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서울 카페쇼] 200여 업체 참여 520여 부스서 다양한 커피향커피와 어울리는 와인, 베이커리, 디저트 등 소개 눈길

"이게 커피에요? 차에요?"

보리차처럼 맑은 갈색 빛을 띤 음료를 마시기 위해 긴 행렬이 이어졌다. 맛을 본 사람들은 모두 '이건 뭐지?'라는 반응으로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떻게 만든 거예요?"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커피전문점에서의 상황이 아니다. 200여 개의 업체가 참여해 서울 코엑스에서 11월 25일~28일 열린 <제9회 서울 카페쇼> 한 부스 앞에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참가업체인 다동커피집(우리커피연구회)의 김태정 이사는 방문객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커피의 로스팅 과정 등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은 귀를 기울이며 경청하는가 하면 펜을 들고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적인 커피를 내세웠다는 이 커피의 맛은 연한 색감과 은근한 풍미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커피는 기호식품이죠. 그런데 밤 9시가 지나면 못 마신다거나, 커피는 원래 쓰디쓴 맛을 낸다며 인상 쓰고 마신다면 진정한 기호식품이 아닌 거죠. 개개인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커피가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닐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커피지만 차와 같은 질감과 맛을 내는 신선함이 혀끝을 자극했다. 이처럼 520여 개의 부스에서 흘러나오는 커피향은 굳이 <서울 카페쇼>라고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강렬하고 열정적이었다.

지난해 4일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 6만 1000여 명이 다녀갔다고 하니, 커피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해준다. 올해에는 미국, 스위스, 이탈리아, 브라질, 일본 등 해외에서도 한국의 카페문화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한국의 커피에 대한 열정은 갓 뽑아 낸 에스프레소처럼 깊고 진했다.

한국형 카페문화가 뜬다

"어떤 와인이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나요?"

커피 행사장에서 뜬금없이 웬 와인이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한국의 카페문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서울 카페쇼> 중앙 부스에는 와인 바가 마련돼 시음회를 가졌고 소믈리에는 관람객들에게 와인에 대한 설명을 잊지 않는다.

분당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서인숙(43) 씨는 두 종류의 와인을 맛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밤 9시 이후에는 와인도 팔고 있어서 관심 있는 분야도 와인이 됐죠. 커피와 와인이 안 어울 것 같지만 그 누구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와인도 카페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메뉴가 됐어요."

한국의 카페에서 와인을 함께 파는 일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서 씨의 말처럼 와인이 주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건 값과 맛에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또 소주나 맥주처럼 푸짐한 안주나 요리 없이 간단한 비스킷과 치즈만으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주류에 비해 카페 내에서 별다른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는 점도 한국 카페 주인들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다. 커피와 상당한 공통점을 지녔으니 카페 주인들이 가만히 둘 리 없다.

이번 행사에서도 와인이 갖는 의미는 크다. 올해 처음으로 '우리 술 홍보 특별관' 전시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와인의 관심을 우리 술로 옮겨 카페에 어울릴 만한 술을 소개하는 자리다. 한국전통주진흥협회에서 준비한 우리 전통주는 특히 해외 바이어들에게 관심을 일으켰다. 카페에서 전통주가 와인을 밀어내고 커피와 조화를 이룰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사실 커피와 관련된 전시제품들이 줄을 잇는 건 당연하다. 원두커피, 에스프레소, 일반커피 등과 에스프레소 머신, 티포트, 프레스포트, 로스터기, 그라인더 등은 빠질 수 없는 행사장의 꽃이었다. 그런데 주객전도 됐다는 말이 실감할 만한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바로 베이커리와 디저트다.

"헨젤과 그레텔이 보면 웬 떡인가 하겠구먼···"

동화책 속에서나 봤을 법한 케이크들이 요란한 장식을 하고 전시장을 가득 매웠다. 제2회 윌튼콘테스트 코리아는 케이크 아트를 선보이는 자리. 형형색색의 케이크들은 헨젤과 그레텔이 좋아할 만한 집과 정원, 인형들로 꾸며져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커피와 찰떡궁합으로 알려진 케이크가 빠질 리 없다. 케이크의 향연에 눈이 호강하는 것도 잠시, 이내 다른 베이커리와 디저트가 보기 좋게 커피와 동행한다.

유난히 관람객들이 줄을 선 곳에는 핫도그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핫도그 빵을 받기 위해 이어진 줄은 끊어질 줄 모르고 꼬리를 물었다. '그런데 이 핫도그 빵이 과연 커피와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두 가지를 입에 베어 문 관람객들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상대에게 동조를 구한다. 여지없이 '좋다'는 동의의 표현이 돌아온다.

한 부스에서 선보인 핫도그 빵은 커피와도 무난한 조화를 이루며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햄버거와 콜라, 빵과 우유, 쿠키와 커피 등의 법칙을 깨뜨린 결과랄까? 이 부스에선 핫도그 빵과 커피를 함께 내보이며 적절한 맛의 하모니를 관람객들에게 소개했다.

또한 제4회 한국 쇼콜라티에 경연대회도 초콜릿 아트를 선보이는 경연장으로, 초콜릿 디저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커피의 첨가물이자 디저트계의 선봉장인 초콜릿은 한두 개만으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보물이다. 입 속의 초콜릿을 커피가 사르르 녹이는 달콤쌉싸름한 미각 체험은 커피와 궁합을 찾아내려는 미식가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커피에 조예가 깊다는 60대의 한 관람객은 "한국 사람들의 표현 중에 '입이 궁금하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속이 허한, 출출한 공복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한국 사람은 물(커피)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줄이기 위해 주전부리거리를 찾곤 한다"며 카페에서 베이커리나 디저트가 존재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했다. 우리의 문화가 그러하다는 얘기다.

차만 마시고 일어나는 문화가 아니라 먹을 것을 나눠먹으며 정을 나누는 문화라는 것. 이번 행사에선 베이커리나 디저트용으로 쿠키, 화과자, 한과, 떡 등도 다양하게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제8회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 대회도 열려 150여 명이 참가한 전국 예선을 거쳐 선정된 30명이 본선대결을 펼쳤다. 인도에서 온 토드(45) 씨는 "한국의 바리스타들은 손놀림이 좋아 깔끔한 커피 맛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한국의 커피 맛이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이번 행사의 주최사인 (주)엑스포럼 측은 "서울카페쇼는 한국의 카페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커피 최상의 맛은 물론이고 여러 메뉴들이 개발돼 한데 어우러지는 게 우리의 카페문화인 듯하다"고 말했다.

문화와 비즈니스를 접목한 '컬쳐노믹스' 시대 열다

"이렇게 문화를 접목시킨 비즈니스 행사는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것입니다"

엑스포럼의 오윤정 차장은 서울카페쇼가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문화와 산업을 접목시켜 새로운 경제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컬쳐노믹스(Culturenomics)'가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전 세계에 걸쳐 비즈니스를 강조한 종합식품전은 많고 다양하지만 문화를 접목한 전시회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시회는 한국과 세계의 문화를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됨과 동시에 국내외 바이어들이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구현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아요. 마테차 한 번 드셔보세요."

한국말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노랑머리의 외국인.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선 자국의 대표 음료인 마테차를 선보였다. 마테차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사람은 아르헨티나 대사관의 한 직원. 그녀는 똑 부러지면서 친절한 어조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마테차의 좋은 점을 물어보니 "마테차는 유기농으로 만들어져 콜레스테롤이 낮아 건강에 좋다. 여자들에게는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며 자국의 식음료 문화를 소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가나 대사관도 직접 코코아 열매를 공수해 그것으로 만든 음료, 식품 등을 한국인들에게 내보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주한 아르헨티나와 가나 대사관 이외에도 주한 도미니크공화국 대사관, 주한 르완다 대사관, 주한 베트남 대사관 무역부, 주한 브라질 대사관,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관, 주한 페루 대사관 등 커피와 관련된 나라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문화적 교류의 장이 되었다.

전시회의 중앙에는 우아한 티 파티가 이어졌다. 마치 영국의 야외 카페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날 마련된 '애프터눈 티 파티'는 영국의 차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쿠키와 홍차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 영국의 향취를 체험했다. 여성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영국식 그릇 세트. "이건 (가격이)얼마나 해요?"라는 중년 여성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영국의 귀족들이 썼을 법한 3단 쿠키 접시와 커피잔이다. 영국식 전통 문양인 푸른 빛 색채는 여심을 자극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돌려세웠다.

또한 '아프리카 커피이야기' 특별전시관이 설치돼 커피 생산국 농장의 생생한 모습과 커피 관련 문화의 사진, 기구 및 제품이 소개됐다.

이는 한 해의 반을 에티오피아에 설립한 농장에서 보낸다는, 세계적 커피의 달인으로 불리는 비니엄홍 씨의 전시회이기도 하다.

그는 4일 동안 진행되는 세미나에서 '커피생산 프로세스 & 떼루아와 맛의 관계' 등 카페 산업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각국의 내로라하는 커피쟁이들이 총출동했다. 국제 커피 품질 기준인 'Cup Of Excellence(COE)' 프로그램을 만든 수지 스핀들러 회장, 미국의 바리스타 길드를 창설한 트리쉬 로드갭, 커피 로스팅 전문가 윌리엄 부트, 호주의 커피 전문가 토니 비티엘로, 미국바리스타챔피언십 협회장 겸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이사 니콜라스 조 등이 스페셜티커피로스팅과 품질관리 및 커핑, 싱글 오리진 커피 로스팅, 스페셜티커피의 글로벌 트렌드 등을 강연했다.

주최측은 세계가 한국의 커피 맛과 카페에 주목하는 이유를 한국인들의 까다롭고 민감한 입맛을 들었다.

"이번 서울카페쇼는 글로벌 테이스트, 스마트 푸드, 유니크 스타일 등으로 나뉠 수 있다. 특히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입맛은 커피 산업을 발전할 수 있게 했다. 건강한 제품을 선호하고 개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의 소비패턴이 카페문화의 트렌드를 이끌며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