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 공감 바탕 차별화된 웃음으로 '승승장구' '오늘을 즐겨라' 등 트렌드 따라가나 진행 진부해 조기 폐지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포맷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넘어 감동을 선사하겠습니다."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던 친구가 변신을 시도한다. 이름까지 바꿔 가면서 말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지난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주인공이 있다. 그 친구는 다름 아닌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다. <일밤>이 시끄러웠던 이유는 기존의 코너들을 과감히 폐지하고, 새로운 코너들로 단장했기 때문이었다. 또 새 코너들이 파격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시청자와 네티즌은 궁금증을 이어갔다. 급기야 이를 위해 프로그램의 책임 프로듀서(CP)가 나서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런데 그 도전과 과정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1000회가 넘는 횟수 동안 적잖은 인기와 노하우를 축적해왔지만 뭔가 부족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3개월 동안 시청률은 한 자리 수. 넓게 2년 여 동안 수많은 코너들이 <일밤>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했으나 결과는 미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밤>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그 이름값을 하기엔 어쩐지 미심쩍어 보인다.

김영희 CP는 직접 연출에까지 손을 뻗어가며 '감동'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또 "창피하지 않을"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대체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감정과 감성들을 건드려야 하는 것일까. 재미와 흥미, 감동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밤>의 '오늘을 즐겨라'
단명(短命)하는 것들에 대하여

<일밤>은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내몰리게 됐을까. 2년 동안 '오빠밴드', '노다지', '우리아버지', '헌터스', '단비', '패러디극장' 등 1년을 넘지 못한, 심지어 4회 만에 폐지되는 코너들이 양산됐다. 우르르 벌떼같이 나와, 사르르 소리 없이 사라진 코너들이다. <일밤>의 지난 2년은 예능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한 눈에 볼 수 있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예능 PD들의 실험무대라도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과 '오늘을 즐겨라'가 동시에 폐지되는 상황을 맞았으니 <일밤>의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두 코너는 현재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남자들로 구성됐고, 집단 MC 체제였으며, 매회 온갖 미션을 수행하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코너는 결국 막을 내렸다.

'오늘은 즐겨라'는 1년이라는 유예기간까지 둬가며 '1년 후 책을 내겠다'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다부진 각오도 있었지만 그 뜻을 펴지도 못했다. 노인들이 많은 시골을 찾아간다든지, 아이돌 가수들과 운동 경기를 펼친다든지, 오디션을 통해 음반을 내는 등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줄을 이었다.

'오늘을 즐겨라'의 처음 기획의도였던 하루를 즐겁게 사는 법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를 엮어 책으로 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조기종영의 늪을 피해 1년 동안을 '즐기려고' 했던 포맷은 결국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일밤> 새코너 '신입사원'
"트렌드는 따라갔지만, 그 진행과정은 진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서 했던, 봐왔던 과정을 이어갔기 때문이란 것. 매번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미 SBS <패밀리가 떴다>나 KBS <1박2일>, tvN <슈퍼스타K> 등에서 봐온 장면들이기도 하다.

'뜨거운 형제들'도 '아바타'(영화 <아바타>를 본떠 만들어진 포맷) 소개팅으로 기상천외한 웃음을 제공했지만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잦은 포맷의 변화와 출연진의 교체는 프로그램의 일관성을 잃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방송사의 성급한 판단을 꼬집기도 한다. 진득하게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청률이라는 성과는 금방 달아오르기도 하지만 천천히 끓어오르는 경우도 많다. KBS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도 1년여가 다 되어가서야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유독 예능 프로그램은 반응의 속도에 주목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살짝 맛만 보여줘 놓고는 시청률의 깜짝 상승에 프로그램의 존속 여부를 판단하니 말이다.

지상파 방송의 한 예능PD는 "예능의 단명은 시청자의 취향과도 직결된다.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한 작업이 많아진 것"이라며 "현재 예능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벗어나려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장수'하려면 '공감'하라

"바야흐로 공감의 시대가 왔다."

리얼 버라이어티도 아니다. 오디션을 통한 서바이벌도 아니다. 단지 차별화된 웃음과 전략이 있을 뿐이다. 최근 (이하 붕어빵)과 <동물농장>이 각각 100회와 500회를 맞았다. 케이블 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도 100회째 방송을 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의 장기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 프로그램은 꾸준히 시청률을 올리며 장수 프로그램의 길로 들어서려 한다.

"차별화된 웃음이 주요했다. 스타들이 출연하지만 그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부모의 입장이 된다. 부모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된 점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이었다."

<붕어빵>은 스타와 그 자녀가 출연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2년 여 동안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에 대해 최원상 PD는 부모의 입장을 대변한 점을 들었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부모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는 것. 또 짜인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웃음과 감동을 지향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익숙해져 진정성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에게도 부응하는 전략이었다. 아이와 어른 간의 공감은 시청자들에게도 시대를 넘나드는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런 전략은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이나 '1박2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두 코너는 각각 2년과 3년이 넘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로서 6년 째 승승장구하는 MBC <무한도전>의 아성에 도전하는 격이다.

'남자의 자격'은 40대 이후 중년층에게 어필했지만, 10대부터 20,30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1박2일'도 외국인 근로자, 시청자 등을 참여시키며 일반인들을 대동한 시청자와의 소통을 중시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남자의 자격'은 세대 간의 공감을 가능하게 했다"며 "40대 이후의 중년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20~30대 청년들에겐 중년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돌파구가 됐다. '합창단' 편을 보고 전 국민이 울었다는 건 이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잘 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밤>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잘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일밤>은 2월 말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와 '신입사원'을 동시에 시작한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실제 가수들의 서바이벌 대결을 펼치는 각축전이다. '신입사원'은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상대로 한 MBC 아나운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두 코너는 현재 예능의 흥행코드인 서바이벌과 오디션을 적절히 뒤섞어 놓았다. 언뜻 보기에는 빨간 사과를 보듯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실력파 가수 5~7명이 출연해 공연을 펼치면 500여 명의 청중평가단에 의해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이다. 대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리 한 명이 탈락하면 그 자리에 다른 가수가 채워지는 형식이다. '신입사원'은 아나운서 공개채용이라는 파격적인 포맷으로 나선다.

MBC 아나운서실과의 적극적인 협연 아래 '신입사원'은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들 코너들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느냐는 거다. 진정성과 감동을 동시에 끄집어내야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1>(미래의 창)은 예능 프로그램을 두고 "감동과 희망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은 예능 트렌드도 바꾸고 있다"며 "이제 사람들은 유쾌한 재미와 웃음을 넘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따뜻한 감동을 느끼길 원한다"고 서술했다.

<일밤>은 기성 가수들의 진지한 공연을 평가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나운서 채용 진행과정의 공개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것인지 뚜렷한 주제와 목표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명의 나락으로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