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도로시 엠 윤 개인전 'Rococo No. 33B'
바랜 듯한 톤이 신비감을 더하는 와중에 어라, 오른쪽 아래 '낙관'이 산통을 깬다. 비장해 보이는 투로 뚜벅뚜벅 적혀 있다. '원광'. 아무리 또렷한 이목구비도, 아무리 푸른 눈빛도, 아무리 창백한 낯빛도 이 소녀가 동양인임을 감출 수는 없다.
원광은 청정한 광명과 태양 같은 지혜로 어둠을 밝히는 관음보살. 그러나 도로시 엠 윤 작가가 로코코 스타일로 재현한 원광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불교적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매우 정갈한 태도지만, 절의 벽화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여성스럽다. 그렇다고 속되다고 말하기엔 성스러울 만큼 정교해 보인다. 쇼윈도 너머에서 무심하고 위엄 있는 표정을 짓고 잇는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은' 명품의 디스플레이가 종종 그렇듯이.
도로시 엠 윤 작가의 관음보살들은 성과 속, 종교적 해석과 서양식 관습 사이에 있다. 어린 생명을 돌보는 백의 관음보살은 어깨와 가슴골을 드러낸 뇌쇄적 포즈로 다산을 상징하는 토끼와 함께 동양식 정원에 있다.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한 도로시 엠 윤 작가는 영국 런던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며 파란 눈과 금발 머리를 가진 아시아 소녀의 초상을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품 속 혼란상에서는 정체성과 관련한 작가 자신의 경험을 엿볼 수 있다. 더 일반적으로는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 가장 근엄한 것과 가장 경솔한 것이 뒤엉킨 지금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복제한 것 같다.
도로시 엠 윤 작가의 개인전
박우진 기자 pc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