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방송, 온라인 통해… 보통 사람들이 사회 전면으로

Mnet. <슈퍼스타k 2>의 생방송 무대를 장식했던 톱11
구글, 다음 등 포털사이트들이 최근 발표한 '2010년 올해의 키워드'의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일반인이 스타가 되는 과정을 담아낸 '슈퍼스타 K'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SNS 관련 이슈다.

<슈퍼스타 K>에서 시작된 보통 사람의 이야기는 이제 <스타킹>을 거쳐 <위대한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트위터로 후기를 나누며 화제를 재생산한다.

언론도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트위터 여론'을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심지어 트위터리안이나 페이스부커 자신들이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매체도 등장했다. 언제나 담론의 수용자이던 보통 사람들은 이제 사회 전면으로 나서고 있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보통 사람

대중이 보통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0년만의 특징은 아니다. 여지껏 장수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이나 <인간극장>, 등은 유명인이 아닌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화면 속에서 비치는 일반인들의 모습은 대개 어설프고 희화화된 채 시청자에게 소비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반인들의 모습은 제한된 설정에 갇혀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천편일률적인 연예인들의 모습에 질렸던 대중은 일반인들의 참신하고 진솔한 이야기에 환호하고 있다. '당신도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는 TV 속에서 펼쳐지는 논픽션 드라마에 자연스레 감정이입하게 만들었다.

한편 인터넷 공간에서도 일반인들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파워블로거로 대표되던 인터넷 유명인사들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인기를 다시 입증했다.

최근엔 블로그와 트위터의 특성을 한데 섞은 페이스북이 대세다. 인터넷상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구축해온 사람들은 이 세 가지 매체를 두루 활용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일부 지식 계층의 독점적인 문화자본이었던 지식과 정보는 디지털 공간에서 '위키피디아' 등의 개방형 백과사전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이 시대가 집단지성의 시대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세대도 출현하고 있다. 디지털 스타일리스트 이요훈 씨는 네트워크를 매개로 한 가상공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을 가리켜 '앨리스 세대'라고 칭한다. 그 이유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앨리스가 떨어진 세계처럼 일상을 지배하는 특별한 규칙이 없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 수준의 식견과 기술을 지닌 열정적인 아마추어들인 '프로 앰(Pro Am)'도 등장했다. <웹시대의 지성>을 펴낸 이원희 문화칼럼니스트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저널리즘을 표방하거나 전공 분야를 집중적으로 분석 비평하는 프로 앰들은 나중에 출판까지 하며 오프라인에서도 명성을 얻곤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통 사람의 세상, 아직 멀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시대는 시기상조라는 시선도 있다. '평범한 개인의 스타 탄생기'를 다루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는 일반인까지 '소비'하고 있는 미디어의 속성이 지적된다.

또 1등에 대한 화려한 조명을 통해 '보통 사람들도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시스템에는 경쟁지상주의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숨겨져 있다는 비판도 있다.

문화평론가 권경우 씨는 "허각이 1등이 된 후 청와대에 초청된 것을 보면 '봐라, 너희들도 열심히 하면 이렇게 출세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MB가 노숙자나 노점상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말하던 수법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노력만능주의 논리와 흡사하다는 것. 권 평론가는 "30~40년 전에는 그럴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보통 사람의 성공신화에 담긴 허상을 직시하게 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 문화에도 이런 허상은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전 국민이 SNS를 통해 전자민주주의를 이룩한 것처럼 보이지만, 스마트폰이나 트위터 이용자들은 사실상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20~30대에 집중돼 있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주로 전문직 고학력층이다. 저소득층 문제나 무상급식 문제와 같은 서민층의 현안을 담론화하는 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이 그런 문제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체감하긴 어렵다. 절실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실질적으로 현안에 관련된 사람들은 이런 문화에 접근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 권 평론가는 현재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기존의 시스템을 바꿀 힘이 떨어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한바탕 갑론을박이 오갔던 '통큰 치킨' 사태는 이런 진단을 뒷받침한다. 보통 사람들은 파격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치킨의 등장에 환호했다.

'통큰 치킨'의 존재가 이웃이 운영하는 동네 치킨가게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통큰 치킨' 열풍은 계속됐다. 보통 사람들이 가진 모순이 드러난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진정한 보통 사람의 시대는 아직 요원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록 최근에 시스템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이루고 있지만, 대중의 삶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민주주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남아있다. 권경우 평론가는 그 희망을 '백수'에게서 본다. "지금의 백수는 예전의 백수와 다르다. 과거의 백수가 무능력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능력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불운의 상징이다. 그래서 이들의 의식과 행동이 이후 민주주의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