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게르니카'를 완성하기 위해 그렸던 드로잉. 완성 6일 전인 1937년 5월 28일 그렸다.
피카소의 작업실에는 그의 대표작 <게르니카>를 구상한 여러 장의 스케치가 있다. 이 밑그림들은 스페인 내전을 기록한 정밀 묘사에서 형태를 일그러뜨려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스케치와 피카소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을 읽으며 입체파 사조를 떠올릴 때, 어느 작가가 말했다.

"보통 구상(具象, 구상미술)을 그리는 작가는 구상만, 비구상(非具象)을 그리는 작가는 비구상만 그립니다. 피카소는 구상과 비구상을 완벽하게 넘나들죠. 그러니까 천재겠지만."

창작자들은 이렇게 논리가 아닌 직감으로 예술 작품을 받아들인다. 때문에 이들이 예술계 흐름을 읽어내는 눈은 흔히 전문가 집단으로 불리는 평론가나 기획자, 전문기자보다 민첩하다.

예컨대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작가'가 몇 년 후 각종 문학상을 휩쓸거나, 문화계 담론의 중심에 선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키워드, 사건사고, 각종 시상식의 수상작품과 베스트셀러 목록.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그 중 한 가지 방법이다.

피카소 작, '게르니카'
2010년 문화예술계 화두를 인물과 작품으로 정리했다. 미의식, 즉 '무엇을 아름답다 할 것인가?'란 가치 판단의 기준은 인간의 본능에 의존하기보다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된다.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작품은 시대의 화두를 담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예술인은 사회와 동떨어져 작업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이 주목한 예술작품은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각 분야 창작자들에게 '올해의 예술인, 예술작품' 추천을 의뢰했다.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이다.

프로가 본 올해의 프로는 누구인가? 올 한 해 문화예술계 화두를 상징하는 작품은 무엇일까?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