을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에르미타쥬 박물관에 기증한 LED TV 12대는 박물관 입구와 주요 작품이 위치하고 있는 홀에 설치되어 관람객들에게 박물관과 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볼쇼이 극장에도 삼성 LED TV 2대를 기증, 극장 로비에 설치되어 삼성 TV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알리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친환경 미술관인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에 기증한 LED TV 4대는 일정 부분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 박물관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기는 100% 친환경 에너지이며 각종 전구는 절전형을 사용하고 있어 친환경 미술관으로도 불린다.

올해 8월에는 지난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영 박물관에 정보 표시 대형 모니터(Large Format Display: 이하 LFD) 8대를 추가로 공급하며 문화 마케팅을 강화했다.

대영박물관 자체 조사에 의하면 연간 6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의 35% 이상이 삼성전자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박물관 정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 TVㆍ프로젝터ㆍ캠코더ㆍ카메라ㆍ디지털액자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최신 제품을 통해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 정보를 인터랙티브하게 전달하는 '삼성 디지털 디스커버리 센터(Samsung Digital Discovery Center)'를 운영해 관람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 앞 대형 모니터
이밖에도 그리스 베나키 박물관과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조르주 퐁피두 센터 등에 대형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설치하는 등 세계적인 역사 유적지 및 박물관에 잇달아 진출해 문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문학상 제정, 볼쇼이극장 후원, 에르미타주 박물관 문화재 복원사업 지원, 세계 명소에 디스플레이 제품 후원 등 다양한 메세나 활동을 통해 해외에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여 왔다. 지역의 문화, 역사적 정체성을 기업 이미지와 결부시키는 이 같은 문화마케팅 전략은 삼성을 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