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결혼 풍속도] 예비부부 개성 맞는 드레스ㆍ메이크업ㆍ스튜디오 등 선별 선택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스틸컷
세계적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디자인한 베이지 빛깔 드레스에 청록색 깃털로 멋을 낸 면사포를 쓴 아름다운 신부가 서 있다. 그것도 고전적인 분위기와 지성이 넘치는 뉴욕시립도서관에서 말이다.

이와 반대로 빈티지 투피스 드레스에 얼굴만 간신히 가린 망사천을 두른 신부가 사랑하는 신랑과 손을 맞잡고 있다. 하객도 없이 여러 커플들 속에 단 둘이 서 있는 것도 모자라, 결혼식장은 시청의 조촐한 홀이다.

당신은 이 두 가지 결혼식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분)는 후자에 더 큰 행복을 느꼈다.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살린, 영화 속 캐리다운 결혼식이었다.

겉이 화려하든, 조촐하든 결혼식은 당사자들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영화 속에선 극과 극의 결혼식을 보이며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두 결혼식은 판에 박히듯 똑같은 우리네 결혼식과는 확연히 달랐다. 장소도 달랐고, 드레스도 달랐으며, 행복감도 달랐다.

영화 속 캐리도 자신만의 독특한 결혼식을 위해 결혼준비를 했다. 일반적으로 결혼준비 기간을 두고 'D-150'이라고 표현한다. 꼼꼼하고 알뜰하게 결혼준비를 하는 예비신부들이 눈에 불을 켜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이 기간은 중요한 순간임에 틀림없다.

다문화 부부 전통혼례 모습
아직도 웨딩플래너에 의존하나?

내년 봄 5월의 신부가 되는 신미영(30) 씨는 요즘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있다. '결혼할 여자가 웬 인터넷?'이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씨는 반문한다. "그럼, 결혼하기 위해서 당신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고. 소위 '맨 땅에 헤딩하기'인 결혼의 첫 걸음은 무겁기 마련이다. 이런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대형 웨딩업체나 웨딩플래너 대신 직접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신 씨가 결혼준비를 혼자 하려는 이유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서다. "친구들이 결혼할 때 웨딩플래너와 함께 준비하는 것을 보니 필요하지도 않는 부분들을 강요하더라고요. 그러니 비용은 비용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더군요. 그래서 혼자 해보기로 결정했죠."

대부분의 예비부부들은 결혼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웨딩컨설팅업체와의 협연을 기본 수순으로 밟고 있다. 결혼 관련 업체들에 일일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드레스나 메이크업, 스튜디오 등을 결정하게 되면 웨딩앨범 사진 촬영을 시작으로 결혼식 전까지 모든 과정이 시작된다. 이 촬영만 하더라도 새벽부터 신부의 메이크업 준비를 거쳐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거의 10시간 이상 야외와 스튜디오 촬영으로 하루가 소비된다.

2010 웨딩엔 결혼박람회 현장 사진
만약 예비부부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경우 재촬영하는 등 시간적으로 경제적이지 못하다. 그러니 많은 예비부부들이 이 웨딩앨범 촬영을 두고 '빼자니 서운하고, 하자니 귀찮은' 것 중 하나로 꼽는다.

문제는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남겨진 사진들이 얼마나 유용한지에 있다. 먼지만 수북이 쌓인 사진첩이 어쩌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 씨는 거의 모든 예비부부들이 하는 이 촬영을 생략할 계획이다. 앨범 촬영 당시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혼 이후에는 "꺼내보지도 않는다"는 주변 지인들의 말에 불필요한 과정이라 건너뛰기로 했다.

대신 거실이나 방에 걸어놓을 액자용으로만 촬영할 예정이다. 또한 신씨는 패물도 실용성을 앞세워 중저가 커플링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대개 예물용 반지는 값비싸고 보석이 커서 평상시에 착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부분의 예비부부들은 패물을 준비할 때 예물용 반지로 보관용과 착용용 등 두 가지를 함께 사들인다. 예물용은 화려하더라도 비싼 가격을 주고, 평상시에도 낄 수 있는 커플링은 이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서로 교환한다. 신 씨는 이런 비합리적인 소비행태를 버리고 아예 중저가 커플링을 선택해 실용성을 높였다.

신 씨는 "내가 하는 결혼인 만큼 의미가 있으면서도 실용적으로 진행하고 싶다. 불필요한 부분들을 생략하고 그 비용을 아껴서 신혼여행이나 혼수 비용에 보태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며 야무진 결혼계획을 밝혔다.

최근 신 씨 같은 젊은 실속파 예비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서양의 결혼식보다는 우리의 전통혼례식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면사포에 드레스, 턱시도를 입은 천편일률적인 결혼식보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전통혼례식이 각광받는 것이다.

또 전통혼례식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에 있다. 일반적인 결혼식이 웨딩홀, 폐백, 피로연 등의 비용이 1000~2000만 원이라면, 전통혼례식은 500~1000만 원 미만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민속박물관도 20년째 전통혼례식을 운영하고 있다. 최대 500여 명의 하객이 들어갈 수 있는 널찍한 이 공간은 매해 200건이 넘는 혼례식이 치러지고 있다.

특히 경기불황과 함께 전통혼례식장을 찾는 20~30대 젊은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피로연도 조선시대의 장터를 재현한 저자거리에서 전통음식으로 즐길 수 있다.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측은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巹禮), 신행(新行), 현구고례(見舅姑禮) 순으로 진행되는 전통혼례식은 전 세대가 집중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예비부부와 하객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며 "한 젊은 신부는 현구고례가 폐백의 바른 표현이라는 것을 새로 배웠다며 그 의미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결혼은 맞춤형으로 하세요

"결혼의 메카라고 불리는 청담동 유명 웨딩업체가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올 겨울 시즌 결혼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11년 제3회 웨딩앤 결혼박람회(1월 7일~9일)가 자신 있게 드러내는 문구이다. 이는 2010년 1월과 6월 두 차례 결혼박람회가 진행되면서 느낀 커플들의 요구가 그대로 드러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결혼박람회에서 '청담동 유명 웨딩업체'의 참여가 가장 내세울 수 있는 점이라는 게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최근 결혼을 앞둔 젊은 커플들은 웨딩업체에 전적으로 맡기는 경향이 줄었다. 패키지 형태의 결혼준비보다는 개인의 취향이 강조된 맞춤형식의 웨딩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드레스나 메이크업, 스튜디오 등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눈 여겨 본 것을 세부적으로 리스트를 작성해 와 맞춤형 컨설팅을 원한다."

(주)아이웨딩네트웍스의 이주연 팀장은 최근 젊은 예비부부들이 진취적인 입장에서 결혼준비를 한다며 변화된 결혼 트렌드를 설명했다. 과거에는 양가 부모님 위주의 예식장과 예물들이 결정됐다면, 이제는 결혼 당사자들의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TV와 인터넷 등에 스타마케팅으로 인한 많은 결혼식의 노출과 관련 정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라는 것. 예를 들면 '나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일면서 교통이 편리한 웨딩홀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고급 호텔이나 하우스식의 웨딩홀이 인기고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이번 결혼박람회가 청담동 유명 업체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많은 스타들이나 유명인들이 찾는 강남의 유명 업체들이 결혼을 앞둔 일반 커플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된 것. 대형웨딩업체들조차 "고객들의 구체적인 니즈가 반영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물도 앞서 소개한 신 씨의 경우처럼 간소화, 실속화되고 있는 추세. 예물 반지의 경우 다이아몬드의 캐럿 수보다 실용성을 우선시한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겉치레에 유난히 신경 쓰던 결혼 트렌드가 서서히 개개인의 취향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주연 팀장은 "고객들이 접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졌다. 예전에는 결혼에 관련된 잡지 등에서 정보를 얻는 게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인터넷의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됐다"며 "그래서 꼭 필요한 것만 선택하는 실속형 예비부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맞춤형 웨딩플래너가 대세"
"고객 맞춤형 웨딩플래너가 대세"

최근 예비부부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특별하면서도 화려한 결혼식을 원하고 있다. 이런 요구들은 웨딩시장에 그대로 반영돼 웨딩업계에서는 그 변주에 발맞춰 최고급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소위 '예식장 토털 웨딩'은 예식장에서 지정해주는 숍에서 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까지 진행하는 것을 말했다. 즉 예식장에 속해 있는 웨딩상품을 패키지로 계약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예식장 토털 웨딩이 최근 젊은 커플들에게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주)아이웨딩네트웍스 이주연 팀장에게 물었다.

웨딩플래너와 함께 결혼준비를 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

"업계에선 발품을 파는 것을 '워킹'이라고 하는데, 웨딩플래너는 예비부부들의 이런 수고를 덜어주는 장점이 있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확고한 스타일 등 결혼 정보 지식이 많지 않다면 웨딩플래너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중구난방의 결혼 정보들을 한 데 집약해서 보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가격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국내의 대형 웨딩업체들은 대개 대형마트와 같은 시스템이다. 한 데 다양한 상품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가격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대형마트 같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소비자의 요구조건이 더 넓어지는 듯하다.

"이전까지 웨딩플래너들은 대형마트에 전시된 제품들 즉 알고 있는 제품 위주로 고객에게 제안하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웨딩플래너보다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춘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웨딩플래너들도 정보를 많이 알아야 하고, 폭넓게 유행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과 대화가 통할 정도가 됐다. 쉽게 말하면 더 많은 업체들을 점령하고 있어야 하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업체를 꾀고 있어야 한다. 고객 맞춤형 웨딩플래너가 대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딩플래너와 함께 준비하지 않으려는 커플들도 존재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사후관리까지 해주는 웨딩업체들도 많다. 아이웨딩네트웍스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즉 고객들의 만족감까지 책임지려고 한다. 서비스 보증제와 같은 것이다. 만족도가 없다면 그에 대한 보상을 하는 제도다. 그래야 웨딩플래너 등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화 전략이 커플들에게 웨딩플래너(혹은 웨딩업체)가 필요조건이 될 전망이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