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ㆍ체면 버리고 콘서트의 파티화, 기업홍보의 장으로

게스 언더웨어 클럽 파티
드레스, 와인, 샴페인, 촛불, 블루스. 여자들이 '파티'하면 떠올리는 단어들일 것이다. 은근한 촛불의 빛이 드리워진 공간 안에 섹시미를 드러내는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와인이나 샴페인 잔을 기울이는 모습.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들이다. 무언가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장소에서 나만의 멋을 한껏 뽐내는 자리. 파티는 일반 사람들을 환상에 젖게 만드는 그 이상의 무엇이다.

그러나 최근의 파티문화를 보면 무거운 격식과 체면을 버리고 한층 가벼워졌다. 비교적 간소화된 파티들은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에서 갖는 파티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파티形 콘서트가 온다

1. 그 넓은 파티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대상은 가면을 소유한 자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2. 나이, 성별, 직업, 외모와는 상관없이 있을 수 있는 곳이며, 모두 가면을 쓴 채 가명을 사용한다.
3. 본명과 나이, 직업에 관해서는 절대 언급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 나이를 모르니 전부 반말.

<변장 허용 범위>
렌즈 허용, 가발 허용, 이성변장 허용, 의상자유(동양, 서양, 옛날, 판타지 등등), 눈을 가리는 가면 허용(그냥 얇은 맨 끈, 검은 비닐봉투 가능)

2010 옐로우 콘서트 파티 포스터
작전 명령도 아니다. 그렇다고 비밀스런 임무 원칙도 아니다. 파티를 위한 기본 수칙일 뿐이다. 이름하여 '노란가면무도회'. 밴드 허클베리핀의 연중 단독 공연인 '옐로우 콘서트'의 파티설명서다. 허클베리핀은 올해 새로운 퍼포먼스로 '옐로우 마스퀘레이드(yellow masquerade)'인 노란가면무도회를 열었다.

허클베리핀은 옐로우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2004년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시인 김경주와의 퍼포먼스로 화제를 낳은 밴드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협연이나 게스트 없이 밴드와 관객만의 파티를 연 것. 이번 노란가면무도회는 입장객 전원이 사전에 나눠준 가면을 착용하고 공연을 즐기는 파티 형식의 공연이다. 허클베리핀은 파티를 위해 친절 가이드북까지 내걸고 팁을 마련하기도 했다.

워밍업 단계로 로비 한 쪽에서 나눠준 데킬라 한 잔으로 부드럽게 몸을 녹인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음악에 취하고, 쉬는 시간에는 특별히 마련된 댄스 타임에 맞춰 몸을 흔든다. 마지막으로 쇼가 끝나더라도 남은 여흥을 즐길 것 등을 추천했다. 하지만 단순히 즐기는 파티라는 고정관념은 지워야 할 것 같다. 이 파티는 공연을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옐로우 콘서트 관계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익명이자 공존하는 파티이며, 그 파티장은 가면을 착용한 사람이면 누구나 나이, 성별, 직업, 외모와 상관없이 있을 수 있는 곳이 된다"며 "허클베리핀의 음악과 가면을 쓴 익명자들이 만드는 하나의 퍼포먼스는 영상으로 기록돼 무대와 무대 밖을 허물어 음악과 관객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광경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콘서트가 음악 감상실의 허물을 벗고 관객이 주연이 되는 변신을 한 것이다. 서구적 표현의 파티가 동질의 공감대를 형성한 관객들에게 '나'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장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됐다.

정통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트루릴리전 코리아는 '청바지를 활용한 크리스마스 커플 룩'을 선보였다.
그냥 파티? 마케팅이 될 수도

지난 10월 루이까또즈는 브랜드 론칭 30주년을 기념해 화려한 파티를 개최했다. 남산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파티는 동서양의 조화와 고급스러운 품격을 의미하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가 컨셉트.

루이까또즈는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를 최고로 편안한 파티로 꾸미고 관계자들을 맞았다. 이번 스탠딩 파티에선 칵테일 타임, 패션쇼, 공연 등이 한 자리에서 펼쳐지며 초대자들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루이까또즈의 과거와 미래,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상쇼에 이어 신상품을 든 모델들의 워킹까지 선보였다. 자유로운 파티의 분위기를 빌린 브랜드 홍보 자리였던 셈이다. 그러나 그 형식이 너무도 자유분방해 실제로 파티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예전 같으면 파티는 부유한 사람들만의 특전처럼 인식됐다. 그들만의 은밀한 세상이라고 여겨졌던 파티 문화는 최근 젊은 층에게 공간만 있으면 소규모로도 즐길 수 있는 만남의 자리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문화가 됐다. 이런 분위기는 마케팅 업계에 빠르게 흡수돼 론칭이나 기념식, 신상품 출시 등이 파티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파티 컨셉트를 잘 활용한 브랜드가 게스 언더웨어다. 게스 언더웨어는 지난 여름부터 겨울인 11월과 12월에 연이어 파티를 열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파티 레이블 고아(Goa limited)와 함께 클럽 파티를 열었다.

북극 컨셉트의 크리스마스 센터피스
강남에 위치한 한 클럽에서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이어지는 파티였다. 영화 <코요테 어글리> 컨셉트로 이뤄진 퍼포먼스 팀이 봉과 바, 무대를 섹시하게 꾸며졌다. 현란한 음악과 함께 전개된 이번 파티는 분명 게스 언더웨어를 알리는 자리였지만 여느 파티 풍경과 다르지 않은 자유스러움이 묻어났다.

무대에는 게스 언더웨어를 걸친 여성과 남성들이 가면을 쓴 채 격렬한 댄스를 보였고, 클럽 안에 모인 사람들은 그들의 몸짓을 따라 하며 파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12월 중에도 또 한 차례 클럽 파티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데 파티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중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들은 상술을 넘어 진실성까지 담겨 보인다. 동서식품은 맥심 T.O.P의 클럽 파티를 열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12월 중 한 클럽에서 열리는 파티는 제품에 특별 부착된 넥 택(Neck Tag) 속 리얼 코드 번호를 입력하거나 온라인 구매 후 본인 인증을 통해 응모해 당첨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총 200명이 초대된다. 맥심 T.O.P는 "소비자들에게 뜻 깊은 추억을 주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티 플래너 조현진 씨는 파티가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개인적인 일상의 한 부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족, 친구, 친지, 동료 등의 모임이 단순하게 모임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을 추억하는 자리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 나 혹은 우리만의 유일한 공간을 형성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미니 트리
"이제 10~20대의 젊은 사람들에게 파티는 매우 가까운 놀이 문화로 번져있다. 차 한 잔을 마시는 것도 파티라는 이름을 빌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이런 젊은 층을 겨냥한 파티 마케팅은 기업에서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빠르게 구축할 수도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소규모 파티가 대세

당신은 파티의 초보자인가 달인인가? 최근 크리스마스와 함께 송년회 등의 자리가 많아지면서 파티 인테리어나 음식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은 소품 하나와 색다른 디저트만으로 파티의 분위기가 한결 따뜻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 등으로 인해 시끌벅적한 분위기보다는 지인들과의 조촐한 모임을 갖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손수 인테리어와 음식을 배우려는 파티 플래너들이 줄을 서고 있다.

까사스쿨의 한지령 실장은 "최근 프라이비트한 모임이나 소규모 파티가 대중화되면서 올해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 파티를 직접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플라워와 캔들 등을 활용하면 비교적 쉽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차별화된 파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초간단한 파티 소품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초코 구겔호프

[준비물]
플라워폼(오아시스), 마르시아, 유칼립투스, 오너먼트, 새장, 캔들, 소나무 가지, 솔방울, 글리터, 와이어

[만드는 법]
1. 케이크 모양의 플라워폼을 준비한다.
2. 새장이 놓일 윗부분은 유칼립투스를 평평하게 올려 가려준다.
3. 유칼립투스로 덮은 플라워폼 중앙에 새장, 캔들을 올리고 보이지 않게 와이어로 고정한다.
4. 소나무 가지를 플라워폼의 옆면과 윗부분에 리스처럼 꽂는다.
5. 3개의 섹션으로 분리하여 패브릭으로 감싼 오너먼트, 파라핀에 넣은 뒤 글리터를 묻힌 미니사과 모양의 캔들이나 오너먼트를 꽂아준다.
6. 섹션 사이에 철사 두른 솔방울, 글리터를 뿌린 마르시아를 꽂아 준다.

[준비물]
자연소재로 만든 미니트리,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수국, 시험관

진저 브레드 쿠키
[만드는 법]
1. 미니 트리에 각종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균형 있게 달아준다.
2. 물을 채운 시험관을 달고 블루 수국을 꽂는다.
3. 트리와 어울리는 내츄럴한 톤의 리본을 달아준다.

[재료]
박력분 130g, 아몬드가루 40g, 달걀 2개, 버터 100g, 설탕 110g, 베이킹파우더 2/3t, 우유 3t, 다크 커버춰 40g, 코코아 가루 15g, 다크 초콜릿, 생크림, 슬라이스드 아몬드

[만드는 법]
1. 버터를 크림화시킨 후 설탕과 섞는다.
2. 계란 1개씩을 1에 넣으면서 섞는다.
3. 초콜릿을 뜨겁게 덥힌 우유에 녹여서 식힌다.
4. 체에 내린 아몬드가루, 박력분, 베이킹 파우더를 넣고 가볍게 섞는다.
5. 식힌 3번을 4와 함께 섞는다.

[재료]
중력분 3C, 소금 1/4t, 베이킹 소다 3/4t, 생강가루 2t, 너트맥가루 1/4t, 실온버터 1/2c, 흑설탕 1/4c, 황설탕 1/4c, 계란 1개, 메이플시럽 2/3c

[만드는 법]
1. 중력분, 소금, 베이킹소다, 생강가루, 너트맥가루를 체에 내린다.
2. 실온버터를 휘핑기로 섞다가 설탕을 조금씩 섞어준다.
3. 계란 한 개를 2에 조금씩 분리되지 않게 섞는다.
4. 메이플 시럽을 3에 넣어 섞은 후 1번을 넣어서 뭉치도록 반죽한다.
5. 반죽을 성형하게 쉽게 넓은 직사각 모양으로 만든 후 랩에 싸서 1시간 동안 냉장고에서 휴지한다.
6. 원하는 두께로 반죽을 민 후 원하는 쿠키커터를 이용해 원하는 크기나 모양으로 자른다.
7.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약 11분간 굽는다.

도움말: 까사스쿨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