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을(1912, 종이에 연필, 수채, 과슈, 61.8 x 48.9 cm, 벨기에왕립미술관, 브뤼셀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러시아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러시아에서 태어난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은 98년 생을 살았다. 긴 세월만큼 유화부터 판화, 스테인드 글라스, 조각, 그리고 무대장식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분야는 없었다.

그의 미술세계는 초기 큐비즘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후 어떤 미술 사조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피카소는 샤갈을 '마티스와 더불어 20세기 가장 뛰어난 색채화가'라고 평했다.

12월 3일부터 2011년 3월 27일까지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이 한국일보 주최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2004년 국내 전시 사상 최다 관객(70만 명)을 기록한 샤갈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로 당시 전시작보다 널리 알려진 그의 걸작 160여 점이 한 자리에 모인다. 국내 최고 수준의 기념비적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중 대표작이라 할 만한 8작품을 미리 소개한다.


나와 마을 <그림1>
1912, 종이에 연필, 수채, 과슈, 61.8 x 48.9 cm, 벨기에왕립미술관, 브뤼셀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러시아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도시 위에서 (1914-1918, 캔버스에 유화, 139 x 197 cm, 국립트레티아코프갤러리, 모스크바, 러시아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샤갈의 대표작 중 하나로 고향에 대한 샤갈의 추억이 깃든 작품이다. 영롱한 눈빛의 소를 바라보는 초록색의 나의 얼굴은 기이하면서도 극명하게 대조된다. 소의 젖을 짜던 추억은 소의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으며 손에 든 나무 한 그루는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짐작케 한다.


도시 위에서 <그림2>
1914-1918, 캔버스에 유화, 139 x 197 cm, 국립트레티아코프갤러리, 모스크바, 러시아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역시 샤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아내 벨라 로젠펠트와 샤갈이 꼭 끌어안고 새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 그의 초창기 작품들의 특징이 보이는 그림이기도 한데, 고향인 비테프스크에서의 소박한 생활과 연인에서 아내가 된 벨라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마을 아래의 정겨운 모습에서 샤갈의 낙천적인 면모가 유감없이 보여진다.


산책 <그림3>
1917-1918, 캔버스에 유화, 175.2 x 168.4 cm, 국립러시아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크고 짙은 검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열네 살 소녀 벨라에게 샤갈은 첫 눈에 반했다. 오랜 시간 동경해오던 그녀와는 1915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게 된다. 여러 작품에서 벨라는 샤갈의 모델이 되지만 이 작품에서도 사랑으로 충만한 행복감이 전해진다. "우리 인생에서 진정한 의미를 가진 한 가지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라고 말했던 샤갈의 사랑이 색이 듬뿍 담겼다.

산책 (1917-1918, 캔버스에 유화, 175.2 x 168.4 cm, 국립러시아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유대인 예술극장 소개 <그림4>
1920, 캔버스에 템페라, 과슈, 284 x 787 cm, 국립트레티아코프갤러리, 모스크바, 러시아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작품은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이다. 총 일곱 점으로 제작되었는데 샤갈의 외손녀이자 파리 샤갈재단의 부이사장인 메레트 메예르는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스탈린 집권 후 창고에 방치되어 있다가 1973년 극적으로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 7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그림은 7작품 중 하나인 <유대인 예술극장 소개>.


파란 서커스 <그림5>
1950, 캔버스에 유화, 34.9 x 26.7 cm, 테이트, 런던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샤갈의 몽환적이고 화려한 색감은 서커스라는 배경과도 잘 어울린다. 서커스 작품을 다수 남긴 샤갈은 서커스에서 본 형태나 색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푸른색이 장악한 캔버스에 붉은 옷을 입은 여성 곡예사와 노란 달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두 얼굴의 신부 <그림6>
1927, 캔버스에 유화, 99 x 72 cm, 개인소장, 파리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유대인 예술극장 소개 (1920, 캔버스에 템페라, 과슈, 284 x 787 cm, 국립트레티아코프갤러리, 모스크바, 러시아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한 손에는 꽃을, 한 손에는 부채를 든 아름다운 여인. 결혼의 초조함과 설레임을 두 얼굴로 표현한 이 그림 역시 샤갈이 아내 벨라를 위해 그린 그림이었다. 벨라가 '좋다'고 할 때까지 작품에 사인하지 않았던 샤갈의 지극한 아내 사랑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수탉 <그림7>
1928, 캔버스에 유화, 81 x 65.5 cm, 티센보르네미자미술관, 마드리드, 스페인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샤갈의 고향 비테프스크의 일상은 그의 작품 속에서 소, 닭, 염소, 물고기 등으로 표현되곤 한다. 고향의 종교적인 분위기와 함께 전원적인 환경은 샤갈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수탉의 울음소리는 성서에서 베드로가 예수의 제자임을 부인하는 장면에 등장한다. 샤갈의 그림에서 수탉은 종교적 의미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남성의 정욕이나 자기 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농부의 삶 <그림8>
1925, 캔버스에 유화, 101.01 x 80.01 cm, 올브라이트녹스아트갤러리, 버팔로, 뉴욕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고향의 풍경과 소, 러시아 농촌의 일상, 그리고 샤갈의 모습이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작품. 샤갈의 화풍의 변화로 본다면, 러시아 시기와 파리 시기로 이어지는 기간에 그려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작품을 소장한 미국 버팔로 올브라이트녹스아트 갤러리는 처음으로 이 작품을 외부에 대여했다.

파란 서커스 (1950, 캔버스에 유화, 34.9 x 26.7 cm, 테이트, 런던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두 얼굴의 신부 (1927, 캔버스에 유화, 99 x 72 cm, 개인소장, 파리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수탉 (1928, 캔버스에 유화, 81 x 65.5 cm, 티센보르네미자미술관, 마드리드, 스페인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농부의 삶 (1925, 캔버스에 유화, 101.01 x 80.01 cm, 올브라이트녹스아트갤러리, 버팔로, 뉴욕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