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디엄 - 미디어아트의 든든한 플랫폼 지향
2004년부터 운영되어 온 미디어아트 전문 웹진 앨리스온이 연희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사무실과 카페, 전시장과 아카이브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다용도로 쓰겠다는 뜻이고 많은 사람을 초대하겠다는 뜻이다. 이름은 '더 미디엄'으로 정했다.
이곳은 국내 미디어아트의 든든한 플랫폼을 지향한다. 미디어아트 에이전시로서 국내에 정착되지 않은 미디어아트 유통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교육 전시 출판 프로그램을 통해 담론을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미디어아트 작가와 평론가는 물론 관객과 예비 관객의 사랑방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에이전시로서의 역할이다. 도시 곳곳에 미디어 파사드가 속속 설치되면서 미디어아트가 경관의 일부로 들어왔지만, 미디어아트 작가와 프로젝트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은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다.
"작가들로 하여금 공공 장소를 작업하게 하는 거죠. 경관이 예술이 되면 작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까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도 중요한 계획 중 하나다. 어렵고 추상적인 장르라는 인식이 강한 미디어아트를 쉽게 이해시키려는 목적이다. LED와 센서를 장착한 종이 트리 만들기 등 미디어아트의 기술과 원리를 체험할 수 있는 워크숍이 준비되어 있다.
"미디어아트에 대한 오해도 풀고(웃음), 작가들의 작업이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미디어아트의 사랑방에서는 계획보다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 1월 20일까지 개관 기념전
'더 미디엄'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뉴아트 레이블이다. 미디어아트를 넘어 뉴아트를 추구한다는 의미에서다. 미디어 기술은 다양한 예술 장르를 융합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그렇게 볼 때 미디어아트라는 개념도 사라질지 모른다. 모든 예술이 미디어아트가 될 테니까 말이다."
미디어아트 에이전시 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연희동으로 온 이유는. |
아트클럽1563 - 미술 경계 넓힐 큐레이팅 인큐베이터
지하에 위치한 아트클럽1563의 전시장 문을 열자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온다. 초록과 주황의 형광이 공간을 뒤덮고 있다. 미국 작가 키스 소니에의 <형광룸> 전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아트클럽1563이 첫 전시로 키스 소니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은 "키스 소니에는 건축에 미술을 접목시킨 작가다. 아트클럽 1563이 지향하는 통섭의 본보기"라고 말했다.
이곳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미술을 건축, 인테리어 등에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현장이라는 뜻이다. 아트클럽 1563이 위치한 건물부터 프로젝트다. 멀리서부터 눈을 사로잡는 건물 외부의 기하학적 흑백 패턴은 영국 작가 리처드 우드의 작품이다.
원래 붉은 벽돌 건물이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게 리노베이션했다. 이런 작업들을 소개하고 기획하는 것이 아트클럽1563의 목표다.
아트클럽1563의 역할은 기획자를 길러내는 데까지 이른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큐레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해온 '숨 아카데미 앤 프로젝트'가 운영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간 이름을 아트클럽1563으로 지은 까닭은.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오도록 하겠다는 뜻에서 '클럽'이라고 지었다. '1563'은 번지수다."
키스 소니에의 작업을 첫 전시로 선보였다. 앞으로도 전시는 앞서간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꾸려지나.
미술 제도 안에서 이런 공간의 의의는 뭐라고 생각하나. |
오래된 집 - 작가가 역사와 공존하는 집
식탁 대신 작업대가 놓여 있고, 아기자기한 식기 대신 온갖 공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문마다 바람막이 비닐을 설치하다 나온 집주인의 옷은 물감으로 얼룩덜룩하다. 이곳은 지금, 작가들의 집이 됐다.
국제시각예술교류협회 캔파운데이션의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는 낡고 빈 집에서 진행되는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삶의 흔적이 쌓여 있는 이 집들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미술을 삶의 맥락에서 풀어내려는 취지다.
지난해 9월 1기 작가 문영미, 변시재가 떠난 자리에 11월 2기 작가 이다와 김보아가 들어왔다.
오래된 집들은 빠르고 끊임없는 개발의 역사의 얼룩과도 같다. 문영미 작가는 여기에서 또 다른 오래된 집들을 그렸다. 이 집들이 한국사회의 현대화, 앞으로만 돌진해온 사회적 욕망을 증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변시재 작가는 벽지 아래에서 한 초등학생의 시간표를 발견했다. 그 아이를 상상하고 자신을 겹쳐본 경험은 작가의 작업에 녹아들었다.
"삶의 흔적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는 이웃 주민들에게 오래된 집의 정체를 알리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직도 이 집이 빈 집인 줄 알고 쓰레기를 투기하는 분들이 계세요.(웃음) 이웃 주민들에게 이곳을 설명하는 일도 작업의 일부인 것 같아요"
오래된 집은 캔파운데이션이 성북동 일대의 예술 커뮤니티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일련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다가오는 봄에는 오래된 집들에서 멀지 않은 또 다른 집에 가 열린다.
세미나 공간, 아카이브, 게스트하우스 등의 기능을 갖춘 이곳은 예술인이 모여 살며 교류한 옛 성북동 문화를 이어받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이들 공간을 구심점으로 매년 5월 다양한 예술 장르가 넘나드는 '캔캔프로젝트'도 마련된다. www. can-foundation.org
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어려서 이사를 많이 다녀서인지 늘 삶의 공간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살았던 집을 모티프로 작업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작업해 보니 어떤가.
그런 경험이 작업에 영향을 미칠까. |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