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도로시 엠 윤 개인전 'Rococo No. 33B'

Won Gang, 2011
서양 동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소녀가 있다. 구불구불한 금발 머리에 얹은 앙증맞은 모자에서부터 바삭바삭한 오간디 소재 드레스, 손을 절로 가냘프게 만드는 레이스 장갑까지 한껏 꿈 같은 차림이다.

바랜 듯한 톤이 신비감을 더하는 와중에 어라, 오른쪽 아래 '낙관'이 산통을 깬다. 비장해 보이는 투로 뚜벅뚜벅 적혀 있다. '원광'. 아무리 또렷한 이목구비도, 아무리 푸른 눈빛도, 아무리 창백한 낯빛도 이 소녀가 동양인임을 감출 수는 없다.

원광은 청정한 광명과 태양 같은 지혜로 어둠을 밝히는 관음보살. 그러나 도로시 엠 윤 작가가 로코코 스타일로 재현한 원광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불교적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매우 정갈한 태도지만, 절의 벽화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여성스럽다. 그렇다고 속되다고 말하기엔 성스러울 만큼 정교해 보인다. 쇼윈도 너머에서 무심하고 위엄 있는 표정을 짓고 잇는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은' 명품의 디스플레이가 종종 그렇듯이.

도로시 엠 윤 작가의 관음보살들은 성과 속, 종교적 해석과 서양식 관습 사이에 있다. 어린 생명을 돌보는 백의 관음보살은 어깨와 가슴골을 드러낸 뇌쇄적 포즈로 다산을 상징하는 토끼와 함께 동양식 정원에 있다.

Si Yark, 2011
소녀와 소년의 경계에 있는 아이 모습의 지련 관음보살은 비밀을 뜻하는 염소를 안고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 키치하고도 우아한 혼란들은 시치미 뚝 뗀듯 안개 같은 백색으로 살짝 덮여 있다.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한 도로시 엠 윤 작가는 영국 런던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며 파란 눈과 금발 머리를 가진 아시아 소녀의 초상을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품 속 혼란상에서는 정체성과 관련한 작가 자신의 경험을 엿볼 수 있다. 더 일반적으로는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 가장 근엄한 것과 가장 경솔한 것이 뒤엉킨 지금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복제한 것 같다.

도로시 엠 윤 작가의 개인전 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갤러리현대 16번지에서 2월13일까지 열린다. 02-722-3503


Ji Ryeon 2011
Yee Bee, 2011
Yeon Hwa, 2011
Bee Kee, 2011

박우진 기자 pc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