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인세인박 개인전 아라리오서울 | 2월 20일까지

언뜻 보면 고물 TV 화면을 캡처한 것 같다. 얼굴마다 지익 지익 금이 가 있다. 어떤 얼굴은 심지어 좌우로 우그러졌다.

가까이 다가가니 흠집이 더욱 두드러진다. 아예 손으로 만져질 것 같다. 그린 이미지가 아니라 전선을 붙여 조립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전기를 옮기는 전선으로 전자 이미지를 만든 작가의 발상은 너무 정직해서 오히려 낯설다. 사실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이미지의 태생이 저런 전선이었다.

금 가고 우그러진 얼굴들은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어떤 사람보다 매체와 더 친밀하게 지내온 우리를 키운 것도 8할은 전기와 전자였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TV의 서사를 이해하고, 인터넷을 탐험하고 휴대전화의 어법을 터득하며 자랐다. 때론 가족에게 생긴 일보다 드라마 속 인물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며, 선생님의 충고보다 인터넷 속 정보를 더 믿는다.

Unknown, 2010
눈을 뜰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매체와 어울리면서, 매체 없이는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된 이들도 많다. 가끔 불가피하게 컴퓨터를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 우리는 멀쩡한 시계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 어쩌면 우리는 매체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매체에 사육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세인박 작가의 작품은 간결하고도 강렬하게 인간과 매체의 관계를 묻고 있다. 전은 2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아라리오서울에서 열린다. 02-723-6290


The Korean Peninsula, 2010
unknown, 2009
unknown, 2010
unknown, 2008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