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승 개인전] '다문화'

주한 브라질 대사관
사진 속에는 의자와 책상, 컴퓨터와 책꽂이, 사무 집기만 덩그러니 있다. 우리가 '문화'라는 말에서 떠올리는 알록달록한 색과 튀는 모양, 떠들썩한 행사나 전통의 흔적은 없다. 그런데 비슷비슷하게 배치된 이 일련의 집무실 사진들에 장민승 작가는 <다문화>라는 제목을 붙였다. 왜일까.

자세히 보니 공간마다 개성이 있다. 어떤 곳은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듯 엄격해 보이고, 어떤 곳은 집안 서재처럼 아늑해 보인다. 어떤 곳에서는 주구장창 일만 해야 할 것 같지만, 어떤 곳에서는 가끔 창밖을 내다보아도 좋을 것 같다.

어떤 책상은 혼자만의 일터지만, 어떤 책상은 손님을 환영한다.

더 자세히 보니 집무실마다 국기가 있다. 세르비아 국기는 사람만하고, 노르웨이 국기는 숨은 그림처럼 찾아야 하지만, 국기는 결정적 단서다. 이곳은 각국의 주한대사관 대사 집무실이다.

대사관의 모습은 국가들이 타국과 관계를 맺기 위해 구상해 낸 자국의 대표 이미지, 라는 점에 비추어 다시 보면 이곳의 인테리어와 디테일, 기능과 분위기는 각국 문화의 단면이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네덜란드 대사관 집무실은 마치 기업 같은 분위기다. 그만큼 실용과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란 뜻이다. 슬로바키아와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집무실에는 이국적인 문양의 카페트가 깔려 있다.

그 사회에서는 보편적인 물건일 것이다. 소박하고 아기한 북유럽 국가들의 대사관 집무실에서는 국민성이 읽힌다. 그곳 사람들은 일상을 돌보는 데 관심이 많지만 허세는 싫어할 것 같다.

은근슬쩍 끼어들어 있는 한국적 특성도 재미있다. 구석구석 도자기와 난이 놓여 있고, 창밖으로는 산과 빌딩숲이 보인다. 그 어울림이 곧 한국사회 내 다문화의 풍경처럼 보인다.

집무실이라는 표준적인 공간 양식에서 문화적 영향을 찾아낸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대사관이 물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문화 교류의 근거지로 기능한다는 점을 떠올릴 때 이 사진들은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장민승 개인전 <다문화>는 12월1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린다. 02-745-1644

주한 스위스 대사관

주한 동티모르 대사관
주한 독일 대사관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주한 슬로바키아 대사관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