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문학과 정치' 최대 담론… 소설ㆍ시로 문제의식 표현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지방선거, 월드컵…. 올 한 해 일어난 일 중 무엇이 기억될까? 시인, 소설가들에게 물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일 중 당신은 무엇을 작품으로 남길 건가요?

이게 다 정부 때문이다

지난해 문학계 최대 담론은 '문학과 정치'였다. '어떻게 정치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미학적인 작품을 쓸 것인가'가 작가들의 주요 고민이었다. 이 담론은 올해도 이어졌다. 전성태 소설가는 "올 한 해 나에게 가장 큰 사건은 천안함"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정치적 보수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어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우리사회 보수성을 보여주는 인물을 작품에서 그려보고 싶네요."

손택수 시인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겪으며 우리가 여전히 분단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작년부터 화두였던 4대강 문제나 용산참사도 해결된 것이 아니다. 문학관을 떠나 작가들이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의식이 '새로운 리얼리즘의 갈증'으로 표출되는 한 해였다"고 말했다.

손택수 시인의 말처럼, 비교적 '리버럴한'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들 역시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권혁웅 시인은 "이 나라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경험했고, 개인의 삶이라는 게 정치와 이토록 깊이 연동되어 있구나 하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소연 시인 역시 올 한해 문학적 모티프를 준 사건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안타까움"을 꼽았다.

이런 고민은 곧 책 출간으로 이어질 듯하다. 올해 8월 '4대강 개발 반대 성명서' 발표를 비롯해 문인들은 여러 행사들을 진행해 왔다. 내년 초 강에 대한 기억을 묶은 산문집과 강을 테마로 쓴 시집이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세계는 링크 시대

"앞으로 기계와 이야기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써보려고 해요."

은희경 소설가는 올 한 해 문학적 모티프를 준 사건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꼽았다. 실제로 그녀는 트위터, 스마트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는 작가로 꼽힌다.

"인간이 거대 시스템 안에서 한 개인으로서 점점 더 (설 자리가) 좁아지는 느낌이에요. 편리한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그 시스템에 구속되고, 인간이 소비자로 전락하는 거죠. 내가 뭘 원하는지조차 모르고 누가 만든 걸 쓰고, 또 쓰고…. 그럼 이 다음에 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을까? 이런 얘기를 한번 써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김연수 소설가는 '곰 탈출 사건'을 꼽았다. 사실, 아기곰 꼬마가 서울대공원을 탈출하기 훨씬 전부터, 그의 아이폰 채팅 어플리케이션 '카카오 톡'에 등록된 인사말은 "올해 일본에서 신고된 곰 출몰 횟수는 2천 건 이상"이었다.

"올 한 해 제일 재미있는 사건이 곰 탈출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작품에 쓸지 안 쓸지는 모르겠어요. 예전에 코끼리가 동물원을 탈출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모티프로 쓴 소설이 다음 문예지에 3편이나 발표된 적이 있거든요."


서울대공원 탈출한 말레이 곰(꼬마) 포획 장면.
이명박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하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