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슴네트워크 박준흠 대표공연, 무크지 발간, 신인발굴 등 통해 대중음악 현황과 대안 살펴

2010가슴네트워크축제는 한국 대중음악의 밑동을 튼튼히 하자는 제안이다. 12월5일 열리는 공연을 비롯해 무크지 발간, 주목할 만한 신인 뮤지션 선정, 한국대중음악학회 학술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음악의 현황과 대안을 살핀다.

대중음악비평웹진 <가슴>을 중심으로 대중음악 관련 축제와 전시, 출판과 아카이브 작업을 해온 문화기획그룹 가슴네트워크가 작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시작한 이 축제는 2회째를 맞아 한층 더 구체적이고 심도 깊은 질문들을 제기한다.

12월초 발간 예정인 무크지 <대중음악 SOUND>의 특집 주제는 ‘2010년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현주소-지금, 여기 대중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12개’다.

창작, 비평, 연구, 산업, 정책, 아카이브, 교육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대중음악에 접근한다. 아이돌 스타와 음악페스티벌 등 트렌디한 이슈부터 디지털 기술에 의해 변화한 음악 창작과 유통 구조, 척박한 대중음악 연구 현실과 시야가 좁은 대중음악 정책 등이 도마에 오른다.

지난 16일 가슴네트워크 박준흠 대표를 만나 한국 대중음악을 건강하게 만들 방안을 물었다.

무크지를 발간하는 이유는.

대중음악을 심도 깊게 다루는 매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다. 웹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으니까. 더구나 대중음악 시장 규모에 비해 그 현주소에 대한 이야기가 신기할 정도로 없었다.

예를 들면 최근 K-POP 한류에 대해서도 왜 경제적인 것 이외의 관점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사실 K-POP의 경제 효과는 창작자나 음악 애호가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문제 아닌가.

나는 문화예술적 관점에서 한류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대중음악 SOUND>는 문화기획자이자 음악 애호가의 입장에서 나 자신이 보고 싶은 잡지다.

한국 대중음악계의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많이들 걱정하는 것 같다.

계속 음악 애호가 입장에서 말하자면, 주류 매체에서는 새로운 자극을 받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찾기 어렵다. 인디음악신의 음악들은 최근 몇 년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크게 성장했는데도 일반인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유통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웬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홍대 앞 음악을 접하기 어렵다. 그러니 들을 만한 음악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말한다면 소비의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이다. 한국음악계 안에 다양한 영역이 공존하고 각자의 지분을 가져야 해결되는 문제다.

문화기획자이자 음악평론가의 입장에선 생존과 관련된 문제겠다.

그렇다. 지금 여건으론 뮤지션은 물론 문화기획자, 음악평론가 대다수가 취미로 음악 활동을 해야 한다. 하다못해 진지한 글을 쓸 수 있는 매체조차 없지 않나.

아이돌 스타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상업적 기획사의 전략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매체가 그 논리를 따르는 상황은 좀 답답하다.

이번 가슴네트워크축제는 나 스스로가 10년, 20년 동안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0가슴네트워크축제의 모토 중 하나는 신인 발굴이다. 2009년 이후 데뷔한 뮤지션 중 주목할 만한 이들을 선정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신인 발굴과 고전 재평가는 음악평론의 기본 과제이기 때문에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신인 발굴은 한국 대중음악을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계속 확장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내 생각엔 아이돌 스타들은 음악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이 수혈되지 않으면 음악시장 자체에도 한계가 올 것이다.

무크지 특집에서 제기한 질문들 중 가장 시급하게 논의해야 하는 것이 뭔가.

대중음악 인프라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정책과 교육 분야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4년제 학제 시스템이 없는 분야는 인정받기 어려운데, 대중음악도 그렇다.

일부 대학에 실용음악과가 있긴 하지만 음악 관련 정책, 비즈니스 관련 전공은 없다. 뮤지션은 있지만 구조를 다루는 전문 인력은 양성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학제 시스템와 연구소가 있어야 비로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을까.

전문인력의 중요성은 영화계를 보면 알 수 있다. 90년대 초반 한국영화의 ‘판’이 급격히 커진 것은 대규모 인력과 자본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계는 아직 체계가 없다. 영화계가 대형마트라면 대중음악계는 구멍가게 수준이랄까.

대중음악 연구와 아카이브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중음악 학제 시스템이 없으니 연구 환경 역시 척박하다. 한국 대중음악 통사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역사는 85년에 이르는데 음반 목록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다.

이미 자료의 상당 부분이 유실되어 만만치 않은 작업일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줬으면 좋겠다. 대중음악자료원 설립에 대한 논의도 몇 년째 표류 중이다. 재미있는 아이템이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은 되는데 실행은 안 된다. 대중문화가 공공의 유산이라는 인식이 없는 것 같다.

기술 변화가 대중음악 환경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중음악은 기술의 진보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홈레코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홈레코딩이 보편화된 2000년대 초반을 꼽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뮤지션이 음반을 내려면 기획사에 소속되어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해야 했다. 적어도 1000만 원 이상의 제작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홈레코딩을 통해 뮤지션은 독립적으로 음반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음악 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그 이후 인디음악신의 음반 수가 급격히 늘었다.

요즘은 1년에 300장씩 나온다. 음악의 양만큼이나 질도 좋아졌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반과 홈레코딩 음반을 구별하지 못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런 인디음악신의 다양성과 밀도를 어떻게 음악시장으로 끌어들여 건강한 재생산 구조를 만드느냐다. 정책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