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 킴 개인전

화려한 행렬
환상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들을 모은 백과사전이다. 신화나 전설로 전해져 온 동물들의 생김새와 생존 방식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그가 칠레의 전설에서 찾아낸 동물의 예를 보자.

"알리칸토는 황금과 은의 광맥에서 먹이를 찾는 야행성 새이다. 그것이 황금을 먹는 것은 날개를 펴고 달릴 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날개에서 나오는 황금빛으로 알 수 있다. 은을 먹는 새는 당연히 은빛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새는 금속을 먹고 살기 때문에 소화 기관이 아래로 처져 있고, 따라서 날 수가 없다. 광산의 사람들에게는 그 새를 쫓아가면 광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하지만 누군가 쫓아온다는 것을 알면 몸의 빛을 희미하게 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 또한.

읽는 것만으로도 눈에 보일 것 같은 묘사들이다. 또 다른 인식의 세계로 이끄는 매뉴얼 같다. 보르헤스 자신도 아마 이 동물들에 대한 기록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것들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는 당시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다발 킴의 작품들은 <상상동물 이야기>의 현대판 삽화 같은 인상을 준다. 사슴과 기린, 닭과 말 등에 전선과 모터 등 기계의 이미지, 대동여지도 등 지도의 이미지 등이 혼재되어 있다. 신화와 전설, 역사와 현대적 경험 모두를 먹이 삼고 상상력으로 길러진 동물들이다. 그 구성요소를 찬찬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다.

유동
다발 킴은 자신이 수집한 오래된 지도와 사막에서 채집한 동물 뼈, 가죽 구두와 지갑 같은 일상적 물건을 총동원해 작업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시간, 삶과 죽음, 자연과 문명을 넘나드는 여행자이자 유목민, 수집가이자 몽상가다. 또 자신의 손에 쥐어진 단서들을 해체하고 재조립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과학자이기도 하다. ''에는 그런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나는 수집된 모든 오브제와 개인의 이야기와 시간이 서려 있는 물건들에 애착을 갖는다. 의식의 단편들을 상징적 메타포로 재현하기도 하고, 다시 재조합하여 입체물로 구성하기도 한다. 그림일기이자 설계도다. 수집하고 채집하는 행위에 회상, 몽상, 향수 등을 엮는다."(작가노트 중)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다발 킴의 <잠재된 것들의 귀환>이 "제도의 통제 하에 잠재된 개인의 야성과 본성, 반제도적이고 반문명적인 욕망의 귀환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한국현대미술에서 비어 있던 초현실주의, 환상주의의 비전을 예시한다"고 평했다.

전시는 11월9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4동에 위치한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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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