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콘텐츠 대가 지불 찬반논쟁]수익성 콘텐츠 생산 페이는 당연 vs 객관성 실종, 상업화 반대

By 2002 Jeff Jackin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크렘 브륄레를 파는 000. 으아~ 크리미하게 물 흐르듯 부드럽게 흐르는 질감에, 저 바닐라빈 최고입니다."

지난 10월 말 네이버의 파워 블로그에 한 제과점의 크렘 브륄레를 찬미하는 포스팅이 올라왔다. 다음 날 그 포스팅의 주인공이 다시 그 가게에 들렀을 때는 크렘 브륄레가 몽땅 동이 나는 바람에 헛걸음을 해야 했다.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을 말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적게는 2000명, 많으면 10만 명에 가까운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파워블로거들은, 초고속 광랜의 영향으로 그렇잖아도 작은 국토가 아예 마을화돼 버린 이 나라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미디어' 중 하나다.

중소기업, 저가 브랜드, 동네 식당은 물론이고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 국내 1~2위를 다투는 대기업, 최고급 호텔도 파워블로거를 제쳐놓고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은 힘들어졌다. 블로거를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오직, 홍보는 전혀 필요 없이 장인 정신으로만 승부하는 방망이 깎는 노인뿐이다. 물론 방망이 깎는 노인도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을 검색했을 때 방망이 품질에 대해 실망하는 블로그 포스팅이 뜨면 그날 밤 내내 뒤척이며 지나온 생을 반추할지 모른다.

하나를 잡으면 10만 명이 따라온다

파워블로거 '유 진'과 '요리천사'의 블로그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돈이 따르고, 곧 수익과 분배의 문제로 그 자리는 한바탕 분탕질이 시작되게 마련이다.

블로거들이 업체에 돈을 벌어다 준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럼 블로거들은 업체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아야 할까. 여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블로거들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얼마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갖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현금을 지불하는 곳도 있고, 자사의 상품을 주거나 그냥 불러준 것으로 만족하라는 곳도 있다.

그들이 되도록이면 낮은 비용 또는 무상으로 블로그마케팅을 하려고 한다. 이처럼 애매한 상태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블로거들의 자세 역시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방문자들을 끌어 모으는 파워블로거의 대부분은 '너무 좋아서' 라는 이유로 블로그를 시작한다.

살림이 너무 좋아서, 화장품이 너무 좋아서, IT 기기가 너무 좋아서, 음식이 너무 좋아서 등등. 취미로 시작한 일에 새삼스레 대가를 바라는 것이 남우세스럽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블로거들은 자기가 받아야 할 몫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흔치 않다(물론 예외도 있다).

그렇지만 굳이 준다고 하는 것을 안 받겠다고 확고하게 마음을 굳힌 것도 아니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둘 사이에, 싸움질에는 늘 그렇듯이 제 3자가 끼어든다.

바로 네티즌들로, 제 3자라고 하기에는 블로거 파워의 근원이자 기업이 노리는 최종적인 돈주머니지만 수익분배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핵심적인 참고인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커져 노력의 결과가 평가절하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블로거들이 판을 친다면 한창 만개한 블로그 문화가 죽어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더욱이 그들의 논리가 감정이나 관습, 심술에 의거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객관적인 토론은 더욱 절실해진다.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객관적인 평은 블로거들의 생명이며 따라서 블로거들은 절대로 상업화돼선 안된다' VS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수익을 일으키는 콘텐츠를 생산하므로 당연히 대가에 대한 지불이 있어야 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여러분의 관심만으로도 행복해요?

"저는 무상으로 자사 브랜드에 관한 내용을 올려 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거절해요."

'슈퍼썬'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김선아 씨는 패션 정보를 중심으로 자신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다. 얼마 전 이루어진 랑방과 H&M의 콜라보레이션 의상을 쇼핑한 이야기, 이자벨 마랑의 양가죽 장갑을 충동구매한 이야기, 남대문에 있는 꼬리곰탕 집 후기 등 패션에 빠진 30대 여자의 일상을 볼 수 있다.

하루에 2000명에서 3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여성복 타임, 마인이 나오는 한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고 지금은 커밍스텝이라는 패션 브랜드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몇몇 매체와 웹진에 패션 기사를 기고하는 패션업 종사자다.

"저의 경우 전문가적 안목과 지식을 동원해서 올리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마땅히 페이를 받아야 해요.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일지라도 콘텐츠에 따른 대가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데 왜 거기에 따른 수익을 다른 곳에서 가져가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소정의 선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녀가 하나의 포스팅을 올리는 데 들이는 시간은 4~5시간. 많게는 8시간이다. 모든 사진은 100% 리터칭 작업을 거쳐 자신의 사진임을 알 수 있도록 톤을 맞춘다.

그는 블로거들이 쏟아 붓는 시간과 노력에 대한 대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파워블로거들이 받는 특별한 대접, 그들에게만 주어지는 서비스와 선물, 그리고 페이, 이런 것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거죠. 하지만 그건 브랜드와 블로거 사이의 일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여기 들어와 주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파워블로거가 된 것이니 대가를 받으면 안 된다고 얘기해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오기 전부터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있었어요. 그들도 얻어갈 정보가 있으니까 제 블로그에 들어온 거예요. 웹상에서 무료로 얻어갈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까 정보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부족한 것 같아요."

물론 시기질투나 예의 부족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건 상업화로 인한 객관성의 실종이다. 블로그 기사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맘 놓고 깔 수 있다는 것'이니까.

"페이를 지불하고 콘텐츠를 의뢰하는 브랜드들 중에는 포스팅의 횟수 등 상세한 가이드 라인을 지정해주는 곳도 있어요. 그러면 전 진행하지 않겠다고 얘기해요. 제품의 단점은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곳도 있죠. 그 경우에도 하지 않아요. 제가 평소에 올리는 콘텐츠의 방향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제안을 수락하는 거죠. 블로거 중에도 그냥 맛있어요, 예뻐요, 정도의 정보만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내용으로는 대가를 바래선 안 되죠."

결론은 블로거가 얼마나 양심적으로 살고 있는가의 문제일까? 파워블로거 중에는 완전히 반대 입장을 취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먹은 밥이 공짜라면 나를 믿겠어요?

'코스모스'라는 이름으로 미식 블로그를 운영 중인 김유진 씨가 국내 미식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한끼에 30만 원대를 호가하는 호텔 레스토랑부터 홍대 떡볶이집까지 맛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는 그는 한국의 레스토랑뿐 아니라 홍콩, 도쿄, 뉴욕, 런던, 싱가포르, 파리의 레스토랑 정보까지 섭렵하고 있다.

식재료의 질, 요리사의 감성, 서비스의 수준에 대해 전문가 이상으로, 그러나 전문가보다는 훨씬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포스팅을 보기 위해 매일 수천에서 수만의 사람이 코스모스의 블로그를 방문한다.

그는 영국 미식 잡지 <레스토랑>이 매년 발표하는 'The S.Pellegrino World's 50 Best Restaurant'의 한국 대표 투표권자 6명 중 한 명이다. 최근 이 웹사이트에 그의 블로그가 개설돼 한국의 식당들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첫 포스팅으로 롯데호텔의 한식당 '무궁화'를 소개해 세계 유수의 셰프들과 미식가들에게 알렸다. 그는 블로거의 상업화에 반대 입장을 취한다. 물론 '대가를 받으면 안 된다'가 아닌, '대가를 받고 싶지 않다'에 가깝다.

"이건 제 일기예요. 블로거는 자기가 좋아서 자기 돈을 들여 정보를 나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미식 평론가라면 돈을 받는 대신 자기가 쓰는 콘텐츠의 정확성과 파급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죠. 블로거에게는 대가가 없는 대신 사명감도 없어요. 블로거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떠나서 저는 블로거들이 전문가로 대우받거나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에 반대해요. 실제로 전문성이 의심 가는 사람도 상당수 있고요. 미식 블로거의 10명 중 9명이 블로그 운영한 지 2년 내외밖에 안됐어요."

그가 모 사이트에서 미식 정보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네이버로 옮긴 것은 2006년이다. 몇 년 전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이 오픈했을 때 참석한 블로거는 그를 포함해 단 2명이었다.

"파인 다이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낮다 보니 뜨내기 블로거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는 것 같아요. 도쿄나 홍콩이었다면 대충 아는 척하는 블로거들은 당장에 들통이 나서 망할 거예요."

그에 따르면 몇몇 블로거들의 행태는 뻔뻔하다 못해 기발하기까지 하다. 블로거 시식회에서 공짜밥 얻어먹는 것은 양반이고 '사람들을 모아서 갈 테니 내 밥 값을 빼달라'는 사람, '단체로 가서 20만 원어치를 먹었으니 거기서 5만 원을 할인해 나에게 달라'는 사람 등 음식과 평만 있는 세계에서 기적적으로 현금을 창출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블로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죠. 좋든 싫든 파워가 있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느 식당에서 공짜로 밥을 먹었다고 하면 제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제 말을 신뢰할까요? 제 신용도는 제가 쌓는 거잖아요. 물론 제 콘텐츠에는 가치가 있죠. 제가 포스팅한 식당이 저로 인해 돈을 버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 수익 중 일부에 권한이 있다는 말은, 그게 저의 직업이라면 성립이 되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이건 제 취미예요. 아름다운 음식이 좋고, 맛있는 음식을 올리는 게 좋고, 새로운 정보를 나누는 게 좋아요."

마지막으로 중용의 입장을 들어보자. 사실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찬성과 반대의 경계 어디쯤에 머물러 있다. 웹 상에서 '엘리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송주현 씨는 대학생이다. 패션 웹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는 블로그를 만들어 패션 관련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만든 거지, 수익을 위해 만든 건 아니에요. 하지만 페이를 지불한다면 굳이 거부하지는 않고 있어요."

엘리군의 블로그에는 하이패션을 중심으로 컬렉션 리뷰, 쇼핑 리스트나 스타일링 팁, 드물게는 향수와 IT 기기들에 관한 정보가 올라온다. 그는 기고의 경우 돈을 받고, 선물이나 파티 참석의 기회로 만족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스스로 제안하기보다는 업체 측 제안을 따르는 편이다.

"패션 업계에서는 홍보 대행사를 통하는 경우 보통 선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고, 블로거들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려는 브랜드들은 콘텐츠 페이를 지불해요. 보통 '몇 개의 포스팅 당 얼마를 준다' 이런 식으로 계약하죠."

얼마 전 한 미국의 패션 브랜드는 전폭적인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파워블로거들을 대거 끌어 들였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TV 드라마에 협찬한 자사 브랜드 제품에 대해 포스팅해 달라는 것.

"이런 식으로 돈이 오고 갈 경우에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리뷰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에요. 태그명 하나하나에도 신경 쓰고, 특정 단어는 빼달라고 전화가 오기도 하죠. 심할 경우에는 향후 1년간 해당 브랜드에 대한 비방을 금하는 조항이 있기도 해요. 저의 경우 너무 제 블로그의 방향과 달라지는 것 같아서 포스팅을 그만 둔 적도 있어요."

이상적인 것은 업체 쪽에서 블로거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콘텐츠를 의뢰하는 경우다. 이 경우 블로거들은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는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기업은 몇 만 명에 이르는 팔로워들에게 자사 제품을 친근하게 설명할 수 있다.

"블로거들도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해요. 들어오는 제안을 다 받으면 확실히 돈은 많이 벌 수 있어요. 제 주변에는 블로그 운영 수입으로 대학 학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 이상도 가능해요. 하지만 가끔 도가 지나친 경우가 있어요. 패션 정보를 올리는 사람이 갑자기 감자나 계란 홍보를 한다면 그 사람을 블로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조절해야죠."

파워 블로거가 또 하나의 마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블로거들은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이 나라에서 확실히 눈에 띄는 취향의 리더들이다. 거기에 더해 부지런하고 정보 공유에 인색하지 않은 미덕을 갖추고 있다.

그들을 비난하려면 근거가 확실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보보다는 수익을 좇아 부화뇌동하는 블로거에게는 비난이 마땅하지만, '돈을 밝히는 건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니까' 등의 이유라면 그냥 집에서 마인드 콘트롤이나 하며 시기심을 가라앉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파워 블로거들이 올린 정보 덕분에 절약한 시간과 교통비, 발품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