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속설… '하루하루' '커피 한 잔' 등 개명 후 히트

빅뱅
"처음 이 노래의 제목은 <그럭저럭>이었어요. 가요계에는 가수가 제목 따라 간다는 말이 있어서 <그럭저럭>이란 제목처럼 우리도 그럭저럭 될 것 같아 제목을 바꿨어요."

가요계에는 '가수가 제목 따라 간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음반제작자들이나 가수들은 노래 제목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신중을 기한다. 제목 때문에 앨범 발매 시기가 늦춰지기도 하고, 제목 때문에 대중에게 외면당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그룹 도 아이돌 그룹이지만 제목에 심혈을 기울인 것 아닐까.

지금이야 의 히트곡으로 꼽히는 <하루하루>이지만 <그럭저럭>이었다면 어땠을까. 이처럼 노래 제목은 가요계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노래 제목에 사연이 담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제목을 바꿨는데 어감이나 느낌이 좋아 '대박'을 터뜨린 경우가 많다. 1960년대 후반 인기 여성 듀오 펄시스터즈는 <커피 한 잔>이라는 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사실 이 곡은 가수 장미화가 불렀던 <내 속을 태우는구려>가 원곡이었다.

노래 가사 속에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중략)···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가 제목으로 고스란히 담긴 경우다. 반복되는 구절인 '내 속을 태우는구려'를 제목으로 달았던 장미화의 곡은 묻혔지만, <커피 한 잔>이라는 깔끔한 제목으로 재탄생하면서 빛을 봤다. 물론 펄시스터즈의 독특한 가창력도 한 몫 했지만.

송창식
가수 하면 떠오르는 곡 <담배 가게 아가씨>가 사실 원제목은 <와이셔츠 가게 아가씨>였다. 은 한 방송에 출연해 그 뒷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명동의 와이셔츠 가게에 예쁜 아가씨가 점원으로 있어서 장사가 잘 된다기에 노래를 만들었다. 그런데 <와이셔츠 가게 아가씨>라고 하자 어감이 좋지 않아 <담배 가게 아가씨>로 교체했다. 제목이 바뀌면서 노래 속 가사내용도 와이셔츠 가게가 아닌 담배 가게가 됐다.

가수 김종국도 <사랑스러워>라는 곡이 원래는 이었다고. 작곡가 주영훈의 곡이기도 한 <사랑스러워>는 일본의 여자 아이돌 그룹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종국의 앨범에 실리게 되면서 제목도 바꿔 단 것. 가사도 완전히 바뀌면서 제목까지도 바뀐 경우다.

노래제목이 지인의 권유로 바뀌어 히트한 곡도 있다. 조용필의 대표곡 <꿈>이 그렇다. 원래 제목은 <향수>였던 이 곡은 배우 김수미에 의해서 바뀌었다. 평소 조용필과 친분이 있던 김수미가 <향수>보다는 <꿈>이 낫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 이를 받아들인 조용필이 <꿈>으로 13집 앨범에 수록했다.

가수 편승엽의 대표 곡 <찬찬찬>도 원제목은 <카페연가>였다. 그러나 가수 김수희가 <찬찬찬>이라는 제목을 제안해 어감과 느낌이 좋아 바뀌었다. 김수희가 편승엽의 앨범 제작자로도 참여한 적이 있어 그녀의 안목이 가요사에 히트곡을 남긴 것이다.

재미있는 가요 제목을 보면 번안곡만한 게 없을 것이다. 1960~70년대는 대중음악계에 번안 곡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그 외국 곡의 가사와 제목과는 너무 다른 곡들이 많아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먼저 조영남의 <내 고향 충청도>는 올리비아 뉴튼 존의 다. 지역 이름이 들어가는 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들이다. 민요풍으로 우리네 정서가 담겼던 <최진사댁 셋째 딸>이 원래는 외국곡이라면 어떤가. 조영남, 이은하, 나훈아 등 인기 가수들이 불러서 대중들이 사랑한 이 곡은 원래 알 윌슨의 곡 다. 원제목인 <뱀>이 <최진사댁 셋째 딸>로 둔갑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가수 왁스가 부른 <오빠>도 신디 로퍼의 곡 을 번안한 곡이다. 사실 은 흥이 난 소녀가 몸을 흔들며 신나게 노는 모습을 담은 곡이었지만, <오빠>로 바뀌어 '오빠'를 바라보며 사랑을 갈구하는 한국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곡이 됐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