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인세인박 개인전 아라리오서울 | 2월 20일까지
가까이 다가가니 흠집이 더욱 두드러진다. 아예 손으로 만져질 것 같다. 그린 이미지가 아니라 전선을 붙여 조립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전기를 옮기는 전선으로 전자 이미지를 만든 작가의 발상은 너무 정직해서 오히려 낯설다. 사실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이미지의 태생이 저런 전선이었다.
금 가고 우그러진 얼굴들은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어떤 사람보다 매체와 더 친밀하게 지내온 우리를 키운 것도 8할은 전기와 전자였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TV의 서사를 이해하고, 인터넷을 탐험하고 휴대전화의 어법을 터득하며 자랐다. 때론 가족에게 생긴 일보다 드라마 속 인물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며, 선생님의 충고보다 인터넷 속 정보를 더 믿는다.
인세인박 작가의 작품은 간결하고도 강렬하게 인간과 매체의 관계를 묻고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